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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위원회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의 복지를 만들어갑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2
  • 2012.05.15
  • 5873
염형국 |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어두운 빛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있네.
그 맑은 두 눈에 빗물 고이면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세찬 바람 불어오면 벌판에 한 아이 달려가네.
그 더운 가슴에 바람 안으면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새하얀 눈 내려오면 산 위에 한 아이 우뚝 서있네.
그 고운 마음에 노래 울리면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그이는 아름다운 사람이어라.
                               김민기 <아름다운 사람>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을 듣고 있고 있노라면 생기 하나 없는 시설에서 멀뚱히 외부인들을 바라보던 시설생활자들이 생각난다. 평생을 벽만 보고 지내야 하는 이들, 30년 동안 한번도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가 없는 이들이 바로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생활자들이다. 지난해 10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장애인 한 분은 “나는 시설에서 12년 동안 살았습니다. 시설에 있는 동안 미역국만 먹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미역국이 싫습니다.”고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성폭력과 인권침해가 난무한 문제 시설이 아니라 하더라도 시설에서 집단적으로 생활하는 것 자체가 비인간적임을 보여주는 말씀이다.

영화 ‘도가니’로 인해 최근에 이슈화된 사회복지시설의 인권침해 문제는 ‘도가니’가 개봉된 작년에서야 느닷없이 터진 일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언론은 ‘도가니’ 문제가 마치 예전에는 없었던 것처럼, 그때 처음 나온 얘기인 듯이 말하고 있지만, ‘도가니’는 예전에도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며, 광주 인화학교만의 문제도 아니다. 

12년간 무려 531명이 사망하였던 1987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필두로 하여 1996년 ‘평택 에바다’ 사건, 2003년 ‘성실정신요양원’과 ‘은혜 사랑의집’ 사건, 2005년 ‘광주 인화학교 사건’ 및 ‘심신수양원’과 ‘바울선교원’ 사건, 2006년 ‘성람재단’ 사건, 2008년 ‘석암재단’ 사건, 2006년 ‘김포사랑의집’(경기도 김포시), 2007년 ‘전북영광의집’, 2010년 ‘전북사랑원’ 사건 등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억압과 착취 및 성폭력 및 폭행사건은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그 행태도 전국적으로 유사하고 광범위하며 보편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 즉 족벌운영체제, 장애수당 갈취, 후원금 착복, 성폭행 및 가혹행위, 시설거주인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의 부재와 방임․방치 등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의 부정과 비리 및 인권침해 사건은 법인시설인지 개인시설인지, 서울인지 지방인지, 대형시설인지 소형시설인지, 신고시설인지 미신고시설인지에 상관없이 법․제도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업은 민간에서 담당하고 있는 경우이더라도 막대한 공적 재원이 투여되고 있는 공적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의 공공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공적 통제장치가 작동되어야 한다. 또한 복지시설 생활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매번 정부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이며 구조적인 해결방안 마련보다는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에서의 폭력과 방치․방임으로 인한 사망사건이나 성폭력사건과 같은 극심한 시설의 부정과 비리 및 인권침해 사건 등이 발생하면 여론의 압력에 등떠밀려 주먹구구식의 처방을 내놓는데 급급하였다. 항상 가해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피해자들에 대한 법적 구제의 한계와 사회적 지원정책의 부재, 사회복지시설의 인권침해 실태조사 실시, 투명성 강화 법․제도 개선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뒷북․땜질처방에 머물렀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2007년에도 사회복지법인 공익이사 선임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국민들이 이에 무관심하였고, 사회복지법인 측에서 법인의 자율성과 사적 재산을 침해하는 포퓰리즘적, 반헌법적인 발상이라고 하여 결국 무산되었다. 이번 사회복지사업법 개정도 사회복지법인에서의 인권침해와 비리에 대한 온 국민의 분노와 관심을 가져온 <도가니> 신드롬이 있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러나 도가니 신드롬만으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이 이루어질 수는 없었다. 그간 ‘시설수용’ 중심의 사회복지정책을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정책으로의 전환을 꾀하여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우리사회 구성원으로 존엄하게 살아가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전국의 장애인권단체․시민사회단체들은 법인․시설과 정부․지자체를 상대로 지난한 싸움을 벌여왔다. 이들 단체들이 도가니 신드롬을 계기로 하여 2011. 10. 4. ‘광주인화학교 성폭력사건 해결과 사회복지법인의 공공성․투명성 강화를 위한 도가니대책위원회’(이하 ‘도가니대책위’)를 결성하였다. 도가니대책위에서 마련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각 당에 보냈고, 각 당에서는 도가니대책위의 초안을 토대로 하여 개정안을 만들어 한나라당과 민주당, 민노당 3당이 사회복지사업버 개정안을 발의하였다. 도가니대책위에서는 각 당의 원내대표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의 필요성을 설득하였고, 그 외에도 선전전, 서명운동, 정책토론회, 시민문화제, 1인 시위, 전문가 선언 등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도가니대책위의 활동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마침내 ‘공익이사’ 도입을 골자로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2011년 12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평택 에바다 사회복지법인투쟁에서부터 15년, 시설민주화연대․시설인권연대 활동시작에서부터 7년, 광주 인화학교 사건이 알려진지 6년만에 얻어낸 소중한 결실이다. 2011년 9월 실제 광주 인화학교(청각장애 특수학교)에서 벌어진 미성년 장애인 성폭력과 진상은폐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는 장애학생을 가르치고 보호해야 할 교사들이 학생들을 성폭행하고 그러한 교사들을 학교와 법인이 비호하는 현실에 모든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였고, 그러한 인권침해가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에 요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번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은 사회복지사업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의 임직원 요건을 강화하고, 외부이사가 일정 수 이상 포함되도록 하였고, 생활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서비스 제공의무를 부과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번에 통과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우선 기본이념으로 사회복지사업의 공공성 확보를 명시하여 사회복지사업이 개인의 사적 영역이 아닌 공공의 영역으로 공공성이 확보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사회복지이용자들의 욕구에 따라 지역사회복지체계에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할 의무를,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들의 인권침해상황에 대한 신속 대응체계를 마련할 의무를 각각 부과하였다. 

둘째로, 사회복지법인 임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여 법인의 이사 정수를 최소 5명에서 7명으로 증원하고 법인 이사정수의 3분의 1 이상을 사회복지위원회,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서 2배수로 추천한 사람 중에서 선임하도록 하였다. 이제까지 시설 비리와 인권침해로 문제가 되었던 사회복지법인의 공통된 특징은 법인의 운영과 재정 면에서 봉건성과 폐쇄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과 친지로 소위 족벌체제를 구성하여 전횡을 휘둘렀으며, 이를 제지할 통제장치는 매우 미흡했고 작동하지 않았다. 법인의 사유화를 막고 비리와 생활자 인권침해의 온상이 되었던 사회복지법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익이사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사립학교도 개방형 이사제도가 있고, 심지어 주식회사조차 사외이사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는 시대이다. 대부분의 재정을 국가와 지자체에 의존하는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공익이사가 임명되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 중대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사회복지법인의 임원, 시설의 장 및 종사자가 될 수 없도록 결격사유를 확대하였으며, 사회복지법인의 임원이 인권침해 등 현저한 불법행위를 한 경우 시․도지사가 해임명령을 할 수 있게 하였다. 
 
셋째로,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 관리감독을 강화하여 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반복적 또는 집단적 성폭력 범죄가 발생한 때에는 법인설립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였고, 사회복지분야의 6급 이상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퇴직한지 2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사람은 퇴직 전 3년 동안 소속하였던 기초자치단체가 관할하는 법인의 임원, 시설의 장이 될 수 없도록 하였으며, 법인의 이사회 회의록 작성을 의무화하고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하였다.

넷째로, 사회복지시설의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하여 복지부장관은 사회복지시설 서비스 최저기준을 마련하고 시설운영자는 서비스 최저기준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였고, 시설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회복지시설은 가난한 사람, 장애를 가진 사람, 가족이 돌볼 수 없는 사람들을 돕는 곳이다. 그런데 도가니 사건을 보면 인화원이라는 시설에 장애인들을 수용하고, 기숙 형태로 특수학교를 운영한 것이 문제의 출발이었다. 시설은 각종 인권유린 사태의 주범이었다. 사랑으로 운영되어야 할 사회복지시설에서 각종 비리와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자기 방어가 취약한 사회적 약자를 폐쇄적인 공간에 대규모로 수용하는 한 인권침해와 비리 근절은 불가능하다. 

보다 근본적으로 복지시설 이외에 다른 선택이 가능하도록 개별적인 상황과 욕구에 부합된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에 거주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이들을 위해서는 그에 맞는 주거지원 및 활동보조서비스, 취업지원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장애인을, 노인을, 버림받은 아동을 지역사회와 분리하여 시설에서 단체생활을 하도록 하고, 오로지 보호의 대상으로만 삼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런 삶은 보편적, 정상적 삶이라고 할 수 없다. 그들도 지역사회에서 이웃과 함께 살면서 친구도 사귀고, 재활이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러한 자립생활이야말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간다운 삶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 시설 중심의 복지정책을 폐기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자립생활을 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시설 중심의 정책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들을 집단으로 수용하는 시설정책이 유지되는 한 제2, 제3의 도가니 사건은 다시 일어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오늘은 이 벽을 보고 누웠다가, 지겨워서 다음날은 저 벽을 보고 누워 있는다.”고 이야기하는 와상장애인이 있고, “30년 만에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났다.”고 하는 시설장애인이 있다. 의식주가 해결된다고 해서 인간다운 생활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 이상 아무런 사회생활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생활은 사육당하는 소․돼지의 삶과 다를 바가 없다. 

한편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적합하고, 양질의 사회복지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이 제대로 보장되어야 한다.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서비스 센터를 시군구 단위로 구성하고, 예산이 지원되어야 한다. 사회복지서비스신청절차를 실질화하기 위하여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고, 부적절한 서비스에 대한 이의제기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복지서비스는 시혜가 아닌 권리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도가니 사건은 한국 인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인권국가라고 자부해온 이 땅에서 이런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끔찍하고 시대착오적인 인권침해사건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특성상 스스로 인권옹호나 권리구제를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과 맞물려 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보호 및 옹호시스템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따라서 사회복지사업법에 장애인, 노인, 아동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권리옹호기관, 긴급전화 등의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오랜 복지시설에서의 생활은 독립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하고 어떠한 꿈도 꾸지 못하는 무기력과 체념의 습성을 갖게 한다. 그들도 환히 웃을 수 있는 날이 있으면 좋겠다. 그 이전에 맘껏 울기라도 하면 좋겠다. 장애인도, 시설생활자도 모두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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