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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2012
  • 2012.04.15
  • 4779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의 의미와 과제

안상훈 |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본법 개정은 왜 필요했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을까?

전부개정이 긴요했던 전후 사정이나 그 필요성은 매우 간단하다. 기존의 사회보장기본법이 제·개정된 지 꽤 오래되어 한국 복지국가를 둘러싼 거시적인 상황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회복지 내부의 법제적 교통정리가 필요했던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회복지의 각종 프로그램에 관한 지방이양이 있었고, 각종 하위법령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기본법의 내용이 분야의 ‘모법(母法)’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었다. 동시에 기존법의 내용이 한국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사회보장정책의 비전과 미래지향적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는 아쉬움도 학계를 중심으로 횡행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은 다음과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첫째, 21세기 한국형 복지국가를 위한 첫걸음으로서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을 지향한다. 즉, 21세기의 사회·경제·정치적 환경 하에서도 효과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체계를 정립함으로써, 건강한 ‘한국형 복지국가’를 구축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한다. 기존 사회보장기본법은 과거 산업화과정에서의 사회경제적 환경에 기초한, 소득보장중심의 전통적 사회보장제도체계에 부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현금급여중심의 복지정책을 따랐던 선진국들이 최근 들어 인구고령화나 노동시장양극화와 같은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음에 비추어 개선의 여지가 있었다 할 것이다. 이에, 전부개정은 선진국의 경험을 교훈 삼아 그들의 성공요소를 적극 수용하고 실패요소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복지정책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을 지향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복지국가의 초기단계에 들어서고 있어, 선진국과는 달리 새로운 시대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소득보장과 사회서비스보장이 균형적으로 보장되는 새로운 ‘생활보장형’ 복지 패러다임으로 전환한다면 ‘작은’ 복지국가에서 ‘좋은’ 복지국가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이 녹아있기도 하다.

둘째, 사회복지의 큰 틀 속에서 사회보장정책의 기본방향을 정립하는 모법으로서의 충실한 역할을 지향한다. 기존 법은 우리나라 사회보장분야를 망라해야 하는 기본법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다른 분야의 기본법에 비추어 근본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전부개정은 기본법의 틀을 갖추는 데 가장 중요한 내용을 사회보장 정책의 기본방향과 틀을 제시하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이를 통해, 기본법 중심의 사회보장체계를 확립하고 개별 법률간 정합성을 확보할 총론적인 근거를 형식적으로 그리고 내용적으로 확보하였다.  

셋째, 여러 부처 간에 흩어져 있어 중복과 누락이 만연한 모든 사회보장정책들의 통합·조정을 위한 법제적 근거마련을 지향하였다. 사회복지나 사회보장을 넓은 의미에서 해석할 경우, 현재 우리나라 사회복지분야의 법률과 정책들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어 그 실체를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각 부처에서 관장하는 사회보장 관계 법률과 정책들 간에 연계성이 떨어지고, 일관성 있는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이루어지지 못하며, 각종 정책이 누락되거나 중복되는 현상이 반복되어 왔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소위 ‘부처 간 칸막이 현상’은 정책의 중복과 낭비를 초래하고,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근본적인 한계를 노정하여 왔다. 사회보장분야의 재정수준이 높지 않은 현실에서 부처 간 연계 부족은 재정누수로 까지 이어지고 있어 큰 문제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을 통해 부처 간 칸막이를 극복하고 광의의 복지정책들을 사회보장의 큰 틀 속에서 통합·조정하고자 했다. 더 나아가 이를 통하여, 투입되는 재정대비 복지만족도와 복지실효성을 증대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국민인식을 친복지적으로 전환하는 데에 기여하려는 목적도 내포되어 있다.


전부개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위에서 잠깐 언급하였지만, 이번 전부개정이 담고자 했던 가장 큰 틀의 목적은 소득보장중심의 구시대적 복지패러다임에서 소득과 사회서비스가 균형적으로 보장되는 선진형 미래 복지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다. 기존법이 현금급여 중심의 소득보장형 ‘작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반면, 전부개정은 모든 국민이 평생 동안 ‘생애주기적’으로 겪게 되는 다양한 위험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자립하고 활성화(activation)될 수 있도록 국가가 각 단계마다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크고 좋은’ 복지국가로의 변신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모든 국민은 보건, 교육, 주거, 고용 등 삶의 ‘기본적 욕구’에 대해서는 국가로부터 이와 관련된 사회서비스 및 꼭 필요한 현금을 제공 받을 수 있게 되고, 특히, 아동, 노인, 장애인, 여성, 실업자 등 사회적으로 어려운 계층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사회서비스 외에 맞춤형의 복지급여를 보충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법의 내용이 주로 취약계층 중심의 제한적 보장을 지향하고 있었음에 비추어, 전 국민을 위한 보편적 프로그램을 지향할 근거를 갖춘 것이라 할 수 있다. 

전부개정에 추가된 새로운 내용은, 사회보장 관리체계의 통합과 선진화를 추구한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그리고 여러 정부부처에 흩어져 있는 사회보장정책들이 서로 연계되고 통합되도록 관련 규정들을 신설함으로써,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도록 하였다. 이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따져보도록 하자.

첫째,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사회보장 장기발전계획에 기초하여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수립하도록 하였다. 기존의 사회복지 지방이양 과정에서 지방수준의 맞춤형 복지실현이라는 고고한 의미부여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책현장에서는 주로 민선 지자체장의 인식수준에 따라 복지프로그램의 지역적 편차가 늘어갔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구 선진국들에서는 지방화를 이루기 전에 국가 전체적으로 전반적인 복지국가의 기틀을 다진 이후, 미세조정의 일환으로 지방화를 추진하였다. 이에 견주어 보면, 우리나라에서 추진되었던, 사회복지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지방화가 어떠한 결과를 잉태할 것인가는 어쩌면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었던 일이기도 하다. 실제 지방정부의 복지재정을 보면 의무지출이 거의 전부이며 이를 분담하기 위해 지방정부 재정이 파산 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 배경에 무원칙하고 전면적인 지방이양이 있다고도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부개정은 국가 전체적으로 사회보장정책의 기본적인 틀을 마련할 근거를 만들고 이에 따라 지방차원의 미세조정을 실시하는 방식으로의 변화를 통해, 추후 새로이 도입되거나 확대되는 각종 정책에서 국가 혹은 중앙정부의 재정적 책임성을 요구할 근거가 확보되었다는 의의를 지닌다.

둘째, 사회보장정책의 주관부처인 보건복지부 외에 타 부처가 소관 사회보장정책들을 도입·변경하려할 때는 반드시 주관부처와 사전에 협의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했다. 중앙과 지방, 그리고 부처들 사이의 위와 같은 조정과 통합은 사회보장‘심의’위원회에서 ‘사회보장위원회’로 격상된 새로운 기구가 담당하게 된다. 사회보장위원회는 사회보장제도의 신설 또는 변경에 따른 우선순위의 조정, 둘 이상의 중앙행정기관이 관련된 주요 사회보장정책의 조정 등을 주 업무로 한다. 이에 더해 사회보장위원회의 역할로서 새로 부가된 주요내용으로 사회보장관련 정보의 통합과 모니터링을 강화하도록 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밖에도 전부개정은 기존법을 다각도에서 수정하였으며 나름대로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한 것이 <표>에 나와 있다.

<표> 주요 개정내용과 기대효과

구분

기존법

전부개정

기대효과

사회보장정책의 목표

(복지비전)

노인세대와 빈곤층 중심의 소득보장

경제 및 사회적 참여 와 자아실현 보장

보다 예방적⋅선제적 복지

사회보장급여의 구성

(복지국가유형)

소득보장 중심, 비용 상승형의 전통적 복지국가

소득+사회서비스의 균형적 보장으로 미래지향적 복지국가

복지국가의 장기 지속가능성 제고

사회보장급여의 특징

(복지의 범위)

공공부조

집단별 특성에 관한 고려 없는 일률적 복지

집단별 특수성 고려한 맞춤형 복지

복지체감도 및 실효성 제고

사회

서비스

저소득층 중심의 제한적 사회서비스

기본적 욕구에 한해 전 국민 대상 사회서비스

사회보장

장기 발전계획

분절적(중앙과 지방, 중앙부처 간 복지계획이 제각각)

통합적(장기발전계획이 모든 사회보장관련계획의 기본이 됨)

정책의 연계성/법률간 정합성/기본법의 모법기능 제고

사회보장정책의

조율 기능

부처 간 칸막이로 공급자 중심 복지(대상자 선정기준 등 제각각), 사회보장심의위원회가 있으나 형식적

중앙과 지방 간, 중앙부처 간 정책의 사전조율 의무 부여, 사회보장위원회로 격상(실질적 최상위의 정책조율 기능 부여)

복지정관련 주체 간 칸막이 제거로 수요자중심의 복지정책 수립 및 운영 가능

복지실효성 및 만족도 증대

사회보장의

전달 및 정보체계

전달체계의 깔때기 현상, 사회보장 정보와 통계의 분산 및 사후관리 부재 등으로 재정누수 초래

정책의 사전조율기능,

모니터링⋅사후관리 및 통합정보⋅종합통계체계 확립

복지체감도의 획기적 개선 및 정책의 피드백이 용이하여 효율성과 효과성 제고

국가와 국민의

책임

복지국가 건설에 대한 국가와 국민의 책임이 소극적

국가와 국민의 적극적 책임 부과

복지재정 확보를 위한 법률적 기반 마련

국민경제적 효과

복지지출이 소비적⋅소모적 성격

생산적⋅투자적(사회서비스 확대로 고용창출, 여성고용확대)

성장과 복지의 균형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효과적 통합)



아쉬운 점 혹은 향후 과제는 무엇일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번에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사회보장법 전부개정안은 현시점 한국에서의 복지국가를 위한 기본적 틀로서 미래지향적인 변화를 담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복지국가의 방향과 구체적 내용이 현실화 되는 과정에서,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거시적인 변화들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기본법의 지속적인 손질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에스핑-안델센이 적나라하게 지적하였듯이, 복지국가란 특정 시대 특정 국가의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정책의 총체일 뿐이기에, 태생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을 헐떡거리면서 쫓아갈 수밖에 없는, 위기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론을 대신해서, 어쩌면 법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닌 법 운용상의 의지의 문제일 수도 있는 것들을 포함한 몇 가지의 미해결 과제를 언급하면서 마치도록 하자.

첫째, 용어정의에서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의 구분이 학술적으로 명쾌하지 못한 것 등은 장기적으로 우리 학계가 함께 고민해야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사회보험과 공공부조는 급여 및 기여 방식과 관련되고, 사회서비스는 현금에 대비되는 현물이라는 제공형식과 관련되어 배타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념상의 문제는 우리 분야 현행 교과서들에서도 명확하게 타진되지 못하고 있어, 추후 현행 기본법의 발전적 폐기와 새로운 기본법의 제정이라는 기회가 올 때 반영할 수 있도록 깊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 판단된다.

둘째, 각종 정부위원회의 현실을 보면 개별 부처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조정이 가능할 것인가에 관한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사실상, 한국 복지국가의 사회보장 시스템을 통합·조정하는 것의 성패는 집권세력, 특히 대통령의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 지에 따라 달라질 것임에 분명하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사회보장위원회를 대통령이 위원장이 되는 기구로 격상시키는 등의 수정적 대안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요컨대, 하늘아래 완벽한 법이란 존재하기 힘들 것이며 어떠한 법제적 개선도 비판의 대상일 수 있음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지향적이고 두고두고 지속가능한 한국의 복지국가를 담아낼 가장 실천적인 틀로서 어떠한 것들이 기본법에 담겨야 하는가에 관한 성찰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과거와 같은 잔여주의적 관성을 넘어 본격적인 복지국가를 향한 새로운 창이 열리고 있기 때문에라도 이에 관한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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