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보육업무 여성부 이관에 대한 입장 발표

행정조직 개편·보육정책 총괄적 검토 없는 이관추진은 문제

1.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도 이미 한 달을 넘어섰다. 현정부는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도 분배정의에 대해 분명한 철학을 천명하며 복지분야의 발전을 강조해 와 더 많은 기대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당선이후 인수위 시절은 물론, 공식적인 출범이후에도 현정부가 보인 복지분야의 정책 비전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실망스런 상황아래 최근 정부는 돌출적 결정을 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현 복지부의 보육업무를 여성부에 이관시키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정책 결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현재로서는 일단 여성부에 대한 보육업무 이관을 보류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바람직한 보육정책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룬 다음 업무이관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2. 우선 가장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이번 정책결정과정상의 문제이다. 정부는 참여정부를 표방하였고, 이는 민주적 참여의 통로를 넓혀 정부와 시민사회가 파트너쉽을 형성하는 협치(協治) 모델을 정립하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보육업무의 주무부서 이관결정에 있어서 이 분야의 전문가 및 관련단체, 심지어 해당부서 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보육업무의 여성부 이관은 단순한 소관 부서의 이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선의 보육서비스 제공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정책이다.

더구나 현 정부에서 사회복지와 관련하여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최초의 정책이 장관의 일방적이고 돌출적인 발언과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결정이라 할 것이다.

3. 둘째는 정부의 ‘정부조직’ 내지 ‘행정개혁’에 대한 어떤 비전이나 철학이 밑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관 부서가 거론되었다는 문제점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전체적으로 행정업무를 어떻게 배분하고 운영할 것인지, 아니면 적어도 향후 폭증하는 사회적 욕구에 따라 확대·발전하게 될 복지분야의 효율적 정책추진을 놓고 복지부나 여성부의 역할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지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보육과 아동 관련 행정을 조정하겠다는 계획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의 복지 행정은 국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질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복지서비스의 생산과 전달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복지정책의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그리고 이를 집행하기 위한 행정체계-전달체계에 대해 충분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과 같이 부서업무를 단순히 이관하는 식의 접근은 이후 복지정책 수행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4. 셋째는 복지부 보육업무의 여성부 이관은 보건복지업무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사회복지서비스와 관련된 업무는 통합되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우리는 보육서비스의 제공에서도 이런 관점은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육서비스는 단지 일하는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보육서비스가 일하는 여성에게 매우 중요하고 밀접히 관련된 복지서비스이기는 하지만, 다른 복지행정과 연관성을 가지면서 수행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 영유아 및 보육과 관련된 업무는 행정부처간의 협조나 조정기능이 결여된 채 복지부, 교육인적자원부, 노동부, 농림부 등에 그 기능이 분산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보육업무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없이 복지부의 보육업무만을 여성부로 이관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파편화되어 있는 보육서비스와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행정 업무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과연 보육서비스를 여성부로 이관한다면, 이러한 통합적 접근방식을 취할 때와 달리 어떤 분명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득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5. 넷째는 보육업무의 여성부 이관이 현재 보육서비스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의 보육서비스는 공공성의 강화와 보육서비스의 질적 향상이라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현정부는 이미 보육료의 평균 50% 지원을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만으로 공공성 확보라는 과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정부의 보육정책은 민간보육시설에 의존한 양적 공급의 확대에 치중해왔기 때문에 공공성의 강화라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보육업무의 이관 논의는 담당부처의 변화가 과연 현재의 보육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얼마마한 도움을 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을 주는 가운데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이러한 점에 대한 확신을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6. 마지막으로 정책결정과는 다른 차원에서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복지정책결정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김화중 복지부 장관의 금번 보육업무이관을 둘러싼 처신이다. 김화중장관은 복지업무의 전문가로서는 아직 신뢰를 보여줄 만한 시간과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런 그가 취임한 지 며칠만에 보육업무의 여성부이관을 과감하게(?) 주창하고 나선 것은 그가 복지업무에 대해 매우 경솔하게 접근하고 있지 않나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더 나아가 그는 현정부가 참여복지를 기치로 내세우며 수행하기로 되어있는 수많은 복지분야의 개혁적 업무 추진과 예산확보의 짐을 타부처로 넘기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까지 더해진다.

7. 결론적으로 우리는 보육업무를 일방적으로 여성부로 이관하는 것을 중단하고 보육서비스의 진정한 발전과 이 업무를 집행하기 위한 바람직한 전달체계 구축방안, 나아가 향후 영유아와 아동, 청소년, 여성, 노인, 장애인을 포함한 가족 구성원 모두에 대한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서비스 방안, 여성부를 포함한 정부행정부처의 적절한 개혁방안 등에 대한 청사진을 놓고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한 뒤 가장 최선의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이 사안이 다시 다루어져야 함을 제안하는 바이다.

사회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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