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6 2006-01-10   543

‘너희가 노숙을 아느냐!’

지난 26일 토요일의 국채보상공원 공연장은 떠들썩하고 흥겨운 자리였다. 왜냐하면 대구에서 처음으로 열린 노숙인인권문화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노숙인인권문화제는 그 전 21일 월요일에 서울에서 가졌던 문화제와 함께 노숙인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개선과 노숙인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문화제라는 의미로 준비되었다. 대구행사는 서울행사와 달리 계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너나들이’ 동아리 학우들이 중심이 되어 노숙관련기관이 아닌 노숙문제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들이 준비하였다는 점에서 행사의 취지나 의미가 조금 다른 면이 있었다. 제목에서 보듯이 노숙인에 대해 알아가고 그들을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너나들이’ 학우들이 문화제 준비를 하게 된 것은 문화제를 준비하면서 노숙인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인식 개선의 계기를 주기 위한 의미에서 계획된 것이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노숙인 문제에 대해 여러 자료들을 찾고, 노숙당사자들을 만나고, 거리급식활동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노숙인 문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서 행사 참여자 중 누구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오후 2시 30분부터 시작된 문화제는 메인공연과 부대행사로 이루어졌다. 메인공연은 ‘너나들이’와 서울에서 문화제를 위해 참여한 ‘노숙인문화권증진을위한문화행동’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었고, 부대행사로는 사진전, 엽서전, 즉석버튼, 서적 전시 등으로 이루어졌다.

주요행사로는 ‘너나들이’의 역할극, 몸짓, 노래공연과 ‘노숙당사자모임·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의 하모니카 공연, 박종필 감독의 영상 ‘잊혀진 사람들’, 힙합그룹인 ‘Down on the street’의 노래공연 등 다양한 행사로 진행되었고 관전하는 시민들에게 노숙인 문제를 올바르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었다.

부대행사로 행사장 주변에는 노숙인 문제와 노숙인 인권과 관련된 내용들을 전시하여 공원을 찾아 온 시민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주로 언론을 통해서 보아온 노숙인문제에 다른 면들이 있다는 것에 관심이 더 해질 수 있었다. 또 엽서에 노숙인들에게 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에는 일반시민들과 어린이들이 참여하여 노숙인들이 하루 빨리 노숙에서 벗어나 사회의 구성원으로 돌아오길 바랬다.

오후 6시가 가까이 되어 문화제는 마무리가 되었다. 이번 문화제를 계기로 여러 학우들이 노숙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대구에서 제 1회 문화제를 가졌다는 데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처음 준비할 때에는 작은 문화제를 생각하였으나 여러 단체들의 참여로 생각보다 큰 행사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였고 많은 것이 준비되어 문화제가 더 풍성하였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애초에 염려하였던 노숙인 당사자들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노숙인들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행사를 준비한 분들과 시민들은 행사장 안에서 참여하고 관람하였지만 공원을 찾은 노숙인들은 행사장 주변 벤치에 앉아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문화제 준비와 취지의 잘못이 아니라 아직까지 노숙인의 상황이 사회적으로 인정되고 용납되기 힘든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노숙인들이 좀 더 사회에 당당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서로 다른 다양한 모습을 인정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너나들이’ 학우들의 후기를 보면 좀 더 노숙인의 인권을 위해 다양한 매체와 행사로 노숙인에 대해 알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 너나들이 후기 “문화제를 준비하며“

“문화제를 준비를 하면서 모두 하나가 되어 함께 하였기에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신창호)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이란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늦게나마 알 수 있었다.” (김재성)

“노숙인에 대한 편견을 깨기란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모른다! 그들도 스스로 일어서고 싶어한다는 것을…” (이현기)

“더이상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울고, 웃으며, 기뻐하며, 즐기는 동안 우리는 벌써 성장했다.” (나찬호)

“이번 문화제를 준비하면서 몸은 비록 힘들지라도 마음만은 참으로 참으로 따뜻해졌습니다. 나의 몸짓 하나 역할극 한 장면에 사람들의 인식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문화제를 준비하는 내내 이 생각이 제 머리 속을 맴돌았습니다. 정말 그렇게 되길 빌며.^^” (이택성)

“문화제를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기획, 홍보, 제작 등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서로 힘들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준비한 우리 ‘너나들이’ 학회원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이달우)

“우리가 생각하는 노숙인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이번 기회로 노숙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장정현)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인권문화제를 준비하면서 서울도 가고, 연극도 보면서 많은 걸 배웠고, 조금이나마 옆을 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26일 인권문화제 파이팅~!” (김기석)

“나 혼자 백 걸음보다 다 함께 한 걸음을~” (김진원)

오해와 편견은 무지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본다. 겉모양, 몇몇 사람의 행동, 선입견… 단순히 자신의 기준에서 남을 판단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앞으로 노숙인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릴 수 있는 행사나 문화제가 활성화되고 노숙인 문제를 우리 사회에서 더 품을 수 있는 때가 되기를 기대하며 노력해야겠다.

권용현 / 대구노숙인상담지원센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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