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칼럼(sw) 2007-04-22   524

<안국동窓> 국민연금 개혁 논리의 허구성

정부와 범여권이 주장하는 국민연금 개혁의 논거는 처음부터 방향이 잘못 잡혔다. 국민연금을 깎지 않으면 자식세대의 보험료가 감당할 수 없이 높아진다는 것이 정부와 여권의 주장이다. 후세대의 보험료가 40%까지 높아진다는 ‘황당한’ 시나리오까지 제시된다. 과연 국민연금이 후세대를 ‘갈취’하는 부도덕한 제도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의 30~50대 대부분은 월급에서 부모 생활비를 부담하며, 동시에 자신의 노후를 위해 연금보험료를 납부한다. 이것을 ‘이중부담’이라 한다. 하지만 현재의 30~50대는 미래에 국민연금을 받게 되므로 그 후세대는 ‘이중부담’의 딜레마가 없거나 적다. 현세대보다 노인부양비 총금액이 절대적으로 적다는 얘기다. 따라서 노인부양 비용이 현세대보다 적은 후세대가 보험료를 더 부담하는 것은 세대간 공평성의 차원에서 당연한 것이며, 이는 후세대를 ‘갈취’하는 것이 아니라 후세대가 짊어져야 할 ‘의무’이자 ‘부채’다.

국민연금 적립기금 198조원 중 약 30%에 해당하는 59조원이 현세대가 낸 보험료에서 나온 투자수익금이다. 이 투자수익금은 미래세대의 보험료 부담을 상당히 덜어준다. 또한 1998년에 연금 수준을 70%에서 60%로 이미 낮추어 후세대의 부담을 많이 덜어주었다. 미래 세대의 과중한 부담을 낮춘다는 개혁 논리는 사교육비 등으로 허리가 휘는 현세대에게 더욱 많은 부담을 강요하는 불공평한 처사다.

후세대의 노인부양비 총량이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면 연금을 깎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재의 급여 수준의 60%를 유지해도 2050년에 국민연금의 총급여액은 국내총생산(GDP)의 7%를 넘지 않는다. 유럽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국내총생산의 10% 안팎을 연금으로 지출하고 있다. 앞으로 43년이 지난 뒤에도 연금지출이 현재 유럽의 노인부양비 수준에 미달하는데 이것이 무슨 ‘치명적인’ 재앙인가?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면 큰 재앙이라는 인식도 공적연금의 기본원리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기금이 고갈된다고 연금 안 주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대부분 선진국은 이미 기금이 없어진 지 오래다. 그래도 보험료와 세금을 합쳐 연금을 주고 있다. 문제는 사회가 감당할 수준이냐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적립금 규모를 갖고 있다. 적립금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문제다. 정부안대로 연금을 개혁하면 무려 국내총생산의 80%를 넘는 기금이 탄생한다. 감당하기도 어려운 천문학적인 돈이 쌓여 있는데 연금 한푼 못 받거나 용돈 수준도 안 되는 연금을 받는 수백만명의 노인이 존재하는 것이 타당한 연금운영 방식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하루에 800억원의 연금 부채가 생긴다는 논리도 참으로 황당하다. 정부안대로 연금개혁을 하면 잠재부채가 없어지나? 액수만 조금 줄 뿐이지 천문학적인 잠재부채는 그대로 남는다. 과거 잠재부채란 개념으로 국민연금을 공격할 때 보건복지부는 공적연금에서 잠재부채란 성립하지 않는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어찌된 일인지 이제는 잠재부채 때문에 연금을 개혁해야 한다고 정반대의 얘기를 하고 있다.

연금 수준을 장기적으로 40%까지 내리려면 전체 노인에게 최소한 10% 수준의 기초연금을 보장해야 한다. 충실한 기초연금이 보장되지 않으면 국민연금은 ‘용돈’으로 전락하고 노후빈곤 예방이라는 제도의 근본 목적이 사라지게 된다. 범여권은 연금이 노후빈곤 예방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들에게 표를 던졌던 사람들이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 다시 한번 숙고해 보아야 한다.

* 한겨레 4월20일자에 실린 내용입니다.

김연명(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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