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 안내면 아이를 사회복지시설에 맡긴다” 각서 쓰게 해

참여연대, 이대부속 동대문병원에 질의 및 해명요구서 발송

한 병원이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은 신생아에 대한 병원비를 받아내기 위해 부모에게 ‘병원비를 안내면 아이를 사회복지시설에 맡긴다’는 각서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 출신으로 월셋방에 어렵게 살아가는 양희석씨(42세) 부부는 7월 12일 한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출산하여 황달 등의 증상으로 이대 동대문 부속병원으로 급하게 옮겨 치료를 받았으나 본인부담금만 5백여만원이 나와 이를 지불하지 못하자 병원측이 아이를 퇴원시키지 않으면서 이런 각서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양씨는 ‘당시에 각서를 강요한 자리에는 병원 원무과장, 계장, 실무자 2인등이 참석하였다’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이는 단순한 직원의 우발적 각서강요행위로는 볼 수 없고, 사회복지시설 출신인 양희석씨를 압박하기 위해 병원차원에서 조직적으로 각서를 강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현재 이대 동대문부속병원측은 ‘각서를 요구한 것은 사실이나 사회복지시설에 넘긴다는 내용을 강요하진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제대로된 설명없이 지정진료비 2백여만원 청구

게다가 지난 8월 19일 양씨에게 발급한 입원진료비계산서 상에서 본인부담금 5백만원 중 지정진료비가 2백만원에 이르고 있다. 지정진료는 법적 근거도 불명확하고 그 폐해가 많아 7월 1일부터 ‘선택진료제도’로 대체키로 한 제도이다. 지정진료는 그 부담이 현저히 높아지게 되므로 반드시 환자본인 또는 보호자의 동의 하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며 이는 서면동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양씨에 따르면 지정진료에 대해 병원으로부터 어떠한 설명을 받은 바도 없다고 한다. 참여연대는 28일, 채무자란 이유로 신체이동의 자유를 가로막은 근거, 반인륜적 각서를 강요함으로써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을 위반하고 형사상 ‘강압’, ‘협박’에 해당하는 범죄일 수 있는 행위를 한 것에 대한 구체적 해명, 지정진료비와 관련해 병원이 제시할 수 잇는 환자 또는 보호자 동의의 근거를 요구하는 ‘질의 및 해명요구서’를 이대 부속병원에 발송하였다.

정말로 우리사회가, 병원이 이래도 좋은 것인가

이러한 사실은 양씨가 각서에 쓴 시한인 8월 22일이 지나도록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하여 아이를 퇴원시키지도 못하고, 정말 사회복지시설에 맡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다가 참여연대에 도움을 요청함으로써 알려졌다. 양씨는 9살 때 모친을 여의고 계모밑에서 자라다가 11살 때 2년 동안 아동보호소에 맡겨지기도 하였다. 아동보호소를 나와 구두닦이를 시작으로 해서 노점장사, 뱃일 등 안 해본 일이 없지만 3개월 전에서야 하루 8천원짜리 쪽방을 벗어나 월세방을 얻어 월세 30만원도 동생의 도움을 얻어 겨우 마련하고 있는 처지이다. 이러한 사회적 약자에게 병원이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기는커녕 월세보증금 압류 등 다른 채무보전수단은 외면한 채 병원비를 더 쉽게 받기 위해 아이를 볼모로 잡는 반인권적인 행위를 저지르고 더 나아가 채무자의 아픈 과거를 이용하여 아이를 사회복지시설에 넘기겠다는 각서를 요구하는 등 반인륜적 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김보영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