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복지예산 2002-08-17   1036

[행사] 청소년 알바들의 축제, 알바페스티벌 개최

‘힘내라, 알바!’캠페인단, 알바페스티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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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Cruck’의 공연모습

“계속 서 있으니까 발 아프고 기름 때문에도 무섭대요. 식사는 메뉴 중에서 가장 싼 햄버거만 매일 먹는대요. 돈 얼마 안받는 일이라 어른들이 하지 않아서 애들이 하는 것이지만 주인들이 애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같아요. 어른들과 똑같이 일하는 건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17일 늦은 4시경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참여연대가 벌이고 있는 ‘연소근로자 최저임금 감액적용조항 철폐’를 위한 서명용지에 서명을 하고 난 한지화(여고, 1년)양 본인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주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생하는 친구들을 많이 봐서 서명을 하게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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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서명에는 1천 여명의 시민들이 동참했다.

참여연대 회원모임 ‘행동하는 젊음 “와”‘(이하 와)는 이날 청소년 노동의 현주소를 알리고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대학로를 찾았다. ‘힘내라, 알바!’ 캠페인의 한 줄기로 계획했던 ‘알바 페스티벌’을 벌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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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패티를 제작하고 있는 ‘데트’의 모습

중·고등학생을 비롯해 대학생들로 구성된 모임인만큼 행사장 곳곳에서는 젊은이들의 끼를 엿볼 수 있었다. 우선, 공연이 시작하기 전 마로니에 공원의 한 쪽에서는 그래피티(graffiti:벽이나 그밖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제작모임인 ‘데트’가 악덕 고용주들의 횡포를 표현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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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뉴젝’의 박태성군은 힙합으로 청소년 알바의 문제를 꼬집었다

청소년 노동의 실태를 알기쉽게 풀어놓은 대자보 전시회와 패러디 영화포스터전도 인기를 얻었다. 무엇보다 이날 ‘와’가 배포한 ‘알자! 알바-알바권리수첩’은 청소년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깨닫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알찬 선물이었다. 행사의 2부에서는 역시 중·고등학생들로 구성된 풍물패, 힙합그룹, 어쿠스틱 밴드의 공연 벌어져 큰 호응을 얻었다.

‘와’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참여연대 사회인권팀 김다혜 간사는 “아이들이 이제껏 자신들의 권리를 못 찾아온 것이 사실이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같은 행사를 통해 청소년 스스로가 일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이날 페스티벌을 함께 준비한 남궁정(중학교 3년)군도 행사의 의미에 대해 “지금까지 사람들이 모른척하고 지내왔다. 문제점에 대한 논의도 제대로 해오지 않았다”며 한번은 꼭 터뜨려주어야 하는 이야기”라고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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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노래패 ‘참좋다’의 모습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나왔다가 서명에 동참한 정성훈(회사원, 32)씨는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스스로 일을 하고 용돈을 벌게함으로써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의 의미를 확실히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기회를 갖기가 어려운 것 같다”며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청소년 아르바이트가 활성화를 이루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자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던 윤은주(회사원, 26)씨는 한편으로 “청소년들이 유흥비를 벌기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지만 고등학교 때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을 해보았다는 그 역시 “청소년들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니 월급에서 까!”

이날 행사장에서는 ‘청소년 알바,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일하던 중 “정말 못해먹겠다”고 생각한 때”에 대한 설문이 즉석에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앞의 질문에 대해 대부분이 “중요한 사회경험이므로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후자에 대해서는 “니 월급에서 까!”라는 주인의 말을 들었을 때라고 답해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청소년 알바실태의 ‘수준’을 알 수 있는 답변이었다. 이밖에도 “이 돌대가리야!” 등의 모욕적인 발언을 듣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정도면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장에서 청소년들이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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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분하고 맑은 목소리로 많은 박수를 받은 ‘레인&리경’

이날 공연은 수유중학교 3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풍물패 ‘터’의 길놀이로 시작했다. 공원 한가운데서 흥을 돋우기 시작한 이들을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둘러싸 장단을 맞추며 흥겨워했다. 이어진 참여연대 노래패 ‘참좋다’는 ‘바위처럼’과 ‘사계’등을 불러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장년층들로부터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저희, 아직은 잘 못해요, 하지만 잘 봐주세요”라며 수줍게 인사를 건넨 경복고 힙합그룹인 ‘뉴젝’은 오히려 무대를 휘저으며 멋진 공연을 보여주었다. 홍대 앞 ‘드럭’의 인기있는 펑크밴드인 ’18Cruck’은 다음 공연자가 부담을 느낄정도로 열띤 공연을 펼쳐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부담스러움을 실토한 청소년센터 ‘하자’의 어쿠스틱 팀인 ‘레인&리경’, ‘윤경’은 감미로운 목소리로 사람들의 열을 식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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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퍼포먼스를 선보인 ‘소니아’

이밖에도 ‘하자 서커스 유랑단’의 단원이자 퍼포먼스 작가인 ‘소니아’는 아르바이트를 포함해 하루살이 하듯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꿈을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는 “꿈을 담은 풍선을 날려보냄으로써 사람들의 소원들이 잘 풀리기를 기원하고 일상에 찌든 몸을 재로써 새롭게 정화하는 일종의 제의식을 벌인 것”이라고 이날 퍼포먼스를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힘든 일상이지만 이에 속박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의 마지막 무대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과격한 고등학생 하드코어 밴드’인 경신고 밴드 ‘LEO’가 올라가 무대를 지켜보며 앉아있던 사람들을 다 일으켜세웠다. 이날의 성공적인 공연을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들은 ‘와’였다. 무대 곳곳에서 땀에 흘린 그들 역시 밴드의 리듬에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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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O’의 공연모습

참여연대는 ‘와’와 함께 현재 ‘힘내라, 알바!’캠페인을 통해 청소년 아르바이트에 대한 철저한 근로감독과 각종 법령의 재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캠페인은 온라인(poweralba.net)에서 동시에 진행중이다.

“지금해결 못하는 문제, 앞으로도 해결 못하죠”

알바페스티벌 기획담당 권병덕(한신대 2년 휴학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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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부터 내리는 비는 병덕 씨를 긴장시켰다. 만족할만큼 준비는 못했지만 날씨 때문에 그간의 공이 무너지는 것은 아무래도 억울했다. 하지만 비는 멈추었고 그는 오늘 “준비에 비해 너무 잘 되었어요”라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늦은 8시가 다되어서야 끝난 행사의 뒷풀이장소에서 만난 그는 ‘와’의 일원이면서 이번 페스티벌을 총지휘한 연출자다.

알바캠페인을 시작하면서부터 페스티벌을 기획한 까닭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실천적인 힘”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동시에 함께 행사를 기획한 팀의 내부결속을 다질 수 있는 기회였다고. 비록 팀원들의 개성이 워낙 강해 의견조율을 하기가 무척 힘들었지만 두 번의 연기 끝에 행사의 막이 올라간 것을 지켜본 그는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가보다. “홍보도 많이 부족했고 행사가 늦춰지면서 팀의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조여가기가 어려웠어요.”라고 말하지만 이미 자체평가를 밑거름삼아 앞을 보고 있었다.

병덕 씨는 청소년들의 문제를 사람들이 잘 알아주지 않는 현실에 불만이 많다. “어른들이 청소년들을 그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혹은 어느것이나 ‘준비해야 하는 사람’으로만 취급하는 것이 정말 안타까워요. 임무와 역할이 주어지는 것이죠.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 확고한 의지을 가지고 있다. “청소년들의 문제는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문제입니다. 우리들의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못한다면 당연히 사회에 나간 후에도 어떤 문제도 스스로 해결할 수 없죠”

그는 한동안 잠적할 것이란다. 전방위 활동가인 그에게 늘 일을 ‘찾아다니는’ 스타일인 것 같다는 말을 건네자 단번에 말한다. “아니요, 일을 ‘만들어요'”. 그를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듯 싶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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