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복지예산 2002-10-07   822

알바피해 충격증언! “세상이 이런 곳인 줄 몰랐어요.”

힘내라 알바 캠페인팀, 피해사례자 인터뷰

알바 피해사례들은 그 종류나 정도에서는 다양하지만, 피해를 겪었을 때의 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경험이 없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의심 없이 믿고 열심히 일하며, 막상 피해를 입어도 설마설마 하며 대응을 하지 못하다가, 나중에 가서는 심한 상처를 받고, 사회에 대한 불신감과 사업주에 대한 강한 복수심에 불타기도 한다.

23세의 김진환 씨는 노동부 진정을 준비중에 있다. 7월에 일했던 알바비를 아직까지도 못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캠페인 사업팀은 그의 ‘드럽고 아니꼽고 치사했던’ 경험과 노동부 진정을 준비하는 지금의 심경 등 알바피해의 생생한 증언을 들어보기로 했다.

인터뷰는 9월 25일 오후 6시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사회인권팀 간사 1인과 ‘행동하는젊음 와’의 회원 4명이 떼거지로 참석하여 진행되었다. 같은 또래들이라 인터뷰는 시종일관 시끌벅적 어수선하게 진행되었다. 여기저기서 쏟아졌던 질문주체를 일괄적으로 ‘캠페인팀’이라 통칭하였음을 밝힌다.

알바 임금주고 안주고는 사장마음?

캠페인팀(이하 캠): 안녕하세요, 우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부분의 피해 알바생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나서기를 꺼려하거든요.

김진환(이하 김): 네. 쉽지 않죠. 저야 성인이지만, 중고등학생들은 더 힘들 것 같아요. 부모님과 학교에 비밀로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일이 커지면 좋을 게 없으니까. 이런 심리를 이용해서 맘놓고 떼먹는 사장들도 있고..

캠: 어떤 이유로 알바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김: 친한 선배가 급하게 부탁을 해와서요. 알고보니, 그 선배도 다른 선배의 부탁을 받았더라구요. 방학이고, 시간도 남고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캠: 어떤 일을 했고, 어떤 피해를 입으셨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주시겠어요?

김: 고속터미널에 보면 상가들 있잖아요. 그 상가 안에 게임CD 파는 상점에서 일했어요. 오전 10시에서 저녁 8시까지 일했는데, 사장님은 가끔씩 오시고, 제가 문열고, 셔터내리면서 혼자 관리했죠. 한달에 80만원 받고, 점심식대로 7만원 받기로 했어요.

알바채용시 고용계약서 작성은 필수

캠: 사장님이 근로계약서 작성하자고 하셨나요?

김: 근로계약서는요…(웃음) 그냥 말로 했죠. 그냥 사장님을 믿은거죠. 암튼, 그렇게 7월 23일부터 8월 1일까지 일했는데, 갑자기 사장님 사정으로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는 거예요. 처음엔 임금같은거 걱정도 안했어요. 친구가 임금 못받을 수 있으니까 얼른 받으라고 했는데, ‘왜 그렇게 세상을 못믿냐..어련히 알아서 주지 않겠냐’ 며 무시했지요. 원래 성격이 그렇거든요. 낙천적이고, 느긋하고… 근데, 사람을 믿은 결과가 이럴 줄은 몰랐네요.

사실 알바 채용하면서 근로계약서 써주는 사업주가 별로 없다. 그래도, 채용될 때 꼭 작성해놓아야 하는 것이, 이 고용계약서다. 원만하게 받을 돈 받게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미리 고용계약서를 문서로 작성해 놓으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캠: 사업주의 사정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임금을 못받은 것은 이해할 수 없네요. 뭐라고 그러면서 안 주던가요?

김: ‘전화하면 조금만 기다려라, 주겠다’ 이러는 거죠. 2주가 넘도록 입금이 안되길래 용산에 있는 사장 사무실로 찾아갔거든요. 가는 길에 비가 갑자기 와서 비까지 쫄딱 맞고 갔는데, 귀찮다는 듯이 ‘가진 현금이 없으니까 계좌번호 적어놓고 가라’며 30분 넘게 기다린 사람 놔두고 그냥 밥 먹으러 나가버리는 거에요. 계좌번호는 이미 가르쳐준 지가 오랜데…기막혔죠. 찾아가기 전까지는 그래도 주겠거니 했는데, 찾아가서 사장 태도를 보니까, 진짜 떼먹을 작정이구나.. 라는 생각 들면서 진짜 열받기 시작했죠.

캠: 비까지 맞으며 일부러 찾아갔는데.. 많이 화났겠어요, 어떻게 하셨나요?

김: 화 무지 났죠..(웃음) 화났지만, 삼촌뻘 되시는 분한테 심하게 화낼 수도 없고, 답답했죠. 또 지금 생각하면 바보같았던게, 찾아간 그날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거기 직원이 박스 좀 옮겨달라고 그랬는데, 열심히 그것까지 도와줬어요. 에휴..

그렇다. 대부분의 알바생들은 임금을 떼이고도 어른들에게 제대로 독촉하지 못한다. 많은 경우 오히려 업주가 큰소리치며 협박을 하면 당황하거나 두려워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이럴 경우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 주변의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야하는데, 청소년 알바의 경우 거의 음성적으로 일하고 있어 그런 도움조차 받지 못할 때가 많다.

▲ “제 권리를 찾겠습니다”김진환(23)씨. 사업주의 일방적인 해고에도 불구하고 임금조차 받지 못해, 참여연대 알바캠페인단과 함께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돈보다 중요한 내 권리를 찾겠다

캠: 그날 이후로도 독촉을 해봤나요?

: 찾아갔던 날이 8월 17일이었는데, 전화해도 소용없고, 아직까지 돈은 들어오지 않고 있어요. 떼먹으려는 거죠.

캠: 받아야할 돈이 얼마에요?

김: 제가 계산했더니 384,955원이었어요. 월급 80만원에 7만원 식대를 더해서 열흘치 계산을 했거든요. 최소금액이에요. 사실 점심값을 7만원으로 잡았는데, 그럼 하루 식대가 2500원씩 계산한 거잖아요. 근데, 주변식당에서 밥 먹으려면 거의 4000원 이상 들거든요. 에이, 이런 얘기는 생략하고, 약속한 최소 임금이라도 받았으면 좋겠어요.

캠: 임금을 주지 않고 있는 사업주한테 하실 말씀 많죠?

김: 사장님 믿고 열심히 일했는데, 조카뻘 되는 학생에게 이러시는거 넘 비양심적인 거 아닌가요? 사장님 조카나 자식이 사회에서 그런 일 당하면 기분이 어떨지 묻고싶어요. 이렇게 계속 발빼면서 미루다보면 제가 지쳐서 포기할 줄 아셨겠지만, 전 끝까지 제 권리 포기하지 않을거니까 사장님도 알바생 돈 떼먹어도 된다는 생각 고치셨으면 좋겠어요.

캠: 노동부 진정하는 것은 처음일텐데 어렵지 않았어요?

김: 참여연대 사회인권팀에 상담하고 도움을 받아서 진정서 작성했는데, 생각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요. 피해입은 다른 친구들도 ‘귀찮은데 나만 좀 손해보고 넘어가지 뭐..’ 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아 나갔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걸 보여줘야죠.

캠: 앞으로 이 일이 어떻게 해결됐으면 좋겠어요?

김: 전 받을 돈 받고, 사장님도 생각 고치시고. 그럼 좋죠.

캠: 돈 받으면 뭐할거에요?

김: 여기 친구들한테 함 쏠까요?(웃음) 음…지금 저에게 돈의 액수나, 돈을 받는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 같진 않아요. 돈 받으면, 뭐…사고싶은 거 사고 그러겠죠.

캠: 함 쏘시죠(웃음) 농담이고요, 혹시 여자친구 있어요?

김: 아니요.

캠: 음… 알바하느라 여자친구도 못 사귀신 건가?

: (웃음)그건 아니구요.

캠: 취미가 뭐에요?

김: 독서…(웃음) 아니고, 축구랑, 당구. 운동하는거 좋아해요.

캠: 여성상은?

김: 왜 자꾸 그런걸…소개시켜주시게요?

캠: 인터뷰기사 나가면 연락올지도 몰라요. 전화번호 띄울까요?

다같이: (웃음)띄워,띄워!

그에게 일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물어봤더니, 별 어려움은 없었고, 여러 가지로 재밌었다고 대답했다. 매장관리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 사장눈치 안보며 자기시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고. 알바피해 경험을 듣는 자리였음에도, 즐거운 인터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피해를 피해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고자 노력하며 과정에서 이루어졌던 인터뷰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사회복지 자원활동가 조은영

사이버참여연대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