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11-10   683

“간격 좁히기”와 “빈틈 메우기”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매서운 영하의 추위가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한다. 차가운 바람과 흰 눈이 어떤 이에게는 스키장 전경과 낭만을 떠올리게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힘겨운 일상의 겨울나기를 강요한다.

경제위기에서 비롯된 절박함과 정권 초기의 활력은 사회복지의 지평을 확대시켰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간의 정책대결이 이루어지리라는 순진한 희망은 사라졌고 병역비리, 대북지원설 등과 관련된 무책임한 폭로가 계속되고 있다. 심지어 특정후보의 출생비밀을 운운하는 인신공격의 단계까지 접어들고 있다.

힘겹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을 돌파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더욱 아니다. 오히려 적당히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것이 개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험난한 세상을 개개인의 힘으로 헤쳐나가는 것은 나약한 우리들에게는 너무 버거운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그리고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라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해야한다. 희망을 불씨를 피우기 위한 작은 노력을 담고자 했다.

우선,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사회복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리해보고 싶었다. 선거판에서 정책과 쟁점이 무슨 역할을 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도, 여전히 고집스럽게 정책대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복지는 이념적 대결로 이해되어서는 곤란하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 그 자체라는 점에서 실용적 접근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복지정책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목표는 “간격 좁히기”와 “빈틈 메우기”일 것이다. 소홀히 생각했던 제도의 빈틈을 메우고, 현실과 이론간의 간격을 좁히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복지 공급과 전달체계에서 조합의 역할에 관심을 기울이고자 했다. 국가 중심의 복지체제에 대한 집착 혹은 신자유주의의 도도한 흐름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으로서 협동조합의 존재는 “간격 좁히기”와 “빈틈 메우기”를 추구하기 위한 고민의 산물이다. 물론 협동조합이 국가나 시장을 전면적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존의 복지체제가 가진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임에는 분명하며,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고, 이루어야 할 목표들은 너무 많다. 그러나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티끌 모아 태산을 이루는 것이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를 떠올리며,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정홍원 / 본지 편집위원,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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