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2-10   893

2001년 지역주민운동의 전망과 과제

“빈민”운동이 아닌 “지역주민”운동인 이유

전통적인 빈민운동은 크게 두 가지 형태를 띠고 있었다.

하나는 빈민지역에서 철거 등의 이슈에 대응하거나 일상적인 주민자치조직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일용건설노동자, 노점상 등 빈민들을 직업별로 조직해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 중 후자의 일용직·임시직의 문제는 80년대부터 지금까지 노동운동의 범위에 속해 있었으며, 노점상은 다른 형태의 빈민운동이나 노동운동과도 또 다른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사실, 80년대 대도시 지역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철거투쟁을 비롯한 빈민운동은 빈민지역에 기반한 지역운동이라 평가할 수 있다.

최근 90년대에 들어와서는 또 다른 형태의 빈민운동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이번 호의 다른 글들- 최저생활에 대한 기초보장, 사회보험, 보건의료, 실업, 주거 등 -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다. 또한 빈민지역을 근간으로 했던 빈민지역 역시 빈민지역이 재개발 등으로 거의 다 해체되어 버린 상태에서 과거와 같은 위상을 지닐 수 없다. 이에 빈민지역을 근간으로 했던 빈민운동 조직 및 활동가들은 이제 “지역주민운동”이란 명칭하에 보다 포괄적인 지역적 범위에서 주민자치를 지향하는 운동으로 그 위상을 재정립하였다. 따라서 이 글은 전통적인 “도시빈민운동”의 과제와 전망이 아닌 “지역주민운동”의 과제와 전망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지역주민운동의 회고

그간 지역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나아가 주민자치를 이루기 위한 활동은 부단하게 이어져 왔다. 정부의 정책 등에 대항하는 주민들의 집단저항에서부터 주민들의 공동체 형성을 통해 대안적인 주민자치의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활동까지 그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활동들을 크게 세 가지로 범주화하여 분류하면 다음 그림과 같다.

[표 1]

분류 형태 장점 단점
외부자극을 통한 조직화 사안을 관철하기 위한 집단동원

-대중적

-대중적 정치력의 형성

-일시적, 즉자적

-사안이 끝난 이후에 주민조직의 지속성 유지가 어려움

프로그램 중심의 일상활동 주민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및 운용

-일상활동 유지가 용이

-차분하고 다양한 주민교육이 가능

-지역현안에 대한 구성원의 대처 미흡

-주민 주체의 세력화 미흡

공동체 형성과 마을만들기 뜻이 맞는 이들끼리 모임운영 -주민공동체의 대안제시

-주민참여의 활성화 전제

-고립성의 위험

-대중적인 참여의 어려움

-지역세력화 미흡

외부자극을 통한 조직화 활동은 쓰레기 소각장 건설반대운동이나 철거운동과 같은 주민들의 집단적인 저항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한 프로그램 중심의 일상활동은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활동에서부터 녹색가게의 운영, 주민도서실의 운영, 사회학교의 운영 등으로 다양한 이슈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마을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주민들의 자발적 실천활동들도 최근에는 급속도로 확산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실천활동들 속에는 각 유형이 갖는 장점과 더불어 단점들이 나타나고 있다(위의 표 참조). 이러한 장점과 단점을 가르는 기준은 각 유형의 활동들이 얼마나 주민들로 하여금 지역사회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기여하고 있는가 하는 것과, 그 과정을 통해 주민들의 건전한 의식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참여란 자신들의 이해에 국한된 문제에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이웃들, 더 나아가 사회 전체와의 연대의식을 통한 참여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는 지역주민들의 의식 발전을 동반하지 않고 가능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건강한 의식이란 개인의 이해와 공공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차원을 의미한다. 또한 건강한 의식이라 함은 집단들 속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체화(體化)된 의식을 의미한다. 즉, 공동체 의식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의 활동은 위의 세 가지 유형이 모두 혼재되어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 유형의 활동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매우 활성화된 유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한 와중에 드러나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비교적 오랜 기간의 경험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이에 쓰레기 소각장 반대투쟁을 경험했던 주민들이 지속가능한 주민운동조직을 건설하여 다양한 활동을 시도하고 있는 군포나 금호동의 철거민들이 임대주택 입주 후에 주민자치조직을 건설하기 위한 활동 등 그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 유형 역시 오랜 동안의 활동경험들이 축적되어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그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들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 수동적인 위치에 처해져 있던 주민들이 개별적이나마 서서히 지역활동의 주체로 부각되는 성과들이 이러한 활동유형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세 번째 유형의 경우는 90년대 말부터 불어닥친 하나의 “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곳에서 이러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 구체적인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시도되고 있는 사례는 그에 비해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 광명의 “아름다운 아파트 만들기”,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마을 공원” 등의 사례들이 속속 그 성과를 내오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특히, 2000년은 1999년부터 시범 실시된 주민자치센터에 대해 전국의 풀뿌리 주민운동 조직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시기였다. 주민자치센터는 동사무소의 기능 이전과 관련하여 각 동사무소에 “주민들의 자치능력 강화와 지역공동체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민관합동 형태의 센터이다. 그러나 주민자치센터의 설립 및 운영이 일방적인 관주도의 문화프로그램 중심으로 채워지면서 그 원래 취지를 못 살리고 있다. 이에 각 지역의 주민운동 조직들이 결합하여 바람직한 민관 파트너쉽에 의한 주민자치의 전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몇 지역에서는 주민운동 조직이 몇 개의 프로그램이나 전체 운영을 위탁받기도 하였으며, 많은 지역의 조직들이 주민자치센터와 구체적인 결합을 꾀하고 있다.

일상의 조그만 활동들로부터 “함께” 실천하는 활동으로

2000년과 2001년은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수치적인 대이동기(大移動期) 이지만 내용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도 달라질 것도 없는 삶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0년을 마감하고 2001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전망과 과제가 돌출될 이유가 별로 없다. 다만, 지금까지의 지역주민운동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과제와 전망을 살펴보는 차원에서 이 글은 지역주민들의 삶과 생활, 의식에 보다 천착한 운동의 발전전략에 대한 것만을 언급하고자 한다.

[표 2]

  장점 단점
주민대변전략 · 개방적

· 공공적 성격 강함

· 효율적 조직활동과 실천

· 전문성의 전면적 부각

· 대안적 제도의 변화용이

· 대중사업으로서의 한계

· 주민들 자체의 영향력 강화에 미흡

· 의식화, 주민들의 직접 참여 미흡

· 대안적 공동체 비젼 제시 못함

· 정치 및 언론 영역의 정상화와 함께 위축전망

주민조직화전략 · 주민들의 의식화 지향

· 주민들의 직접적인 영향력 강화

· 주민들의 참여 활성화

· 근본적인 사회변화와 대안사회의 비젼 제시

· 이해와 공공성의 갈등

· 변화의 속도가 느림

· 제도적 변화에 민감하지 못함

· 성과확인의 어려움

지역에서 사회운동을 하는 조직 및 단체들이 보이는 활동전략을 앞의 표와 달리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의 “주민대변전략”은 소위 “중앙”의 시민단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략이다. 이는 아직도 부조리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에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며, 이미 우리 사회에서 그 유용성이 확인되고 있다. 이에 지역에서 일하는 많은 지역운동단체들도 이와 같은 전략을 기본적인 활동내용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용성과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활동전략은 소위 “전문가”들 또는 소수의 활동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문제를 갖는다. 이러한 활동전략은 지역활동의 주체가 되어야 할 주민들에게 계속해서 수동적인 모습을 강요하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대변전략을 구사함에 있어서도 주민들이 주체가 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는 전문가 주도성이 아닌, 일반 주민과 전문가들이 어떻게 수평적 연대나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인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지역주민운동은 주민들이 지역사회의 주인으로, 지역활동의 주체로 나서도록 하는 운동이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은 단기간의 활동으로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가 힘들다. 또한 사회적으로 그 성과를 과시하기도 힘든 활동양태이다. 그러나 이 사회를 보다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은 주민들의 주체적인 활동과 이를 통한 건강한 의식으로의 발전 등을 통해 가능하다. 물론, 가시적인 제도의 변화 역시 주민들의 주인됨을 자극하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도가 덜하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제도의 변화만으로 이 사회가 주민자치라는 지역주민운동의 이상적 목적이 달성될 수 없다. 따라서 문제는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누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내느냐 하는 것이다. 주민자치는 효율성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위 “마을 만들기”에 대한 관심이나 “주민자치센터”에 대한 관심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이슈가 지역주민운동에 있어 매우 전망있는 이슈들이 될 수 있는 것은 주민들 속에서 주민들과 부딪히며 이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도록 촉구하고 자극하며 격려하는 과정을 통해 그 성과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과의 직접적인 접촉면을 늘리고, 그 생활에 동참하여 일상의 조그만 활동들로부터 “함께” 실천하는 활동들이 보다 많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이호 /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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