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2 2002-04-02   562

3.6보육사업활성화 방안에 대한 비판

보육의 책임, 국가와 사회가 나눠져야 한다

3월 6일 정부에서 ‘보육사업 활성화방안’을 발표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문서의 명의가 비어있었다. 보육 문제를 어느 부처의 주무로 할 것이며, 그 예산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던 차였기에 이 문서의 명의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첫 장을 보니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이 방안의 추진배경이란다. 여성부의 흔적이다. 보육아동과 시설현황 같은 상세한 이야기가 나오니 현재 주무부서인 복지부의 흔적이고, 정부의 예산지원 방안과 보육료 소득공제한도를 넓힌다는 얘기까지 나온 것을 보면 기획예산처나 재경부와도 사전협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 같다.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유치원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으로 보아 안타깝게도 교육부는 방안마련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뒷쪽으로 가니 보육료 규제와 보육정보 네트워크 관련 사업은 행자부 소관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있다.

일단은 반가운 얘기이다. 보육문제를 사회적으로 풀기 위해 부처간 장벽을 넘어 공동으로 방안을 마련하기까지 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지 않은가. 보육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이라는 점은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대충 훑어볼 때는 보이지 않던 몇 가지 문제점이 반가움을 반감(半減)시키고, 이를 넘어 반감(反感)을 갖게까지 한다.

공보육 활성화 방안은 없었다

이번 보육사업활성화방안 어디에서도 ‘보육의 공공성’에 대한 언급이나 고려가 없다. 결국 활성화된 보육사업의 책임과 부담은 개별 부모에게로 떠넘겨지는 것이다.

3월 6일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지자체별로 보육시설의 보육료 상한선을 설정·운영 중이나, 이를 정부지원을 받는 보육시설에 한정하여 운영하고 그 수준도 시설등급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 밝혔다. 이후 정부는 3월 14일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며 재차 낸 보도자료를 통해 보육료 상한선 제도 폐지를 결정한 바 없고,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며 자치단체장이 지역여건을 고려하여 신축성있게 자율적으로 상한선을 결정하기로 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축성과 자율성 고려가 상한선 폐지와 어느 정도의 차이를 가질 지는 지켜보아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보육료가 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보육료 상한선 제도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있다.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상한선 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론이 그 하나이다. 현실에서는 단체 유아복을 맞추는 비용 등에서 보육시설이 비용보전을 하고 있고, 상한선은 있으나 규제조치가 미미한 상황에서 상한선 폐지가 보육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둘째는 보육의 질에 따라 부모가 시설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일부 보육시설과 공동육아조합 등을 통해 규제의 외곽에 보육의 질과 비용에 대한 선택이 일어나고 있고 이를 현실

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공립시설 보육아동 30%는 되어야

그러나 믿고 아이를 맡길 보육시설의 문제와 별도로 보육에 대한 국가책임이 미미한 상황에서 보육료 자율화는 보육의 질적개선과 무관하게 보육료의 인상을 낳을 것이 뻔하고, 앞서 지적한 것과 마찬가지로 보육료의 인상에 대해 정부가 어느 정도의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국공립시설 보육아동이 14%정도밖에 되지 않고, 정부지원을 받는 민간시설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이 비율은 30%를 넘지 않는다. 보육료의 자율화나 국가가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는 선언은 적어도 국공립시설이 전체 시설의 30%를 넘는다던가 정부지원시설 보육아동이 50∼60%를 넘겨야 나올 수 있는 이야기이다.

정부도 인정하고 있듯이 요즈음 보육시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고, 국공립을 제외한 민간시설은 정원의 85%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몇 년 전 국민연금기금에서 민간보육시설에 거액을 융자해 주었다가 이를 상환하지 못해 민간보육시설 원장들이 국민연금기금운용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이자를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다니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보육료를 자율화하는 것이 서비스 질의 향상이나 교육여건의 개선으로 직결될 것이라 단언할 수 없다. 오히려 과잉 시설투자나 무리한 아동유치, 보육시장의 질서가 문란해 질 암담한 미래를 그려볼 수도 있다.

구지 부연하지 않더라도 보육료 자율화는 현재 보육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 저소득층에게 더욱 불리한 상황을 만들 것이 분명하다. 영유아 보육법 개정이 현안으로 남아있지만 소득에 따른 차등보육료의 지원 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시설에 대한 지원만을 강조한다면 보육에 투자된 공공재원은 오히려 분배구조의 약화를 불러 올 수 있다. 또 자율화된 보육료를 감당할 수 없는 저소득층 밀집지역 어린이집이 없어지거나 이사를 가버리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가정보육모보다는 보육교사 자격기준 강화를

보육활성화방안의 또다른 문제인 가정보육모제도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베이비시터를 국가가 인정하는 제도 안으로 포섭하겠다는 발상이다. 부모들은 보육교사가 아이를 돌보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기를 바라고 있다. 오히려 현재 보육교사의 양성과정과 자격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가정보육제도 도입은 깊은 고민에서 나온 대안이라 여겨지지 않는다.

영아전담시설을 대폭 신축하고 야간과 휴일, 24시간 등 시간연장형 특수보육시설을 확충한다는 것, 방과후 보육시설도 대폭 확충한다는 등의 보유사업 활성화 방안에 담긴 나머지 내용은 시행만 잘된다면 긍정적 효과를 거둘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보육사업, 특히 국가 보육정책의 방향을 어디로 향하게 할 것인가가 단기적인 대책이나 시행방안보다는 더욱 중요하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예상치 않았는지, 이번 보육사업 활성화 방안이 장기적이 아닌 단기적인 대책이며, 정부의 보육정책 기조가 공보육 활성화에서 변화된 것이 아님을 재차 확인시키고 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고 이번 방안의 실현을 위해 528억원의 추가재원을 마련해 총 4,880억원의 예산을 보육사업에 쓰겠다고 한다. 공보육 활성화에 뜻이 있고, 추가재원을 마련할 정도로의 의지가 있다면 그 기조에 맞는 사업부터, 기초부터 충실히 다져나가는 것이 정도가 아니겠는가. 내어놓은 카드가 그렇지 않은데, 본심은 아니라고 강변해 보아야 증명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여성단체와 보육관련 시민단체 등은 보육예산 확충과 보육료자율화 저지를 걸고 서명운동에 돌입했고,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위해서도 노력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가 보육을 시장에 내맡기려 한다는 의혹에서 벗어나려면 여성들의 목소리에, 사회적 욕구를 귀기울여야 한다.

박숙미(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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