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3 2003-08-12   688

2004년도 최저생계비의 쟁점과 과제

최저생계비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을 의미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 5조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다음 년도 최저생계비를 매년 12월 1일까지 공표하여야 한다. 그리고 최저생계비의 결정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되어 있고(6조 2항), 국민의 소득.지출 수준과 수급권자의 생활 실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도록 되어 있다(6조 1항). 이렇듯 우리 나라에 최저생계비가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도부터인데, 지금까지 불과 네 번의 발표가 있었다.

최저생계비를 둘러싼 문제들

최저생계비는 매 5년마다 계측조사를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데, 1999년에 계측조사를 실시하였으므로 2004년에 다시 실측을 하여 2005년의 최저생계비를 결정하게 된다. 내년도는 비계측년도로서 금년도 최저생계비를 이용하여 추정하게 되는데, 현재 심의 중에 있다. 법상으로는 최저생계비를 추정하는데 있어서 국민의 소득·지출수준, 수급권자의 생활실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물가상승률만을 반영하고 있을 뿐인데, 정부가 최저생계비를 발표한 역사가 짧은 만큼 최저생계비의 계측방식, 그 수준, 그리고 적용 방법에 대한 논란이 많다. 최저생계비를 둘러싼 문제점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물가상승률만 적용하는 문제

먼저 정부에서 발표한 2003년도의 4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표1>과 같이 102만원인데, 이는 1999년도에 보건사회연구원에서 계측한 중·소도시의 최저생계비에다 물가상승율만 반영하여 추정한 금액이다. 그런데 물가상승율만을 적용해서 조정하는 방식은 일반 가구와의 격차를 더 크게 벌린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또한 물가상승율 적용 방식은 소득, 기호의 변화 및 기술의 발전에 따르는 변화 즉 필수품의 내용 및 질적 수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서 추정되어야 할 연도와 계측연도간의 시차가 클 경우 일반적으로 추정 최저생계비의 과소 추정폭이 크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표1> 2003년도 가구원수별 최저생계비

※ 7인 이상 가구 : 1인 증가시마다 148,834원씩 증가(7인 가구 1,456,738원 등)

이와 같은 문제는 <표2>를 보면 알 수 있다. 1988년과 1994년의 최저생계비는 정부에서 발표한 공식적인 최저생계비가 아니고, 복지부에서 용역을 받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계측한 최저생계비이고, 1999년도의 최저생계비는 보건사회연구원에서 계측한 최저생계비를 당시 중앙생활보호위원회에서 심의.조정을 거쳐 복지부장관이 최초로 발표한 최저생계비이다. 1999년도의 4인 가구 최저생계비 901,357원은 당시의 4인 가구 전가구 가계지출의 48.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물가만 반영하여 조정한 2002년의 최저생계비는 43.1%에 불과하다. 또한 평균 소비 지출과 비교해보면 1999년에 56.4%였던 것이 2002년에 50.1%로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1999년도의 최저생계비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동안의 조정 과정 속에서 지나치게 낮은 상승률을 반영함으로서 최저생계비의 수준을 지나치게 낮게 만들었고 일반가구 생활 수준과의 격차를 더 확대했다고 볼 수 있다.

<표2> 최저생계비와 평균 가계지출, 소비지출, 근로자가구 소득과의 비교

(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03년도 최저생계비 전문위원회 회의 자료(2003. 6)를 수정하였음.

중·소도시의 표준가구 기준의 문제

또한 현재의 최저생계비는 1999년 계측 당시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표준가구(젊은 가장, 가구원 모두 건강, 중·고생 없음, 노인 없음, 장애인 없음)의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중·소도시의 최저생계비를 전국적으로 단일하게 적용함으로서 대도시 지역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보기엔 많이 모자라는 액수라고 할 수 있다.

최저생계비 선정의 개선안

최저생계비 조정 방식의 변경

따라서 현재 수급자 선정을 위한 소득기준이자 현금급여기준으로 사용되는 최저생계비의 문제점을 가능하면 빨리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선 물가만 반영하는 조정방식의 변경이 필요하고, 대도시, 중소도시, 농촌별로 기준을 차등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는 대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방치된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농촌지역의 주민들이 반발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에 시행할 수 없다고 하나 농·어촌지역은 현 수준에서 동결, 중·소도시, 대도시지역은 인상하는 방안도 있다. 다만 대도시 근교 농·어촌의 경우는 중·소도시와 동일하게 적용하면 될 것이다.

가구 유형별 계측 및 설정 필요

가구 유형별 최저생계비의 계측 및 설정이 필요하다. 현행 5년에 한번씩 계측하기로 되어 있는 최저생계비 규정과 별도로 가구 유형별(장애인가구, 노인가구, 학생가구) 최저생계비의 계측이 필요하고 그 계측에 따라 해당 유형의 가구에게는 수급자 선정과 급여에 있어서 일반 가구와 달리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참고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2000), 장애로 인한 추가 소요 비용이 신장장애인의 경우 383.9천원, 발달장애 338.0천원, 정신지체 217.5천원, 뇌병변장애 199.0천원, 의료비가 83.3천원, 교통비로서 29.1천원이 필요하다. 추계된 추가 비용에 따라 선정시 해당 비용을 소득공제해 주어야 하고, 급여시 부가급여를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 구성 변경

지금까지의 최저생계비 추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구성과 무관치 않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규정에 따라 최저생계비와 급여기준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하도록 되어 있는데, 중생보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행정자치부·노동부·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차관과 공익대표 5인 총 10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최저생계비의 결정을 위해 몇 차례의 회의를 진행하게 된다. 필요한 경우 공청회를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였고, 최종 결정을 위하여 중생보위 산하에 전문소위를 구성하여 안건을 제출토록 하고 있다. 보통 중생보위와 전문소위에서는 어떠한 추정방식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논란이 있게 되는데, 공익위원이 상대적으로 적게 참여하게 되어 있는 구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동안 전문소위의 다수 의견을 무시한 경우도 있었고, 중생보위에 참여하고 있는 공익위원들이 최종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사태까지 벌어진 적이 있다.

최저생계비는 최저생활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비용으로, 실계측을 하지 않는 연도의 결정방식은 계측치와 비교하여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결정되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물가상승률 적용 방식을 선택한 것은 결과적으로 중생보위에 다수 참여하고 있는 정부의 의도대로 결정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기초보장법상에 최저생계비를 중생보위에서 심의 의결하도록 되어 있는 것은 전문가와 공익대표를 참여시켜 정부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결정을 막도록 한다는 취지는 퇴색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허 선 /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hersun@s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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