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연금정책 1998-11-26   622

‘고용실업대책 및 사회보장 확충 촉구대회’

국민복지 권리 선언 발표

일시. 장소 : 1998년 11월 26일 (목), 정오, 명동 상업은행앞 개혁광장

‘개혁을 위한 시민행동’에 참여한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등 18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목) 정오 명동 개혁광장(상업은행 앞)에서 ‘고용실업대책 및 사회보장 확충 촉구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성 명 서 ]

노동시간단축, 사회보장 확충으로 대량실업 위기극복의 전제를 마련하자

IMF 구제금융 1년을 맞이하는 우리는 정부 고용실업대책과 사회보장정책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을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불과 1년 사이에 무분별한 정리해고와 기업도산으로 200만에 가까운 실직자가 거리로 쏟아져나왔으며, 가족의 품을 떠나 찬바람 속에 길거리를 헤매는 실직노숙자의 숫자도 2만을 헤아린다. 사회보장제도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우리사회에서 실업은 곧바로 한가족의 생계수단을 잃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생계파탄지경에 이른 가족들이 뿔뿔히 흩어지고, 아동과 노인들의 유기가 늘어나는가 하면 생계형 범죄, 자살의 급증 등 대량실업으로 인한 위기적 징후는 우리사회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사태가 이러할진데 대다수 국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비웃기나 하듯 소득 상위계층은 오히려 1년 전에 비해 소득이 늘어나 빈부의 격차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구조조정과정에서 국민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마땅히 했어야 할 분배정의 실현, 사회보장 확충 등 사회통합을 위한 과제들은 실종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생계파탄의 위협 속에서 막막해하는 국민들이 늘어가는 한편에서 갖은자들은 오히려 그 부를 늘려가며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길 바라며 ‘이대로’를 외친다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상황을 개혁하지 않고서 어떻게 국민적 동의 속에서 개혁을 추진할 것이며 경제회생을 위한 구조조정의 성공을 논할 것인가?

정부도 실업사태가 가져올 혼란상을 염려해 여러 가지 고용·실업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에 의한 정리해고는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수조 원의 돈을 쏟아 부은 실업대책은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정부의 고용·실업대책의 기조가 자본의 이해와 국민의 이해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노동시장의 유연성만을 금과옥조처럼 되뇌이고, 분배정의와 사회보장 확충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복지병 운운하며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지난 1년간 엄청난 희생을 감내하며 경제회생을 위해 고통을 전담해온 우리 노동자와 국민들은 정부의 고용·실업정책의 근본적인 방향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첫째, 일방적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법정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를 실시하라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정리해고를 중단하고 고용보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의 시기에 고용을 보장하고 일자리를 지키는 유일한 방안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이를 위해서 법정 노동시간을 2000년까지 주 40시간으로 단축해야 하며 산업별, 기업별로는 협약을 통하여 주 35시간까지 단축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소득보전기금 마련 및 고용보험법상 노동시간단축 지원금 등을 확충해야 한다. 재원의 일부는 경제위기의 책임당사자이면서도 어떠한 고통분담도 하지 않고 있는 재벌의 탈법 은닉 재산환수, 금융소득 종합과세 등 조세개혁, 국방비 절감 등을 통하여 충당하는 것이 마땅하다.

둘째, 공공부조의 대폭확대를 통해 저소득실직자의 생계보장 대책을 마련하라.

이를 위해 기존 생활보호제도를 대체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즉각 제정하라

현재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한시적생활보호나 공공근로의 경우, 그 효과성을 의심받아왔으며 실제로 저소득실직자의 생활보호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용보험이나 기존 생활보호제도로 포괄하지 못하는 신규실업자, 일용직노동자, 실업급여소진자, 가족노동종사자나 자영업파산자 등 100만 명을 훨씬 넘는 사람들이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바, 이들의 기초적인 생계보장을 위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서둘러 제정되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국가의 공공부조를 확대해서 실직 등으로 인한 생계곤란가구에 대해 식품, 의료, 자녀교육, 주거 등 기본적인 생계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셋째, 정부 실업대책기구들의 통합성을 높이고, 실직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통합적인 고용·복지 원스톱서비스 체제를 마련하라

국민들이 정부의 실업대책을 피부로 느낄 수 없다는 것은 실직을 당한 사람에게 실제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고려하지 않고 노동부, 복지부, 행자부, 지방자치단체 등 각 부처별로 여러 가지 대책들을 나열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부처별로 어지럽게 진행되고 있는 실업대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실업대책 총괄기구를 구성하고 여기에 노동자 등 민간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기본적으로 실업대책은 실직자에게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손쉽게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실직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가까운 곳에서 편리하게 구직정보를 얻을 수 있고, 직업훈련이나 생계지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원스톱창구이다. 기존 동사무소를 주민복지사무소로 과감하게 개편하고, 여기에 실직자들이 구직등록만 하면 직업소개, 직업훈련 안내, 공공근로참가신청, 생계가 어려운 가구의 생계지원에 관한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원스톱창구를 하루빨리 개설하라.

넷째, 정부 실업대책에 민간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라

현재 민간단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실직자 지원사업에 나서고 있으나 정부의 지원이나 협조는 미진한 편이다. 물론 과거정부에 비추어본다면 현정부가 각종 정책결정이나 집행과정에서 민간의 참여폭을 늘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업극복을 위해서는 공공기관, 기업, 노동조합, 민간단체, 종교시설 등의 효율적인 네트워크가 갖추어져야 한다. 더불어 정부가 반드시 이러한 네트워크 운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할 것이다. 더불어 실직자들의 조직구성과 자구적 노력, 민간단체들의 실업자지원활동에 대해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정부, 각종 공적기관들은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1998. 11. 26

국민복지권리선언

모든 국민은 인간이기에 존엄하며 그 존엄성은 성, 직업, 빈부 기타 여하한 이유에 의해서도 차별을 받을 수 없다. 이러한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는 핵심적 도구는 사회복지에 대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데 있으며, 이는 현대 국가의 핵심적 기능이기도 하다. 선진 복지국가에서는 사회복지의 권리를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국제연합(UN), 국제노동기구(ILO) 등 많은 국제기구에서도 사회복지권이 보편적인 인권의 하나임을 천명하고 이의 실현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의 확충을 세계 각국에 촉구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은 최저한의 인간다운 생활 즉, 기초생활이 보장되어야 지켜질 수 있다. 생존의 위험에 노출된 국민은 최소한의 존엄한 삶을 지키기 위해 생존권 보장의 책임이 있는 정부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각종 사회복지 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우리 나라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사회복지를 국민의 보편적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노력은 극히 미흡하였다. 우리 헌법 제34조 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생존권 기본권을 명백히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 정부는 이러한 사회복지에 대한 권리를 제도적으로 실현시키지 못하고 있다. 사회복지권에 대한 국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는 ‘약육강식’과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라는 야만이 지배하게 된다. 최근에 급격히 진행되는 범죄, 살인, 가정파탄 등은 최저생활의 보장이 안돼는 사회가 어떤 상황에 도달할 수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IMF 구제금융하에서 소외된 실업자,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정부가 방치한다면 이는 국가의 존재 이유를 포기하는 것이여, 정부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저성장·고실업구조에서는 시혜적이고, 선별적인 생활보호제도로는 국민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없다. 정부는 어떤 국민에게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주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우리는 정부가 소득, 의료, 주거, 교육 등 모든 기초적인 삶의 영역을 포괄하는 ‘국민복지기본선’을 공표하고, 이의 구체적 실현을 위해 국가예산의 확보와 ‘기초생활보장법’의 입법화를 서두를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1998년 11월 26일

IMF 1년, 개혁을 위한 시민행동 참가단체 일동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경실련,기독교사회선교협의회, 녹색교통운동, 녹색연합, 민주노총,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보건의료연대회의, 서울경인지역사회복지계열학과연대기구(준), 열린사회시민연합,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노총, 한국방송프로듀서 연합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

사회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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