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노인정책 2006-02-08   1535

졸속 노인수발보험법의 성급한 실시 반대

급여 수준과 급여대상, 재원조달방식, 인프라 및 사회적 합의과정 등 모두 문제있어

정부는 어제(2/7) 국무회의를 열어 ‘노인수발보험법’ 제정안을 확정하고, 2008년 7월부터 치매ㆍ중풍 노인들에 대한 공적수발서비스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공적 장기요양서비스의 확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입법예고안이 명칭의 부적절성부터 급여수준의 미비, 급여대상의 협애성, 공적인프라 구축 등 준비 미흡, 민간시설 중심의 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부담상승과 질 저하, 정부의 재정적 책임 방기 및 사회적 합의 부재 등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많은 문제를 담고있어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노인수발보험법은 국고부담율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는 등 당초 입법예고안보다도 오히려 더욱 후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논란이 되고 있는 노인수발보험법 제정안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의 기형적이고도 일방적인 제도 설계 및 시행계획을 중단하고, 우선적으로 공공시설을 늘여나가면서 장기요양서비스 대상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 도입은 충분한 검토를 한 연후에 시행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동안 ‘공적노인요양보장추진기획단’ 등을 통한 논의과정에서 장기요양보장제도 도입 방안이 지속적으로 후퇴되어 왔으며, 특히 최근 입법단계에 와서는 일방적으로 정부에 의해 개악되어 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안이 긍정적으로 재검토되기를 기대해 보았지만,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노인수발보험법안은 그 동안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히려 독소조항을 추가하여 실망만을 안겨 주었다.

가장 큰 문제는 수발보장사업비용의 국고지원분을 법률에 명시하지 않기로 한 부분이다. 이는 보험가입자 및 수익자 부담 원칙 하에 예외적으로 정부가 재정 형편을 감안하여 예산반영 금액만큼만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5년 7월부터 사회복지사업법 및 노인복지법 등 관계법령에 따라 일반 재정으로 무료 및 실비에 의한 공적 노인요양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이를 위한 시설 및 서비스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 책임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수발보험을 도입하여 국민에게 비용은 전가하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은 정치적 생색내기에 다름 아니다. 우리 국민은 건강보험 재정에 있어서도 정부가 국고지원을 약속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건보재정에 악영향을 미쳤고, 결국 그 부담은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으로 전가되었던 역사적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노인수발보험법에 국고부담을 명문화하지 않는 것은 건강보험의 전철을 다시 밟겠다는 것과 같다.

한마디로 현재 정부가 내놓은 장기요양제도라면 굳이 시행할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해악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가장 핵심인 공적인프라 구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에서의 보험제도의 도입은 시기상조일 수 밖에 없다. 구체적인 문제점을 다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급여대상의 협애함이다. 정부는 2010년 수발서비스가 필요한 인구는 전체 노인의 12%에 달하는 65만명으로 예상하면서도, 중증요양노인에게만 제한하여 2010년 수발보험 적용대상이 전체 노인의 3.1%인 16만6천명에 그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전국민에게 보험료를 부과하고도 판정 관문을 통과한 극히 일부 노인에게만 보험급여를 제공하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중증장애인도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보험료를 납부한 전국민을 우롱하는 설계가 아닐 수 없다.

둘째, 급여내용과 급여비용도 문제이다. 현재와 같은 제한적인 급여내용으로는 비급여부분이 필연적으로 많이 발생하여 중산층 이하의 실질적인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급여비용 중 본인부담은 20%이고 나머지는 보험재정과 국가ㆍ지방정부가 부담한다고 하나 등급별 한도액이 정해져 있으며, 이를 넘어서는 비용은 100% 본인이 부담하게 되어 있다. 등급별 한도액에 따라 실제 본인부담 수준이 상당히 높을 수 있으며, 민간 시설에서 건강보험과 마찬가지의 다양한 비급여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이 부담 역시 고스란히 보험가입자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결국 대상도 극히 일부이고, 보험도입으로 인한 비용부담 축소 전망도 밝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왜 보험을 성급히 도입해야만 하는가? 현재와 같은 수발보험의 도입은 제도에 대한 가입자의 불만과 불신이 초래될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

셋째, 이 제도를 관장할 공공전달체계의 신뢰성 문제이다. 정부가 노인수발평가원이란 뜬금없는 발상을 관철시키려다 자진철회한 것은 다행이며, 노인수발사업을 건보공단으로 일원화하기로 한 결정은 별도 조직의 설립시 관리운영비용의 증가와 관리조직의 이원화에 따른 운영상의 문제발생을 크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건보공단이 수발시설의 지정이나 수발급여비용의 심사 및 지급, 급여 실시내역 조사와 같은 전달체계 관리 및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다.

넷째, 가장 큰 문제로서 공적 시설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건강보험이 지닌 민간공급자의 이윤추구행위로 인한 비용상승에 이은 재정취약성과 국민부담 가중, 그리고 보장성의 취약이라는 악순환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지점임에도 이 부분에 대해 정부는 전혀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민간시설 위주의 설계를 강행하고 있다.

다섯째, 요양서비스 사각지대의 발생 문제이다. 정부의 법률안대로 하더라도 본인부담금 부담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은 이 제도에 의한 요양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나, 정부의 법률안에는 이에 대한 보완장치가 충분치 않다. 정부가 계획하는 사회보험을 주된 방식으로 하는 노인요양보장제도의 도입에 앞서서 정부 책임하에 자치단체가 주관하는 서비스 급여로서의 공적 노인요양서비스가 먼저 전면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해소를 위하여 상호 보완관계를 가지는 진정한 보편적 노인요양서비스체제와 그 인프라 구축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사회적 합의과정을 무시한 점이다. 그간 시민사회단체 및 전문가까지 동원하여 3년간에 걸쳐 각종 논의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최초 정부법안 공개 1주일 전에 기존의 ‘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 ‘노인수발보험제도’로 갑자기 바뀌는 것을 위시해서 ‘노인수발평가원’의 설립조항 신설 등 정부에 의한 일방적인 설계가 강행되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를 강조해 온 정부가 고령사회에 가장 긴요한 제도가 될 장기요양제도 있어서는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현재의 노인수발보험법은 그 내용이나 추진과정에서 졸속적이고 기형적인 측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기초로 국민의 요양서비스를 해결하려는 것은 불충분할 뿐아니라 더 큰 왜곡과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장기요양보험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졸속안을 전격적으로 실시하려는 정부입법안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공공인프라 및 전달체계 확보 등 적정한 시행조건을 확보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될 때까지 시행을 유보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와 국회의 신중한 재검토를 촉구한다.

사회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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