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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복지동향 200호 발행
  • 건강보험/보건의료
  • 2003.01.21
  • 1531
  • 첨부 3
글리벡이 한국에 들어온 후 1년 반, 그것은 백혈병 환자의 생명이 25005원과 17862원 사이에서 저울질 당한 시간이었다. 노바티스는 한국의 신약결정기준 'A7개국의 평균가'를 근거로 25005원, 24050원, 23045원을 순서대로 주장해왔다.

한국정부가 스스로 친 덫에 걸린 꼴이다. 이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1)17862원으로 결정, 3개월후 조정 2)23045원으로 결정, 단 3개월후 적용'이라는 두 안을 두고 노바티스와 합의하지 못한 채 2002년을 마무리했다.

우리는 17862원, 23045원은 환자가 먹을수 없는 가격임을 누차 주장해왔다. 그러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환자의 의견을 충분히 안다', '환자의 참석을 약속한다'는 거짓말을 해왔다. 더욱이 민주노총, 한국노총, 전농 등 가입자 대표들이 건강정책심의위원회를 탈퇴한 상황에서 환자의 입장이 얼마나 반영될 지 우려스럽다.

만일 진전된 가격 협상의 결과 없이, 21일 열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전 논의수준 대로 글리벡 약가가 결정된다면, 이는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 건강보험 가입자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며 오로지 노바티스사에만 이익을 가져다 주게 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다시 한번 A7개국의 평균가가 아니라 환자가 약을 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글리벡 약가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약가결정 기준은 '환자가 먹을 수 있는 가격'이어야 한다.

글리벡 1알당 가격이 17862원이든 23045원이든 한국의 환자가 사먹을 수 없는 가격이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소득이 286만원 수준(2002년 말 기준)인 나라에서 한달 약값으로 최소 약 210만원~280만원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급성기,가속기 백혈병 환자들은 약 430만원~7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노바티스와 한국정부가 벌여온 협상은 '돈이 없으면 죽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2. A7개국의 평균가는 한국의 환자들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가격이다.

1인당 GDP로 약값을 환산해 보면 선진 7개국의 약값은 한국 약값의 39.7~66.5% 수준으로 우리나라 보다 글리벡이 비싼 국가는 7개국 중 1군데도 없다. 상식적으로 미국에서의 25000원이 한국에서의 25000원과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이러한 수치는 본인부담금을 염두에 두고 다시 생각해보면, 이들 선진 7개국의 약값은 한국 약값의 4.7~64.7%정도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선진 7개국의 평균가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약을 사먹어야 하는 환자에게는 선진7개국보다 비싼 약값이며, 결코 사먹을 수 없는 가격임이 분명하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지적된 바처럼 수입약가의 가격결정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이러한 다국적제약회사의 이익 앞에 국민의 생명이 농락당하는 일이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차제에 수입약가 결정방식의 개선 논의를 본격화하여야 한다.

3. 노바티스의 투자비용을 공개시켜야 한다.

2002년 미시간주를 비롯한 미국의 29개주 검찰이 워싱턴 연방지법에 브리스톨-마이어스(Bristol-Myers Squibb)의 '탁솔'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탁솔의 원료인 '파클리 택셀'은 미 국립암연구소에 의해 최초로 개발되었으나 브리스톨-마이어스는 특허권 조작을 하여 98년 이후 54억 달러에 이르는 이윤을 챙겼다. 미시간주 검찰총장은 "미 국민들의 세금으로 개발된 약으로 어마어마한 부당이익을 취한 브리스톨의 행위는 더욱 혐오스럽다.

수많은 여성들이 암치료를 거부당하고 있는 동안 브리스톨은 택솔 하나로 수십억달러를 챙겼다."고 비난했다. 글리벡 역시 상당부분을 세금의 혜택과 민관연구기관의 연구지원을 받아 개발되었다. 글리벡은 1960년대부터 30년간 수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연구된 백혈병의 원인과 치료방법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1991년부터 1998년까지 미국 오레곤 암재단과 노바티스의 공동연구로 개발된 약이다. 98년부터 4년간 임상실험을 하는 동안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아 노바티스가 임상실험에 소요한 비용의 50%만큼 세금공제를 받았다. 정부는 노바티스가 '합리적 보상'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23045원이 글리벡을 개발하는데 들인 노바티스의 노력의 댓가로 합리적인지 검토해야 한다.

4. 글리벡의 생산원가를 공개시켜야 한다.

노바티스가 제출한 글리벡 특허자료와 시약전문 생산업체인 시그마알드리치의 브로셔를 근거로 계산한 글리벡 원료의약품 1kg의 생산원가는 6499달러이다. 글리벡 한알의 함량이 100mg이므로 글리벡 한알당 원료비는 고작 66센트에 불과하다. 노바티스가 제시한 가격은 원료비의 30배에 이른다. 이 가격조차 소매가로 계산한 것이므로 도매가로 시약등을 구매한다고 하면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다.

우리는 건강정책심의위원회에 엄중히 경고한다. 17862원과 23045원 사이의 줄다리기는 몇백명의 환자를 살인하는 행위이다. 최소한 A7개국과 한국의 경제수준, 본인부담률 차이를 고려하고, 노바티스가 제시한 가격이 합리적인지 글리벡 개발에 대한 투자비용과 글리벡 생산원가를 근거로 심사하라. 이러한 전제가 선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약가를 결정하는 것은 환자들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것이다.

2003년 1월 21일

글리벡 문제해결과 의약품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한국백혈병환우회

GIST환자모임
사회복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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