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료급여 혁신은’ 사회복지 정책을 ‘내팽개치는’ 것

1월 12일자 복지부 국정브리핑에 대한 반론

보건복지부는 1월 12일자 국정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의료급여 개정안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라면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급여제도혁신위원회에서 심사숙고 끝에 결정한 정부정책에 대해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면서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노동ㆍ농민ㆍ여성ㆍ학술ㆍ의료ㆍ법률ㆍ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의료급여개악 저지공대위’ 는 복지부 국정브리핑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힌다.

의료급여 진료비 급증은 정부의 훌륭한 정책 결과

의료급여 진료비(국고+지방비)는 2005년 3조 2370억원으로 2001년 1조9495억에 비하면 66%가 증가하였다. 반면 건강보험은 동일시기 기준으로 39% 증가하였다. 의료급여 진료비는 특히 2004년 이후 두드러지게 증가하였다. 의료급여 진료비가 급증한 이유는 정부가 차상위 계층 중 희귀난치성 질환자, 만성질환자 그리고 아동을 의료급여 대상자로 지정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칭찬받아 마땅할 복지부다운 정책이다. 그렇게 훌륭한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가장 중요한 실책을 범하였다. 의료급여 대상자가 대폭 확대될 경우 그만큼 의료급여 지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재정 추계를 게을리 한 것이다. 정부는 2005년 의료급여 진료비 예산을 2조8천억으로 책정하였으나 실제 지출은 이보다 4천 억 원이 더 많은 3조 2천 억 원이었다. 대상자가 대폭 확대된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자연증가분 정도만을 추산한 결과이다.

복지부의 책임 떠넘기기

이렇게 급격한 증가에 대한 대비를 미리 세우지 못한 보건복지부는 그 책임을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전가하려 한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법정 본인부담이 없어 의료남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유시민장관이 쓴 의료급여 혁신 대국민보고서는 그런 시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의료 수급권자의 의료남용을 막지 않는다면 의료급여 제도의 지속 가능성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 이상의 의료급여 확대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거의 협박에 가깝다. 우리가 의료수급권자의 의료남용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정부의 원인 진단과 그에 대한 대책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잘못된 원인진단과 그로부터 나온 잘못된 대책은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건강을 심각히 위협할 수 있다.

핵심 쟁점을 다시 명확히 하자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의료급여 혁신 정책은 목표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의료급여비 재정절감이 목적인가 아니면 합리적인 의료이용을 유도하는 것이 목표인가. 우리는 보건복지부는 전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마치 후자를 위해서 정책을 시행하는 것처럼 변죽을 친다. 급증하는 의료급여비를 줄이기 위해선 그 대책은 명확하다. 바로, 의료급여 대상자 확대정책추진을 중단하고, 기존 수급권자의 의료이용을 못하도록 법정 본인부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재정절감을 위해서는 이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러나 만일 정부가 이를 목적으로 추진한다면 사회복지를 내팽개치고 국민의 건강권을 부정하는 것으로써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바로 이것인 것 같다. 만일 진심으로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의료남용과 중복투약이 문제라서 ‘의료급여 혁신’ 정책을 시행한다면 우리가 지적한 문제점들을 다시 심사숙고해 보길 바란다. 우리는 이미 여러 방법을 통해 의견을 충분히 밝혔다.

첫째,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통계에 대한 지적이다. 처음에 1종 수급권자는 건강보험에 비해 무려 3.3배나 더 의료이용을 많이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스스로 수정한바 있듯이 외래의 경우 1종 수급권자는 건강보험에 비해 1.48배에 불과하였다. 이것도 우리는 질병의 중증도가 보정되지 않은 것임을 제기한바 있다. 결국 의료남용에 대한 정부의 이해는 잘못된 자료에 근거하여 매우 과장되어 있다.

둘째, 본인부담제의 도입은 의료남용을 억제하기는커녕 정당하고 필수적인 의료이용만을 줄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는 국외 연구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저소득층은 본인부담이 ‘0’원이더라도 의료이용은 고소득층에게 본인부담을 50%로 설정할 때와 같다. 만일 저소득층에게 25%의 본인부담을 물리면 이때의 의료이용 정도는 고소득층에게 무려 95%의 본인부담 때와 같다. 이는 그만큼 저소득층의 경우 작은 돈이라도 의료이용의 경제적 장벽으로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비록 건강생활 유지비라 하여 월 6000원을 보조하더라도 그것의 실효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셋째, 극히 일부 수급권자의 의료남용은 적절한 ‘사례관리’로도 충분하다. 예로, 정부가 예로 든 것처럼 파스를 1년에 1만매 이상 처방받는 것은 합리적 의료이용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의료급여 사례관리사의 면밀한 실태조사와 주의만으로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남용의 가능성만으로 의료수급권자에게만 급여 대상에서 파스를 제외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사회적 차별이다.

넷째, 선택병의원제는 주치의제도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선택병의원제는 주치의제도와 같다고 하나 사실이 아니다. 주치의 제도는 1차의료의 문지기 역할로서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진료를 제공할 목적으로 있는 것이지,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 더욱이 정부가 선택병의원제 대상자 선정을 마치 약물오남용으로 인한 피해를 막고자 도입한다고 하나 그것은 매우 잘못된 인식이다. 예로 의료급여일수가 한개 질환으로 455일을 넘거나 기타 질환으로 545일을 넘는 것은 정상적으로도 매우 흔하다. 퇴행성관절염, 전립선 비대증, 만성 두통으로 3개의 진료과를 이용하면 의료급여일 수는 1100일이 된다. 이런 경우를 마치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하여 과다 중복 투약자로 해석하는 것은 복지부가 의료이용 양상조차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도 못함을 스스로 고백한 것에 다름 아니다.

다섯째, 플라스틱카드의 도입은 인권 차별적 발상이다. 사실 보건복지부가 단지 극히 일부에서 일어나는 의료남용을 막고 합리적 의료이용을 유도하고자 정책을 시행한다면 플라스틱카드 도입은 아예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플라스틱 카드의 기능은 사실 1종인지 2종인지, 본인부담대상자인지 여부, 선택병의원제 대상 여부 등을 확인할 목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건강보험 대상자와 달리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도입하려는 것은 수급권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고착화시키는 역할만을 할 뿐이다.

다시 한번 묻는다. 의료급여 혁신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 재정절감인가? 합리적 의료이용의 유도인가? 만일 후자라면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고 전자라면 사회복지를 내팽개친 참여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2007.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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