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0 2000-06-10   1112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 이후의 쟁점과 평가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은 기존의 “장애인고용촉진등에관한법률”을 근간으로 하여 복지적 요소를 가미한 즉, “중증장애인과 재가장애인”에 보다 초점이 맞추어진 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공단이 전적으로 운영하던 “고용촉진기금”의 1/3을 “보건복지부”가 집행할 수 있도록 하였고, 따라서 이전에 공단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부 중심의 직업재활 패러다임을 노동부와 복지부가 균형적으로 운영 및 집행을 할 수 있는 상호작용적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것이 변화의 핵심 줄기라 할 것이다. 이에 노동부와 복지부는 각각 그 후속작업을 시작하였는데, 노동부는 본법에 의거한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작업을, 복지부는 본법을 실행하기 위한 “직업재활사업계획(안)” 작업을 각각 착수하였다. 복지부는 지난 1월 14일 8인의 실무작업반(Task Force)을 구성하여 두달에 걸쳐 사업계획(안)의 초안을 마련하였으며, 후속작업으로 3월 16일 “장애인직업재활사업계획수립을 위한 워크샵”을 개최하여 실무작업반에서 준비한 사업계획(안)을 발표하였다. 이와는 별도로 노동부는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작업을 하여 3월 31일 입법예고 하였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의 평가와 쟁점

본법에 의거한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의 주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노동부와 복지부간의 권한 배분에 대한 부분이며, 둘째는 “직재법” 제정의 취지인 “중증장애인과 재가장애인”에 대한 현실 적용력에 대한 부분이다. 이 두 가지의 쟁점 모두 본법에서 많은 조항들이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어, 시행령·시행규칙에서라도 구체적인 기준과 내용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실제로 시행령·시행규칙에서는 대부분 “협의의 방식” 내지는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어 법 주체의 혼란과 함께 법해석상의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여지가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우선 노동부와 복지부간의 권한 배분에 대한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행령·시행규칙에서는 대부분의 항목이 “노동부장관과 복지부장관”이 협의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농후할 뿐 아니라, “직재법”을 제정할 당시의 입법 취지인 노동부와 복지부의 권한을 적절히 분배하고 그 운영과 집행을 균형적으로 분화하고자 하는 정신을 위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협의의 내용과 수위가 어떠한지 그 구체성을 알 수 없으며 또한 노동부장관과 복지부장관이 공단 이사장에게 대부분의 권한을 위임하게 되어 있어서 권한을 본법에서 시행령·시행규칙으로, 시행령·시행규칙에서 다시 공단으로 재위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어 있어 권한과 법해석의 혼란과 충돌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법해석상의 논쟁 차원만이 아니라 실제 집행상에 있어서도 복지부는 사업계획서만을 작성하고 공단에 제출하여 단지 사업 및 예산을 계획하는 업무만을 맡게 되고, 실제 운영과 집행은 공단이 하게 되어 있어 집행상의 이중구조를 초래하는 것뿐 아니라 본법의 취지인 복지부의 자율성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내포한다. 즉 법을 둘러싼 쟁점만을 본다면 “직재법”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공단 중심으로 운영하게 되어 있으며, 99년 한해 수천의 장애인 및 장애인단체들의 투쟁의 열매를 이전의 방식으로 회귀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게 한다.

다음으로 “직재법” 제정의 취지인 “중증장애인과 재가장애인”에 대한 현실 적용력에 대한 부분이다. 본법 제9조에서 제12조의 구체적인 내용인 시행령·시행규칙(안) 제15조에서 18조는 기존에 공단의 고용정책 및 서비스에서 경증장애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던 중증 및 재가장애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입된 프로그램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항들 역시 대부분 본법에서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어 시행령·시행규칙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기준과 내용들을 명시해야 함에도 시행령·시행규칙에서는 기준 및 내용이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어 이 또한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특히 시행령 제18조 “지원고용”의 경우는 처음 도입된 프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정의”부터 모호하여 현장에서 적용하고 실천하기에 매우 어렵게 만드는 기제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애인직업재활사업계획서(안)”의 평가와 쟁점

사업계획(안)을 둘러싼 쟁점으로는 첫째, 충분한 의견수렴 및 논의절차의 배제를 들 수 있다. “직재법”의 태동 배경이 전장애인들의 불만과 욕구에 기반하고 있다는 역사적 사실들은 법안 및 사업계획에 있어서도 전장애인들의 충분한 의견을 반영해야 하는 필연적 당위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 3월 16일 복지부 주최로 열린 “장애인직업재활 사업계획수립을 위한 워크샵”에서 개괄적인 발표를 한 것 이외에는 복지부가 당초 약속했던 충분한 의사수렴과정이 현재까지 없었으며, 이는 복지부가 사업계획(안)의 주 내용을 독단적으로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에게든 노동의 문제는 중요한 부분이다. 더욱이 장애인에게 노동을 통한 직업재활은 장애인이 사회내에서 정상화되는 것 뿐 아니라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가장 기초적인 수단인 동시에 자아를 실현하는데 있어 필연적인 요소라고 할 때에 전장애인의 직업재활을 논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에 있어서 장애인들의 충분한 토의는 당연히 수반되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장애인의 입장에서 장애인의 욕구가 반영되어 집행될 수 있도록 주무부서인 복지부는 우선적으로 고려했어야 함에도 7월 1일 시행을 목전에 둔 현재까지 여타의 의견을 토의할 장을 전혀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나 관료주의적인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로는 직업재활센터 중심의 전달체계의 적절성의 부분이다. 복지부의 사업계획(안)의 핵심은 복지관 중심의 직업재활센터 운영이라 할 수 있다. 우선 1차년도에 35개소 복지관을 선정하여 기존 “직업재활팀”에 신규인력 및 예산지원을 함으로써 “지역사회직업재활센터”로 확대·보강하여 전체 지역사회내의 장애인의 욕구(need)를 반영하는 동시에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복지관 중심의 직업재활센터 운영계획은 현재 복지체계속에서 원만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는 면밀한 검토가 충분히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복지관이 갖는 복지적 장점에 대해서는 재론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지만, 복지관 중심의 센터가 복지관, 장애인시설, 장애인단체 등을 아울러 전체적인 조정 및 지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수 있다는 복지부의 전제는 현실적인 면에서 적지 않은 우려를 낳게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주로 장애인들이 유형별(종별) 특성에 따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가지며, 따라서 복지관의 이용대상자는 주로 아동 및 청소년을 중심으로 하는 개별대상자에 국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직업재활센터가 지역사회내에서 유기적으로 조정적 역할을 수행하는데에 결정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며, 또한 전체 장애인의 참여를 통한 직업재활법의 성공을 도출해내는데 장애물로 등장할 여지가 높을 것이다.

결론

장애인의 직업재활은 단순히 다원적 사회의 “직업”선택의 문제를 넘어 자본주의 사회를 구성하는 거대한 한 축으로서의 “노동”의 문제이며, 노동시장으로의 효과적인 진입 및 접근을 위한 “재활”로 이해되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노동관계에서 배제되어 있는 장애인들은 사회발전을 속도에 힘입어 새로운 형태와 방법 등을 통하여 노동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 국가복지가 열악한 한국사회의 풍토에서 장애인의 직업은 노동의 문제이며 따라서 직업재활법은 국가복지의 토대 구축이라는 거시적 패러다임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직업재활은 장애인이 사회내에서 자조적으로 살아 갈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시급하게 요구되는 과제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일련의 과정들은 이러한 욕구와 기대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신뢰를 갖기에 매우 어려운 형편이며, 따라서 전장애인들의 적극적 개입과 참여가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직업재활법 본래의 의도와 의미를 충족되기 위해서는 우선 복지부의 직업재활사업계획이 이제부터라도 장애인들과의 충분한 토론과 참여를 통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7월 1일 시행을 놓고 시간에 맞추어 계획과 과정을 맞추는 조급한 졸속행정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비젼을 놓고 숙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직업재활사업이 올바르게 진행되기 위하여 노동부와 복지부는 우선적으로 장애인을 위한다는 대상자 중심의 원칙아래 협의하여 보다 효과적인 정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직재법”은 그 중요성만큼이나 현재 많은 논쟁과 과제가 남아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장애인 및 관련부처간의 유기적 결합 및 효과적 운영을 위한 상호교류는 시대가 요구하는 소명이며, 장애인뿐 아니라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복지발전이라는 측면을 상기할 때에 충분한 관심을 갖고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참고 자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직업재활법 1년의 결실과 과제 워크샵 자료집」, 1999

보건복지부, 「장애인직업재활사업계획수립을 위한 워크샵 자료집」, 2000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2000년 장애인복지시설 직업재활실무자 연수회 자료집」,2000

오도영 /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기획팀장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