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양심고백은 정치개혁을 위한 제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김근태 의원 처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는지 의문

1. 11월 22일 검찰은 지난 2000년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당시 권노갑 고문한테서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고백한 김근태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는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응답하여 양심에 따른 고백을 한 정치인에 대한 가혹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불법정치자금 수수를 고백한 김 의원을 처벌하자는 사회적 요구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으며 용기 있는 고백이 실정법에 의해 처벌되는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2. 안타깝게도 비정상적이고 불법적인 정치자금은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불법정치자금은 돈과 조직이 지배하는 낡은 정치유산을 만들어왔다. 이 때문에 우리는 부패정치 청산을 위한 제도개선을 정치권에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치개혁을 원하는 국민적 염원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무관심과 외면으로 인해 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김근태 의원의 행동은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문화를 위한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해왔다.

3. 그러나 검찰이 김 의원을 기소함으로써 정치개혁을 위한 양심고백은 그 취지와 상반되게 실정법 위반 문제로 변질되고 말았다. 고백한 것은 처벌되고 감춰지고 은폐된 것은 처벌받지 않는 부조리를 과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부패방지법”에서도 공익제보자의 경우 그 처벌을 감경하거나 면제해 주는 규정을 두고 있다.

김근태 의원의 고백이 “부패방지법”상의 공익제보는 아닐지라도 양심에 따른 행위이고 자신을 포함한 전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점에서 내부고발자로 간주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내부고발”이 보호받지 못하고 처벌된다면 제2, 제3의 양심고백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4. 만약 검찰의 조치대로 김근태 의원이 기소되고 처벌된다면 불법 정치자금 조성 관행은 더욱 음성화되고, 양심적인 “내부고발”은 위축될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깨끗한 선거를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가 자신을 희생해 낡은 정치에 경종을 울리고자 한 양심적 정치인을 법정에 세우는 것과 부합하는지 검찰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아울러 김근태 의원의 고백은 음성적 정치자금 수수라는 과거 정치 유산을 개혁하는 제도 개선의 계기로 삼는 것이 바른 길이다. 끝.

이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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