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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인상
  • 2019.03.26
  • 148

'주머니 속의 송곳' 검사 안미현... 그 혼자서는 안된다

[2018 의인상 수상자 이야기] ② 강원랜드 채용비리 부실 수사와 외압 폭로한 안미현 검사 

 

참여연대는 2018년 참여연대 의인상 수상자 5인의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로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부실 수사와 외압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참여연대는 1994년 창립 때부터 공익제보자들을 보호하는 법제도들을 만들고 여러 가지 지원 활동을 변함없이 펼쳐 왔습니다. 그리고 국가ㆍ공공기관의 권력 남용, 예산 낭비, 기업ㆍ민간기관 등 조직의 법규 위반, 비윤리적 행위 등을 관계기관에 신고하거나 언론ㆍ시민단체 등에 알린 공익제보자와 권력남용을 공개하거나 맞서 민주주의 후퇴를 막는데 노력한 시민들의 용기와 헌신을 기리고자 2010년부터 의인상을 제정해, 매년 12월에 상을 드리며 응원하고 있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밤, 조선 숙종 때 집권당파 노론의 수장인 영의정 집 앞에 사헌부 감찰들이 모입니다. 영의정의 죄상을 판자에 낱낱이 기록해 그의 집 대문 앞에 내걸어 그 죄상을 백성들이 널리 볼 수 있게 알렸습니다. 드라마 <해치>의 첫 회,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장면입니다. 
 
재상 등 고위 관료들이 비리를 저지르면 사헌부 감찰들은 밤에 그 집 앞에 모여 판자에 그 죄상을 적고 연서명해 그의 집 대문에 내걸며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조선시대 검찰인 사헌부 감찰들의 이 같은 집단행동을 '야다시(夜茶時)' 또는 '칠문(漆門)'이라 했답니다.

물론 극중 사헌부도 오늘날 검찰의 모습과 그리 다르진 않습니다. 사헌부 수장인 대사헌(지금의 검찰총장)과 노론 출신인 다수의 감찰들은 안팎에서 외압을 받고 노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축소·은폐 수사도 서슴지 않습니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감찰들의 활약상이 극을 이끌어 가긴 합니다만...
 
이 시대 검찰에는 부당함에 맞선 검사들이 전혀 없었을까요?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와 자신이 속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낱낱이 드러낸 검사를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안미현 검사입니다.

 

 

조선시대 사헌부 감찰들의 '야다시' 오늘날에도 있다

안미현 검사의 이야기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서 시작됩니다. 2013년 강원랜드 신입사원 518명 중 493명이 인사 청탁이나 부정 합격, 초과 선발 등을 통해 채용된 사건입니다.

당시 춘천지검은 1년 넘게 수사하고도 2017년 4월, 최흥집 전 사장과 인사팀장 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끝냈습니다. 채용비리 규모에 비해 부실한 수사 결과에 논란이 이어지는 건 당연했습니다. 여론에 떠밀린 검찰은 2017년 9월 전면 재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검찰은 재수사를 통해 최흥집 전 사장이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관의 부탁을 받고 면접 점수를 조작해 21명을 합격시켰고, 채용자격도 안 되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전직 비서관을 채용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검찰은 염 의원 보좌관과 최 전 사장을 업무방해와 강요 등의 혐의로 2017년 12월에 구속 기소했습니다.

그런데 2018년 2월 4일, 안미현 검사가 MBC <스트레이트>에 출연합니다. 안 검사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합니다. 안 검사에 따르면, 2017년 2월 춘천지검으로 발령받아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를 맡자마자 지검장으로부터 분명 보완 수사를 지시받습니다. 그러나 2017년 4월, 검찰총장을 만나고 온 최종원 당시 춘천지검장은 최흥집 전 사장에 대해 '내일 불구속하는 것으로 하라'며 정반대의 수사 종결 지시를 내립니다.

안 검사는 2017년 9월 사건 재수사를 맡았지만, 늘 대검찰청에서 수사가 막혔다고 합니다. 당시 대검에서는 핵심 브로커에 대한 압수수색 방침을 반려하고, 최흥집 전 사장의 구속방침도 두 차례 반려했습니다. 안 검사는 피고발인 권성동 의원을 소환조사하려 했으나 대검에서 반려됐다고 밝혔습니다. 어쩔 수 없이 염동열 의원만 소환조사하는 것으로 수사계획을 바꾸게 됐지만, 정작 염 의원 조사과정에 담당 검사인 안 검사는 배제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이미 법원에 제출한 증거들 가운데 최흥집 전 사장의 대포폰 녹취록과 통화내역과 같이 권성동 의원과 오 모 고검장의 청탁과 외압 혐의를 드러낼 결정적 증거를 철회하라는 지시를 여러 경로로 받았습니다.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뿐 아니라, 권성동 의원의 외압이 있었던 겁니다.

안미현 검사의 폭로, 강원랜드 수사의 새 물꼬 텄다

안 검사의 폭로 뒤인 2018년 2월 6일,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이 꾸려졌습니다. 안 검사는 수사단에 8차례나 참고인으로 출석해 협조했습니다. 그러나 수사단의 수사는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결국 안 검사는 2018년 5월 15일, 직접 기자회견을 엽니다. '문무일 현 검찰총장도 권성동 의원 소환조사 방침에 대해 질책했다'는 사실을 추가로 폭로했습니다. 

안 검사의 추가 폭로 뒤, 수사단의 수사가 달라집니다. 우선 대검찰청과 권성동 의원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권성동 의원을 소환조사하고 2018년 7월에 구속영장까지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고 말았습니다. 수사단은 2018년 7월 16일, 권성동·염동열 두 의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업무방해죄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수사단은 2018년 10월 9일에 권성동·염동열 의원, 검찰 고위 간부 등의 '수사외압'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혐의 처분을 하고 말았습니다. 수사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정작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지목된 김우현 현 인천지검장은 입건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월 8일, 최홍집 전 사장이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아 수감되는 등, 강원랜드 관련 인사들에는 모두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지난 1월 23일, 자유한국당은 권성동·염동열 두 의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를 슬그머니 풀어줬습니다. 그리고 권성동 의원은 안 검사를 명예훼손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죄 등으로 고소하며 보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검찰 내부에서는 안 검사를 징계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직무와 관련된 사항에 관하여 검사의 직함을 써서 대외적으로 그 내용이나 의견을 기고·발표하는 등 공표할 때에는 소속 기관장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검사윤리강령 제21조를 위반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 규정이 검사의 양심선언이나 공익제보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일자, 법무부는 2018년 9월 14일자로 소속 기관장에 '신고'만 하면 직무에 관한 검사 개인 의견을 외부에 기고·발표할 수 있도록 검사윤리강령을 개정했습니다.

안 검사와 같이 현직 검사로서 검찰 지휘부와 국회 법사위원장인 현직 국회의원 등의 수사 외압을 폭로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위계질서가 강하고, 개인의 의견 표명이 제한된 검찰에서 수뇌부 등의 외압을 폭로한 것은 신분상, 직무상 불이익과 조직 안팎의 압력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용기있는 행동입니다.

무엇보다 안 검사의 폭로 뒤, 부실 수사와 외압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된 검찰이 수사단을 꾸리면서 사건 수사에 새로운 물꼬가 트였습니다. 참여연대가 지난 2018년 말에 안미현 검사에게 의인상을 드린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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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2월, MBC 뉴스데스크와 스트레이트를 통해 강원랜드 채용 비리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와 외압을 폭로한 안미현 검사 (MBC 뉴스데스크 화면)

 

안미현·서지현·임은정 검사의 용기, 검찰개혁의 불씨로 살려가야

안미현 검사가 용기 내서 검찰 수사의 문제를 드러내지 않았다면, 검찰은 권성동·염동열 두 의원을 기소하기는커녕 제대로 수사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2018년 1월 29일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인사상 불이익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해 우리 사회 미투를 이끌어냈습니다.

지난 2월 17일에는 임은정 검사가 "나는 고발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2015년 서울남부지검 내 성폭력 사건을 검찰총장까지 나서 조직적으로 축소·은폐했다는 사실과 함께 그를 주도한 고위 검사들의 실명을 밝혀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부당한 권력에 칼날을 들이대야 할 검찰이 오히려 개혁대상으로 전락한 지 너무 오래되어서 안미현·서지현·임은정 검사의 진짜 검사다운 모습에 고마울 뿐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몇몇 검사들의 용기로만 검찰이 바뀔까요?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지난 20여 년 동안 공수처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외쳐 왔습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묻혀 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비자금과 BBK 사건의 진실부터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다루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별장 성폭력 사건, 고 장자연 씨 사건에 이르기까지 공수처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 줍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나 검사들의 불법 비리 사건을 검찰이 축소·은폐할 수 있는 건, 자신들만이 기소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위 공직자들과 검사들의 비리 사건들을 공수처도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다면, 검찰도 감히 진실을 덮거나 외면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도 진짜 검사다운 검사들이 용기를 내고 있다는 건, 검찰개혁의 마지막 희망이기도 합니다. 검찰을 진짜 검찰답게 만들고 싶다면, 시민 여러분께서 응원과 지지를 보내 주세요.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당당한 검사로 살아가기 위함이었습니다.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누군가는 문제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실은 감출 수 있을지 몰라도 소멸시킬 순 없습니다."
(안미현 검사의 MBC 스트레이트 인터뷰, 2019.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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