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지원센터 칼럼(ws) 2022-01-25   1272

[판결비평] KT 공익제보자의 조금 씁쓸한 10년 소송 결과

KT 공익제보자의  조금 씁쓸한 10년 소송 결과. KT 공익제보자에 가해진 불이익 조치에 대한 손해배상 인정 판결에 대한 비평

이해관 씨가 공익제보한지 만 9년 10개월만에 모든 소송이 종료되었습니다. 2021년 11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파기환송심에서 7대자연경관 전화투표 비리를 공익제보한 이해관 씨에게 불이익 조치한 KT가 손해배상금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일부 불이익 조치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이 인정된 여러모로 아쉬운 판결이지만 공익신고자에게 가해진 불이익 조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법적으로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해당 판결에 대해 참여연대 공익제보자지원센터 이상희 소장이 비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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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양심을 징계할 순 없다¨ KT에 맞선 공익제보자의 승리

[알림] KT 7대자연경관 전화투표 비리 제보자 이해관 씨의 불이익에 대한 손해배상 인정

광장에 나온 판결 : 208번째 이야기 

1심 :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2. 14. 선고 2016가단250895 유현진 판사

2심 : 서울서부지방법원 2020. 12. 22. 선고 2020나41785 허명욱 판사, 최성배 판사, 안동범 판사

3심: 대법원 2021. 6. 30. 선고 2021다204367 안철상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주심)

파기환송심 : 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11. 11. 선고 2021나45487 신진화 판사, 이주현 판사, 이승원 판사 

 

이상희 변호사

이상희 변호사 / 참여연대 공익제보자지원센터 소장  

 

소위 이른바 ‘세계7대 자연경관투표’ 문제에 대한 내부 고발이 발생한 지 10년이 지난해 2021년 11월 11일 드디어 공익제보자 보호와 관련한 법정 공방이 종지부를 찍었다. 사건 당사자인 제보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힘들고 지난한 시간이었겠지만, 이 사건으로 공익제보에 관한 여러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고 관련 법률의 개정까지 이어져 중요한 선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KT 직원은 2012년 언론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주 7대경관 선정 전화투표 비리 건을 제보하였다. 제보의 요지는 7대 경관 선정을 위한 전화가 국내전화인데도 국제전화로 위장하여 부당이득을 취하였다는 것이다. 제보가 있을 직후 KT는 제보자를 왕복 5시간 걸리는 가평지사로 전보 처분(1차)을 하였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위 전보처분을 공익신고에 따른 불이익조치로 보고 보호조치결정을 하였다. 전보 이후 제보자가 병가(지병을 이유로 하여 진단서를 첨부함)와 조퇴(공익제보 관련된 시상식 수상을 위해 1시간 신청을 함)를 신청했으나 KT가 허가하지 아니하여 부득이 무단 결근과 조퇴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KT는 이를 빌미로 해임(2차) 처분을 하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해임처분에 대해서도 불이익조치로 보고 보호조치결정을 하였다. KT는 국민권익위원회의 보호조치결정을 이행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이행강제금 등 보호조치결정의 이행을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 KT는 보호조치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패소하자 제보자를 복직시키면서 감봉처분(3차)을 하였다. 감봉처분에 대해서도 국민권익원회가 보호조치결정을 하였고, 참여연대는 2016년 1월부터 시행된 양벌규정(불이익조치에 대하여 가해자 뿐만 아니라 회사도 처벌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KT를 형사고발하였다. 결국 KT가 감봉처분을 철회하여 4년 간 집요하게 계속된 제보자에 대한 탄압이 비로소 일단락 되었다. 

행정소송에서 ▲ 공익신고 내용이 조사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신고자가 신고내용이 거짓임을 알지 못하였고 알 수 없었던 경우에도 공익신고자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법리가 확립되었고, ▲ 언론에 먼저 제보를 하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를 하였더라도 언론매체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이 신고자의 제보에 의한 경우에는 보호조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법리도 확립되었다. 또한, ▲ 지속적인 불이익에 대한 대응으로 2018년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이행강제금이 신설되었다. 

제보자는 원상회복 절차가 일단락 된 뒤 KT를 상대로 불이익조치 등 각종의 괴롭힘에 대해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대기업 KT가 노골적으로 공익신고자 보호법에서 천명하고 있는 불이익조치금지 의무를 위반하고, 공익신고를 이유로 의도적으로 제보자를 괴롭혔다는 점에서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소송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1, 2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하였다. 전보처분에 대해서는 위법성을 인정한 반면, 소멸시효를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우선, 법원은 위법성의 인정 근거로 KT가 제보자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보를 한 뒤 일주일만에 하루의 여유를 앞두고 전보통지를 한 점, 그 전부터 제보자에 대한 전보를 검토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는 점, 전보를 할 업무상 필요성이 없는 반면 제보자로서는 출퇴근만 5시간으로서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한 점 등을 고려하여 보복감정의 의도를 가지고 인사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보았다. 그런데 법원은 제보자가 가평지사로 전보된 2012년 5월 9일에 손해를 알게 되었다고 보아 그로부터 3년이 지나서 소송을 제기하였으므로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편, 법원은 해임처분에 대해서 제보로부터 상당 기간이 지나서 이루어졌고 무단 결근만으로도 근로관계의 종료가 정당하다고 판단된 사례가 있으므로 해임의 양정이 과다하다는 이유만으로는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해임에 대해서는 하급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한 반면, 전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시효의 기산점이 잘못 되었다고 보아 파기 환송 판결(2심 판결이 잘못되었으니 이를 취소하고 다시 2심으로 돌려보낸다는 취지)을 하였다. 

우선, 시효의 기산점에 대해서는 전보 처분이 이루어진 날이 아니라 그 전보가 부당전보라는 이유로 취소 판결이 확정된 때에 비로소 부당전보로 인한 손해를 안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손해배상 청구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안 날’의 의미에 대하여 ‘불법행위 요건 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것인지 객관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위법한 수사를 이유로 형사 재심 개시결정을 받고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도 법원은 재심 무죄판결 확정일을 기산점으로 보고 있다. 제보자도 가평지사로의 전보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확정된 때에 비로소 그 손해를 알았다고 보아야 하는데, 하급심 법원은 기산점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제보자에 대한 피해 구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행히 대법원이 이를 바로 잡아 파기 환송심에서 법원은 KT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고 제보자에게 3,000만원의 위자료 지급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해임에 대해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다. KT가 국민권익위원회의 보호조치결정에 대해 취소를 구한 소송(서울행정법원 2013구합13723)에서 법원은 승인 받지 않은 상태에서 결근과 조퇴를 한 것은 징계사유에 해당하지만 제보자에 대한 해임은 징계양정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여 제보자에게 가해진 보복성 조치라고 판단하였다. 해임 사유인 무단결근 및 조퇴가 발생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 해임이 공익신고에 따른 지속적인 보복의 일환으로 발생한 정황, 위 행정법원의 판결 등을 고려해 볼 때, 해임에 대해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결은 진실을 외면한 것으로 명백히 부당하다. 

한편, 이 사건 소송에서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이익추정 규정이 민사소송에도 적용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3조는 제보자의 입증책임을 덜어주기 위하여 공익신고 등이 있은 후 2년 이내에 불이익조치를 한 경우 해당 공익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조치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법 제23조). 그런데 법원은 위 규정의 목적을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려는 행정적 조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법 제23조에서도 적용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고 손해배상을 통한 피해자 구제의 필요성의 크다는 점에서 법원이 위 규정을 행정적 조치로 한정해서 해석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상당한 수준으로 마련된 것은 용기 있는 많은 제보자들의 희생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법원이 법률의 취지에 따라 제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사회에서 용기를 내고자 하는 제보자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법원은 민주주의와 정의의 실현을 위해 희생한 제보자들이 믿을 수 있는 든든한 최후의 울타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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