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익명신고했다고 공익신고자 아니라는 대전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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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신고했다고 공익신고자 아니라는 대전시교육청

대전시교육청 파면 요청 철회하고, 국민권익위 진상조사 나서야

 

대전시교육청이 학교 비리를 신고한 직원에 대해 파면 징계를 학교법인에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대전시교육청은 ‘신고자가 익명신고를 했고, 비리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공익신고자로 보기 어렵다’며 파면 징계를 요구했다고 한다. 형식논리에 치우친 법해석으로 부패방지법과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정 취지를 몰각한 것이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소장 : 이상희 변호사)는 대전시교육청에 신고자가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학교 비리를 신고한 만큼 공익신고자에 해당하므로, 대전시교육청이 파면 징계 요구를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국민권익위원회(국민권익위)에 대전시교육청이 익명신고자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신고자에 대해 적극적인 보호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대전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지난해 A씨의 신고를 바탕으로 대전J고등학교에 대한 감사를 진행해 공금횡령과 회계비리 등을 적발한 뒤, 비리를 주도한 행정실장과 사무직원, 신고자인 A씨에 대한 ‘파면’ 징계를 해당 학교법인에 요구하고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 9월 대전지방법원은 행정실장과 사무직원에게 각각 벌금을 선고했다. 신고자에는 대전지방검찰청이 행정실장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했고, 교육청에 횡령 사실을 제보한 점 등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지만,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16일 학교법인에 원안대로 3인에 대한 파면 징계 의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부패방지법)과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기명신고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은 신고자 보호를 위해서다. 불이익조치를 받은 자가 신고 당사자임이 확인돼야 보호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일관된 국민권익위의 입장이다. 따라서 신고자가 익명으로 신고했다 하더라도 자신의 메일 주소와 휴대번호를 남겨 신고 당사자임이 확인됐다면 해당 법률에 따라 보호대상이다. 또한 부패방지법(제66조제1항)과 공익신고자보호법(제14조제1항)이 “신고 등과 관련하여 신고자의 범죄행위가 발견된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책임 감면 규정을 둔 취지도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조직 내 부패행위에 대한 신고를 활성화하고, 이로 인한 불이익으로부터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2017년 3월 부패방지법 개정을 통해 공공기관 및 공직자 등의 적용범위에 사립학교의 장과 교직원, 학교법인의 임직원 등을 포함된 만큼, 신고자는 부패방지법에 따른 부패행위 신고자이며 이 법에 따라 보호대상임이 명백하다. 신고자가 익명신고를 했고, 비리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공익신고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자의적인 법 해석이다. 또한 전교조 대전지부에 따르면 A씨가 대전시교육청에 신고한 그 다음 날  행정실 직원으로부터 교육청에 감사를 의뢰했느냐는 문자와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대전시교육청에서 A씨의 신고내용을 신고대상인 학교 행정실에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누구든지 신고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거나 공개 또는 보도하여서는 아니 된다”(제64조 제1항)고 규정한 부패방지법 위반일 수 있다. 공익신고자 판단 여부를 비롯해 감사처리 과정 전반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부패를 방지하고 신고자 보호를 총괄하고 있는 국가기관인 국민권익위는 대전시교육청이 익명신고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신고자 보호조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대전시교육청의 신고자 비밀보장 의무 위반 혐의를 조사해 관련자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공익신고의 경우,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관의 지시에 따라 범죄행위에 가담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부패행위를 신고한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책임 감면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검찰도 신고자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만큼 대전시교육청은 지금이라도 파면 징계 요구를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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