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공익활동가학교 26기] 상품이 된 의료

안녕하세요? 청년참여연대입니다.

지난 주, 청년공익활동가학교에서는 녹색병원 의사 정형준 선생님의 ‘의료산업화 문제’에 대한 강연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확산 이후로 의료시스템과 공공돌봄의 역할이 강조되었는데요,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건강’이 어떻게 산업화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번 강연 후기는 공활 26기 참가자 홍성현님께서 작성해주셨습니다. 


상품이 된 의료

 

청년공익활동가학교 26기 홍성현

 

건강을 결정하는 요인

“우리 사회는 건강에 관해 보건의료 요인을 얼마나 크게 생각할까?”

“의료는 건강의 절대적 요소일까?”

이러한 질문으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연자인 정형준 선생님께서는 의료민영화 관련 이슈를 다룬 책, 칼럼, 영상 등에서 숱하게 등장하시던 분이라 이번 강의가 참 귀하게 다가왔다!)

우선 건강에 관해 보건 의료는 우리 사회에서 그 중요성이 상당히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몸이 안 좋아지면 근로환경, 교육, 환경적 조건, 개인 생활양식 따위를 살피기보단 병원에 간다. OECD 조사에 따르면 국민 1인당 1년 평균 외래 방문 건수는 OECD 평균인 6.4회의 2배에 육박하는 13회로 나타났으며 이는 모범적 의료체계의 모델로 평가받는 스웨덴 2.9회의 4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병원장사>의 저자 김기태 기자는 아래와 같이 말을 전한다.

“우리나라에서 환자들이 병원을 수시로 드나드니 국가는 저수가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제값을 줘서는 재정 부담을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의사는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환자를 최대한 많이 유치하는 수밖에 없다. 치료의 질보다는 ‘양’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30초 진료’가 등장하고, 환자들은 성장주의 이데올로기 하에 이러한 빠른 진단을 당연시하는,

건강을 과도하게 중시하면서도 겉핥기 식 진료는 수용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료 체계 속에 고통받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이다.

과잉 진료의 등장

어쩌면 필연적인 과잉 진료의 등장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의대생의 전공서적으로 알려진 <필수 정형외과학> 154P에 추간판 탈출증(디스크) 치료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책에서 디스크는 자연치료가 대부분 가능하며 2주 내 80%, 4주 내 90% 이상이 호전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초기에 고가 장비인 MRI를 통한 디스크 검사가 의사들에 의해 권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 국내서 백내장에 이어 가장 많은 횟수를 차지하는 치질 수술의 경우도 대개 비급여 수술인데, 한 조사 결과에서 공공병원과 개인병원 사이에 아래와 같은 차이를 보였다.

<표4. 공공병원과 개인병원간 수술 비율 비교>

<표 4. 공공병원과 개인병원 간 수술 비율 비교>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우리 법은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는다. 즉, 의료를 돈벌이 대상 또는 자본 투자처로 삼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 개인은 자영업자로서 병원을 개설할 수 있으며 강하게 수익을 추구한다. 대개 빚을 내서 병원을 개업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행위별 수가제’ 기준 하에 진료비를 지급받는다. 척추 수술 한 건의 경우 표준적인 방식으로 하면 40만 원가량을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척추 수술 한 건을 위해 의사, 전공의,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줄줄이 매달리고, 수술방을 쓰고, 약품을 쓰고, 기구를 쓴다.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로 병원에서는 많은 행위와 과도한 진료를 통해 이윤을 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영리 추구에 불을 지핀 사건이 2005년에 대법원에서 ‘표현의 자유’, ‘영업상 경쟁’ 등을 이유로 허용된 의료의 광고 시장 진출이다. 더 나은 의료라는 위계적 이미지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된 개인들은 의료에서 건강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더욱 확고히 했다. 의료비 중 공공지출 비율을 보면 2017년 기준 OECD 평균 73%에 한참 못미치는 58% 정도이며, 보편적 의료보장 제도인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도 유럽 선진국 85%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리와 동일한 문제에 직면한 대만의 사례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서 건강보험 재정을 크게 확충하고, 의료 보수 지불 방식을 과감하게 바꾼다면 과잉 낭비구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진 않을까?) 그러나 ‘성장주의 이데올로기’하에 의료를 오히려 민영화하려는 움직임이 국내에서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

의료 민영화​

의료가 민영화되면 의료의 목적성은 건강이 아닌 돈벌이가 된다. 이러한 제도를 허용한 국가는 <식코>의 나라 미국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탐욕스러운 기업이 만드는 것인가?

무책임한 정부가 만드는 것인가?

무지한 국민들이 만드는 것인가?

의료에 자본이 투입되면 의료의 공공성은 당연히 떨어지고, 우리는 돈이 되는 의료 논리에 우리의 건강을 맡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업성을 띤 의료는 건강에 보건 의료가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연료 삼아 작동하는 법… 현재 코로나로 인해 공공병상의 필요성이 상당히 부각되고 있다. 우리의 공공병상 현실은 유럽 선진국들의 60-95%에 한참 못 미치는 9.7%로 나타나는데, 이는 민영화된 의료의 나라 미국의 30%보다도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공공병원은 어떤가? 전체 병원 수의 10%도 넘지 못한다. (이 역시 유럽 선진국들은 60-95%, 미국 23%의 수치를 나타낸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이미 의료민영화의 길로 들어선 것은 아닐까?

수업의 끝에서, 현재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대선 주자들의 의료 정책 기조에 관한 질문을 했다. 나는 ‘수구’세력으로 생각하지만 ‘보수’를 지칭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의료 공급, 공공성에 대한 공략을 한 점을 보면 앞으로의 의료의 미래가 밝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과연 그 말들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계획은 있으나, 세력이 있는가?라는 물음을 끝으로 후기를 마쳐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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