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100 1994-2014 2014-12-31   2142

[086]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시민의 놀이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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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9월 문을 연 철학카페 <느티나무>는 사회저명인사들을 초청한 강연회로 설립초기 인지도를 높이기도 했다. 영화배우 문성근 씨 초청강연회에도 많은 시민들이 찾아왔다.

┃ 개요 ┃

1998년 9월 4일 참여연대는 이웃단체인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안국동에 철학카페 <느티나무>를 공동출자하여 설립하였다. 작은 콘서트나 독립영화 상영, 각종 전시회 등을 진행하는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시작한 <느티나무>는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 장소로 더욱 유명해졌다. 시민참여 행사는 물론 시민사회단체 교류의 장으로도 자리매김했던 <느티나무>는 재정상의 어려움을 겪다가 2005년부터는 다른 사업체에 위탁함으로써, 사실상 문을 닫게 된다. 하지만 <느티나무>라는 이름은 2007년 통인동 사옥으로 이사한 후 지하 1층의 강당 이름으로 계속 사용하고 있다. 주로 아카데미 시민교육 공간, 기자회견, 토론회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2011년에는 업무 공간으로 사용하던 1층을 <카페통인>으로 바꾸어 북카페 운영을 실험했다. 이후 갤러리카페로 전환하면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2014년 시민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여 3층에서 5층까지 업무 공간으로 재배치하고,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다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개선 작업을 진행하였다.

┃ 안국동 철학카페 <느티나무> ┃

서울 종로구 안국동 175-3 안국빌딩 신관 2층에 위치한 약 75평의 규모의 철학카페 <느티나무>는 ‘더불어 함께’라는 시민운동의 철학이 바탕에 자리 잡고 있었다. 동네 어귀마다 서 있던 느티나무 그늘처럼 넉넉한 휴식과 나눔의 공간, 신명나는 어울림의 마당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1998년 9월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이 공동출자에 뜻을 모으고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느티나무>에서 거의 매일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리면서 시민운동의 언론센터로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000년 4.13 총선 즈음해서는 연일 기자회견과 토론회가 열려 ‘바꿔’ 열풍의 진원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 총선 이후에도 아셈 민간포럼 발족과 홍석천씨의 커밍아웃 관련 인권단체 기자회견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한 기자회견이 개최되면서 시민운동과 시민을 연결시켜 주는 가교로 자리매김했다. 70년대 정동 세실레스토랑이 유신정권을 반대하는 반독재 민주화 시민운동의 상징이었다면 2000년대 <느티나무>는 시민운동의 본산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초기에는 양 단체가 매니저 1인을 파견하거나 위촉하여 주야 교대로 운영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위해 운영위원회를 별도로 두었는데, 월 1회 개최된 운영위원회에서는 전월 결산보고와 주요 현안을 논의하였다. 매니저는 양 단체를 구분하지 않고 한 사람이 책임졌다. <느티나무>는 철학카페라는 이름처럼 토론의 장이 되기도 했다. 이곳에서 여러 단체 시민운동가들이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교류하거나, 우리 사회 현안에 대한 의견과 대응계획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카페 벽면에는 대관료가 비싼 갤러리를 사용하기에 벅찬 시민단체나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그렇게 <느티나무>는 기자회견은 물론 각종회의나 세미나, 모임 장소 등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 당시 매니저로 활동했던 홍남숙 참여연대 회원은 “앞으로 시민이 편하게 쉬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도록 느티나무 그늘과 같이 편안한 공간을 만들겠다. 밝고 희망찬 소식을 시민에게 전달하는 장소가 됐으면 한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2003년부터 큰 고민이 시작됐다. 매출은 증가했지만 유기농 음료와 음식을 고집하다보니 식자재 비용 등 지출의 상승에 따라 수입이 크게 격감한 것이다. 최소한의 매니저 활동비를 충당하려면 적자 상태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이익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운영을 지속하기란 어려웠다. 그렇게 계속된 고민 속에서 2005년에는 이 공간에 음식전문점 ‘달개비’가 들어오면서 철학카페 <느티나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 철학카페 <느티나무>를 이끌어간 사람들 ┃

<매니저>

  • 1998. 9월 맹지연(환경운동연합)/정경애(참여연대)
  • 1999. 최재숙(환경운동연합)
  • 2000. 홍남숙(참여연대)
  • 2001. 이은희(환경운동연합)
  • 2002. 김정아(참여연대)
  • 2003. 김미란(참여연대)

<운영위원>

  • 참여연대 – 박원순, 김용숙, 박영선, 이정이, 김은영
  • 환경운동연합 – 최열, 이태일, 최재숙

┃ 통인동 <카페통인> ┃

2007년 참여연대가 통인동으로 이사하면서 새로 지은 사옥 전체는 사무공간으로 사용되었다. 처음 1층에는 회원사업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가 2008년 광우병대책회의 상황실로 이용되면서 업무공간을 2층으로 이전했다. 이후 1층은 참여연대 자매단체라고 할 수 있는 정보공개센터 사무공간으로 쓰였다. 하지만 참여연대를 드나드는 회원, 시민들이 편하게 쉬면서 시민운동 현장을 접해볼만한 공간이 없었다. 이런 공간의 필요성을 고민하다가 3개월여 공사 끝에 2011년 1월 10일 <카페통인>을 오픈하게 되었다. <카페통인> 공사는 참여연대 자원활동가, 회원, 상근자들의 힘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간사들은 업무 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 공사에 참여했고 자원활동가들과 회원들도 목재를 자르고, 사포질하고, 도색하고, 수도 배관을 연결하고 조명기구를 다는 등 시간과 몸을 아끼지 않았다. 내부 공간이 완성되어가자 노트북, 냉장고에서부터 음향기기, 소파, 의자, 쿠션, 무릎담요 등이 후원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카페이름도 공모를 했다. 주소지와 같은 이름이면서 뜻은 ‘사람이 통한다’라는 의미를 갖는 ‘통인通人’으로 결정했다. 1층에 카페가 생기자 참여연대 문턱 자체가 낮춰진 듯 했다. 초기에는 책을 후원받아 북카페로 시작하였고, 2012년 6월부터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갤러리 카페로 전환, 일종의 실험을 시작했다.

<카페통인>의 운영을 위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두 명의 ‘카페지기’ 자원활동가가 오가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커피 등의 음료를 제공하는 일을 맡았다. 시민참여팀 간사 1인이 수입과 지출을 파악하고, ‘카페지기’와 소통하는 역할을 맡았다. 열린 공간으로 두기 위해 별도 사업자 등록은 하지 않고, 제공하는 음료에 대해서는 가격을 정해놓지 않고 후원금함을 두는 정도로 하였다. 기본운영시간(평일 오전 10시~오후 6시) 이후에는 참여연대 내부 행사나 모임공간으로 사용되었는데 2012년 4월부터는 기본운영시간 이외에는 일반인 모임 공간으로 저렴하게 대관하고 있다.

카페지기로 자원활동을 했던 홍지명 회원은 “커피향처럼 사람들이 그리워서 왔어요. 일주일의 휴식처, 동화나라!”라고 <카페통인>을 설명했다. 카페를 만드는데 초기부터 함께했던 정현주 회원은 “좀 더 참여연대와 친해지기 위한 공간, 더 나아가 다양한 시민단체들의 소개와 더불어 그들과 함께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오픈부터 2014년 3월까지 카페지기 자원활동가로 활동한 분들은 무려 72명에 달한다. 이 숫자는 그만큼 카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자원활동 운영체계가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자원활동가들의 잦은 교체 등으로 카페지기 없이 비어있는 시간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카페통인>이 참여연대 내부의 ‘사랑방’이라는 성격을 뛰어넘지 못했고, 시민참여팀 간사 한 명이 온전히 카페 운영을 전담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운영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카페통인>을 일종의 ‘갤러리’로 실험하면서 카페 3면을 전시 벽으로 사용하기 위해 흰색 판넬을 세워두었는데, 햇볕을 막아 답답함을 더하기도 했다. 운영상의 어려움에 더해 이러한 문제가 생김에 따라 2014년 전면적인 공간개선 작업에 나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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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놀이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4년 리모델링한 <카페통인>.

┃ ‘시민의 놀이터’로 변신 ┃

참여연대 통인동 사옥이 시민, 회원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지어진 것인 만큼, 더 많은 시민과 회원, 시민단체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대폭 개방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일찌감치 존재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은 2014년 20주년 비전 논의를 거치면서 이루어졌다. 시민과 회원들은 물론 지역주민들에게 보다 가깝고 문턱이 낮은 참여연대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시민참여를 전면 확대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 참여연대 공간이 ‘시민의 놀이터’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민의 놀이터, 공간이 운동한다’라는 슬로건 하에 2014년 6월부터 8월까지 지하공간에서 2층까지의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1층 <카페통인>은 뒤뜰로 이어지게 대폭 확장하는 한편 내부 공사를 통해 전시와 행사의 활용도를 높였다. 지하 <느티나무홀>은 기자회견, 토론회뿐만 아니라 전시공간으로서 보다 많이 활용될 수 있도록 바꾸었다. 원래 사무공간이었던 2층은 대규모 행사나 아카데미 교육, 작은 모임방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업무공간은 3층에서 5층으로 축소하되 효율적으로 재배치했다.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시민의 놀이터’ 사업까지 계속되고 있는 참여연대의 시도는 공간을 매개로 시민들에게 보다 가까운 단체로 다가가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거창한 개혁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소소한 일상의 문제를 서로 이야기하고, 놀이와 문화 활동으로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친목과 교육, 문화예술의 공간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참여연대 공간은 진정한 시민의 놀이터이어야 하고, 이를 위한 노력은 계속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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