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100 1994-2014 2014-12-31   12965

[020] <사법감시>지 발행과 판결비평 활동 – 판결도, 법관도 감시의 대상이다

1995년 10월 발행된 <사법감시> 창간호” data-file-srl=”1339147″></td></tr><tr><td>
<p style=1995년 10월 <사법감시> 창간호를 발간했다. 창간호에서는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에 대한 항소심 판결비평을 담았다.

┃ 배경과 문제의식 ┃

1980년대를 거치며 정치를 비롯해 사회 여러 분야는 조금씩 민주화되어 갔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과 권력기관에 대한 여론의 압박이나 감시, 비판도 군사정부 또는 권위주의 정부시절에 비해 많이 활성화되었다.

하지만 국민의 감시와 비판, 견제가 상대적으로 지체되고 있는 곳이 있었으니, 바로 사법부였다. 물론 사법부가 군사독재에 일조했거나 저항하지 않은 점에 대한 사회적 비난과 양심있는 일부 법률가들의 저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법부는 국민의 감시가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남아 있었다. 시민운동 차원의 감시와 견제가 없는 불모지이기도 했다.

1994년 창립 직후부터 참여연대는 사법제도를 개혁하는 것에도 힘을 쏟았지만, 사법부를 비롯해 법조사회를 국민의 감시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사법권이라는 주권의 한 요소를 위임받은 권력기관인 법관과 사법부 또한 입법부와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감시의 바깥에 있다면 부패하기 마련이고 권한 오남용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 주요 활동 경과 ┃

참여연대는 사법부에 대한 감시를 위해 우선 다양한 감시활동의 결과를 보여주고 비판과 대안을 담은 매체를 만들고자 했다. 감시와 개혁의 대상인 판사, 검사, 변호사 등에게 그것을 직접 전달하여 자성과 각성의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 일환으로 발행한 것이 <사법감시>지였다.

1995년 10월에 창간된 <사법감시>지는 2003년 12월 20호까지 사법개혁과 관련된 실태조사 결과나 해외 사례소개, 대안제시, 법원이나 검찰의 권한 오남용 사례에 대한 비판, 시민의견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여러 형식의 글을 싣는 종합잡지 형태로 발간됐다. 초기에는 2~3개월에 한 번씩 발행했는데, 적은 인력으로 종합잡지를 발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보니 1997년부터 2003년까지는 1년에 2번 정도 발행하였다.

이렇게 발행 간격이 불규칙해지고 길어졌지만, 인쇄된 <사법감시>지는 기본적으로 전국의 모든 판사와 검사에게 무료로 보내졌다. 판사와 검사가 늘어남에 따라 1000명 미만이던 배송대상자는 1500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만큼 제작비용과 우편발송 비용이 늘었다. 그러나 감시 대상이자 개혁대상에게 직접 시민의 주장과 목소리를 전하자는 목표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2004년부터는 사법감시센터가 모니터링 주제를 하나 정하면, 1개월 동안 조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제시하여 의제화 하는 활동방식을 시도하였는데, 그에 따라 <사법감시>지도 2004년 하반기부터는 특정 주제에 대한 조사보고서 형태로 바뀌었다. 2004년에 발행된 21호부터 2010년에 발행된 30호까지 담은 주제들은 다음과 같다.

<사법감시>지에서 다룬 주요 주제를 보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집중한 분야가 다름을 알 수 있다. 2003년까지 발행된 종합잡지 형태의 <사법감시>지에서는 검찰개혁을 주제로 한 글이 많이 실렸는데 비해, 2004년 이후 발행된 것에는 법원개혁에 관한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법감시>지는 2010년 11월 30호를 발행한 이후 더 이상 발행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법 분야의 특정 주제에 대한 조사보고서는 ‘이슈리포트’라는 형식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법 분야를 시민감시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참여연대의 활동은 법원에서 선고되는 판결을 두고서 더 집중력을 발휘했다. 판결은 전문적이라는 이유로 또는 법률가들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사건 당사자가 아니면 사회적 비판대상이 되기 어려웠다. 언론에서도 비판적으로 다루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단순 소개와 논란이 있다는 정도에 그친다. 그렇지 않으면 전문가들의 고준담론(高峻談論) 또는 학술적 판례평석에 그친다. 참여연대는 문제가 있는 판결이 나오면 기본적으로 논평을 통해 판결의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했다. 논평을 넘어 판결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기획사업도 꾸준히 시도했다.

참여연대는 2000년 8월 전국의 모든 법관과 검사, 사법연수원생, 법학교수, 변호사에게 한 사건의 판결문을 우편으로 보냈다. 26명의 자원활동가들이 모여 1만여 명에게 보낸 것은 참여연대가 1997년에 제기한 삼성전자 전환사채발행무효소송을 기각한다는 항소심 판결문이었다. 이 재판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 이재용 씨가 취득한 (삼성전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가 부당하니 무효로 해야 하는지 아닌지를 다투는 재판이었다. 재판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재판장 변동걸) 재판부는 이재용 씨가 취득한 전환사채는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았고, 가격 면에서도 이재용 씨에게 특혜였으며, 발행목적도 지배권 강화와 재산의 사전 상속과 증여를 의도한 것이지 삼성전자의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발행된 상태이므로 거래의 안전을 위하여 무효라고 하기는 곤란하다고 판결하였다. 법관의 재량권을 남용한 대표적 판결이었다.

참여연대는 대법원에 상고하고 비판논평도 발표했지만, 색다른 방법으로 판결문 보내기 운동을 시도했다. 참여연대의 주장을 굳이 쓰지 않고 법률가들 스스로 판결문을 읽어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바란다는 취지의 짧은 편지를 판결문에 덧붙여 법관, 검사, 예비법조인, 변호사 등에게 보낸 것이다. 법관의 판결문도 이처럼 공개적인 평가대상이 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2002년 8월에는 ‘시민배심원 웹사이트- 판결을 판결한다’를 개설했다. 앞서 2002년 7월 대법원은, 하얀 붕대를 감은 미라 복장을 한 1인 시위자에게 혐오감을 주는 복장이라며 경범죄처벌법 위반이라는 하급심 판결을 확정했다. 광화문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이 국민의 정부 아래서 사망했다’는 주장을 표현하기 위해 미라 복장을 한 것이 반사회적 범죄행위인지, 법관들의 생각이 얼마나 시민들의 생각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평가해보기로 했다. 비록 한 차례 시도에 그쳤지만,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판결에 대한 시민들의 동의여부를 묻는 코너를 마련한 것은, 법관의 생각과 시민의 생각간의 괴리를 확인하고 개선할 것을 촉구하는 활동의 일환이었다.

판결도 법관도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참여연대의 생각은 판결비평 활동으로 이어졌다. 2005년 3월부터 ‘[판결비평] 광장에 나온 판결’ 사업으로 판결비평문을 발표하고 좌담회도 개최했다. 법률가들 사이의 전문적인 판례평석에서 벗어나, 시민의 상 식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판결비평문을 발표하고 관계자들을 초대하여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는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었고, 신문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인터넷 등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도 모으는 ‘내가 판사라면’ 같은 사업도 시작했다. 법원보다 검찰의 퇴행을 막아야 하는 일이 더 급했던 이명박 정부 기간 중에는 잠깐 주춤했지만, 판결비평 사업은 2005년 3월 시작한 이래 2014년 6월까지 50여개가 넘는 판결을 다루었다.

┃ 성과와 의미 ┃

<사법감시>지는 시민운동 차원에서 사법 분야의 감시와 비판을 전문으로 한 유일한 매체였다. 언론에 발표하거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돌려보는데 그치지 않고, <사법감시>지가 다루는 ‘감시와 개혁의 대상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제작한 매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참여연대 초창기 빠듯한 재정상황에도 불구하고 제작비용과 우편발송비용을 스스로 감당하면서 1500여 부를 만들고 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민사회는 물론 대중과의 접촉이 거의 없는 채 스스로를 고도의 엘리트라고 생각하여 외부의 비판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법관과 법률가들에게 자극을 줘야만 그들도 바뀔 수 있다는 시민운동적 감각이 배어있는 활동이었다. 판결문 보내기 운동, 판결비평 사업 그리고 그 사업의 모태가 되었던 ‘시민배심원 웹사이트 – 판결을 판결한다’ 사업도 판결과 법관을 시민감시와 비판 영역으로 끌어당기기 위한 것이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법원과 검찰 등 사법기관과 법률가집단의 폐쇄성도 완화되고 그들에 대한 감시자 또는 비판자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사법감시>지 발행과 판결비평 활동은,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사법부를 비롯한 법률가집단을 시민의 감시와 비판의 영역으로 끌어당기는 데 기여한 시민운동의 대표적인 시도로 평가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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