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100 1994-2014 2014-12-31   14254

[004] 판공비 공개운동

판공비공개운동백서 - 시장님 어디서 식사하셨어요?

행정과 예산에 대한 감시활동 차원에서 진행된 판공비공개운동의 활동내용과 경과를 총정리한 백서 “시장님! 어디서 식사하셨어요?”를 2002년 5월에 발간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1998년 정보공개제도(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가 시행되자, 시민단체들은 정부기관을 감시하는 강력한 수단을 가지게 되었다. 언론이나 제보 등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던 공공기관이 가진 정보를 정보공개제도를 통해 직접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정보공개제도를 활용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지출에 대한 감시활동을 시작했다. 참여연대도 1998년 맑은사회만들기본부 산하에 정보공개사업단을 꾸려 정보공개제도를 활용한 새로운 시민운동을 기획하게 된다.

정보공개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지난 시점인 2000년 1월에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판공비 정보공개를 청구한 지역시민단체는 25개가 넘었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전면 비공개하거나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 공개를 하고 있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는 1999년 12월 판공비 정보공개를 유보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판공비의 사용내역과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는 많은 경우 ‘성역에 대한 불경한 도전’으로 취급당했다.

판공비는 관이 민보다 우위에 있던 시대의 산물이다. 기관장들이 뚜렷한 용도도 명시하지 않고 국민의 세금으로 밥과 술을 사고, 선물도 사고, 기부도 하며 현금을 빼갈 수 있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판공비는 불투명하고 무책임한 정부를 상징하는 눈먼 돈이었다. 이런 행정관청의 태도는 ‘판공비 공개운동이 진정으로 필요한 시민운동’이라는 것을 시민운동가들에게 깨닫게 해주었다. 시민운동 차원에서 판공비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정보공개제도가 시행되고 지방자치제도가 뿌리내려가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정부의 투명성, 책임성이 본격적으로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 주요 활동 경과 ┃

참여연대는 1998년 11월 서울시장을 상대로 판공비 사용내역과 지출증빙서류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서울시가 비공개 결정을 내리자 참여연대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행정심판도 기각된다. 1999년 4월 참여연대는 서울시장을 상대로 정보공개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99년 12월에는 행정자치부와 재경부, 기획예산처 전 실국의 1997~1999년 지출한 업무추진비에 대한 지출결의서 및 지출 증빙 서류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 소송은 2000년 6월 1심에서 일부 승소하였고, 2001년 5월에는 2심에서 전부 승소했으나, 대법원에서 원심을 파기환송한 결과 2004년 4월 8일 원고 일부 승소로 귀결되었다.

이후 참여연대는 판공비공개운동의 범위를 서울의 전(全)구청으로 확대한다. 참여연대와 동대문구 푸른시민연대는 2000년 10월 10일 서울시와 시내 25개 구청에 대해 판공비 장부사본 공개 등을 청구하였으나, 해당 구청장들은 위 정보는 개인의 정보에 관한 것들이거나, 기관이나 법인의 영업 비밀에 해당하거나, 자료의 양이 방대하다며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위 구청장들에 대하여 정보공개청구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 법원은 이에 대하여 이 사건의 사항은 그 지출목적이 공적인 업무에 제한되어 있고, 그 집행업무가 기밀성을 띤 것이라 볼 수는 없는 이상 고도의 사적인 정보라고 보기는 어렵고, 그 공개로 인하여 당해 개인에게 명백한 불이익이 초래되리라고 보이지도 않아서 공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2심법원은 구청에서 주최한 행사나 사업 추진 중에 개인들에게 지급한 성금, 격려금, 위로금에 관한 내역들은 공개할 경우 개인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으며, 이로 인하여 차후 업무의 원활한 진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정보는 국민의 알권리보다는 개인의 사생활보호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고, 이 판결은 2005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서울의 25개 구청이 사본공개를 거부한 바 참여연대는 2000년 10월 10일 사본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도 함께 청구했고 이 역시 2004년 참여연대의 일부승소로 귀결되었다.

1999년 참여연대에서 시작된 판공비공개운동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전국적인 시민운동으로 확대되었다. 제주도와 경상남도, 전라남도, 충청북도, 전라남도, 광주시, 부산시, 인천시, 울산시, 성남시와 의정부시, 안양시 등 전국 수십 군데에서 정보공개청구와 정보비공개취소소송이 진행되었다. 대부분 소송에서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판공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전국의 시민단체들은 2000년 6월 ‘판공비 공개운동 전국 네트워크’를 결성하여 전국적인 공개운동을 시도하게 된다. 이들은 판공비 공개 소송에 그치지 않고 공개된 판공비 내역을 분석하여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현금으로 업무추진비를 지출하여 지출결의서의 작성상태가 부실하였으며, 식비 등 접대성 경비의 비중이 높고 언론 등을 상대로 상당한 판공비가 지출된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또한 사적인 용도로 판공비를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다수 발견되었다.

┃ 성과와 의미 ┃

판공비 공개운동이 시작된 후 3년이 지난 2002년 평가에 따르면,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판공비 관련 정보의 공개 폭을 넓혔다. 전면 비공개하던 지방자치단체들이 열람공개로, 열람공개하던 지방자치단체가 사본공개로 돌아섰다. 또한 단체장을 비롯하여 실국과의 판공비를 전면적으로 공개하는 지자체도 늘어났다.

판공비 공개의 폭이 넓어진 것이 판공비운동의 성과의 전부는 아니었다. 판공비 공개운동을 통해 정부의 모든 정책결정과정과 집행과정, 그리고 예산이 주권자인 시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시민들과 공무원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성과였다. 이후 판공비 공개운동의 성과로 2003년 행정자치부 등 중앙정부를 시작으로 지방정부, 공공기관의 기관장의 판공비를 정기적으로 인터넷 등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정보공개제도가 시민운동단체와 시민들이 직접 행정을 감시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게 되는 계기가 된 것도 부가적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판공비 공개운동은 판공비 지출관련 서류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하던 수준에서 예산삭감운동으로, 그리고 판공비 공개 조례 제정운동, 납세자소송법 제정운동으로 발전하였다.

판공비 공개운동으로 시작한 투명하고 책임 있는 정부를 만들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은 시민이 진정한 ‘시민’으로 대접받기 위해 싸워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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