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100 1994-2014 2014-12-31   3956

[040] 사찰문화재관람료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 승소 – 보지도 않은 사찰문화재 관람료 왜 내야 하죠?

2014.7. 현재 지리산 천은사 문화재관람료 영수증

2002년 8월 국립공원에 입장하거나 도로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7월 현재도 천은사는 지리산으로 올라가는 통행도로에서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많은 시민들이 산을 찾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2000년 당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에 가면 국립공원입장료도 내고 문화재관람료도 내야 했다. 서민들에게는 부담스럽기는 해도, 국립공원을 보호하고 가꾸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국립공원에 직접 가니까 불가피하다고 수긍할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국립공원에 갈 때마다 관람할 의사도 없고, 관람하지도 않은 문화재관람료까지 국립공원입장료와 통합·강제 징수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시민들은 참여연대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보내왔다.

당시 문화재보호법 제39조에서는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보유자 또는 관리단체는 그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에는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관람자’는 실제로 관람했는지 여부와 함께, 최소한 관람의 의도가 있는 자여야 한다. 관람의 의도가 없는 사람은 관람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사찰 밖에서도 사찰 내 문화재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부당한 것이었다. 또 많은 사찰들은 국립공원 안의 도로가 사찰 소유 토지의 일부를 지나간다는 이유로 문화재관람료를 국립공원입장료에 강제 통합하여 징수했다. 이 같은 논리라면 국보 1호 남대문 부근을 지나다니는 시민들이 관람료를 내야 한다. 이에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본부장 김칠준 변호사)는 이 문제에 본격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 주요 활동 경과 ┃

문화재 관람료 통합·강제 징수의 문제점

2000년 3월 7일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는 국립공원 입장객과 등산객들로부터 많은 불만과 민원이 제기되어 온 ‘국립공원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의 합동징수’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합동징수의 당사자인 정부와 조계종, 그리고 이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민단체가 한 자리에 모여 합동징수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둘러싸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제 발표자로 참여한 작은권리찾기운동본부 실행위원인 이상훈 변호사는 “사찰 내 문화재를 관람할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까지 문화재 관람료를 내도록 하는 것은 법률상 근거가 없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며 “국립공원의 자연을 관람할 것인지, 사찰 문화재를 감상할 지는 전적으로 이용자의 선택에 달린 만큼 분리징수가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의 서재철 부장도 “국립공원 내의 입장료 합동징수 문제의 근원적인 책임은 정부가 사찰 문화재에 대한 지원을 방기하고 국민들에게 떠넘긴 것에서 발생되었다”고 지적하였다. 반면 조계종 포교원에서 온 토론자는 “합동징수로 인한 민원이 제기된 원인은 뒤늦게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기 시작한 정부 측에 있는 만큼,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분리징수는 새로운 매표소의 설치로 인한 환경파괴나 징수비용의 추가, 시민의 불편 등 더 큰 민원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일괄징수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문화재관람료를 국립공원입장료와 통합·강제 징수하는 것은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보았다. 첫째,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는 사람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납부하게 할 법적 근거가 없고, 둘째, 국립공원입장료에는 이미 문화재 관리를 위한 비용도 포함되어 있어 문화재 관리비용을 이중으로 징수하는 셈이었다. 셋째, 사찰에서는 문화재 관람료가 문화재 보수를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 주장했지만, 각 사찰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의 규모와 비교하면 관람료가 지나치게 비싸며, 넷째, 사찰이 징수한 관람료를 당해 문화재 관리비용에 우선적으로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없는 등 지출 내역이 불투명했다. 그리고 당시 대부분의 국립공원의 경우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포함하여 성인 1인당 2000원에서 3000원까지 내야 했는데 이는 입장객에게 과중한 부담이 되었다. 관람료 책정을 검토할 장치도 전혀 없었다.

 

5월 18일 참여연대는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았음에도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한 지리산 천은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원고 전동일, 변호사 김태선·이상훈)을 제기했다. 소장에서 참여연대는 원고의 경우 국립공원에 입장할 목적으로 천은사 근처를 지나쳤을 뿐 천은사 경내의 문화재를 관람할 의사도 없었으며 관람하지도 않았는데도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한 것은 ‘문화재를 관람하는 자로부터 징수할 수 있다’는 문화재보호법 제39조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에 입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사찰의 편의에 의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소송과는 별도로 환경부 장관 앞으로 의견서를 보내 현재의 국립공원관리사무의 전반적 개선과 문화재관람료 합동징수의 폐지를 요구했다.

1심 패소 – 항소심 승소 – 대법원 승소

그러나 2001년 2월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참여연대 청구를 기각했다. 사찰 측 주장을 받아들인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었다. 이에 참여연대는 바로 항소하였고, 결국 2002년 1월 17일 항소심에서 승소하였다. 당시 재판부(서울지방법원 항소 10부, 석호철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도로가 사찰의 경내지를 통과한다는 사실만으로 도로 이용자를 예외 없이 관람자로 취급하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합리성이 없으며, 이런 점을 고려해 사찰이 징수방식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원고를 관람자로 취급하여 징수한 행위는 정당화되기 어려우며, 문화재관람료로 징수한 금 1,000원은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이라고 밝혔다. 이 소송은 2002년 8월 13일 대법원 판결로 참여연대의 최종 승소로 귀결되었다. 지리산 천은사가 도로를 막고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은 ‘부당이득’이라는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당시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어 있지 않아 개개인이 모두 소송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조계종 천은사 등은 지금까지도 도로를 막고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 내 사찰들은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포기하거나 징수 위치를 사찰 문화재를 실제 보러오는 사람들에게만 걷을 수 있는 곳으로 변경하지 않았다. 이렇게 문화재관람료와 국립공원입장료의 통합·강제 징수가 계속 문제가 되자 노무현 정부는 문화재관람료를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2007년 1월 1일부터 국립공원 입장료를 전격적으로 폐지했다. 서민 입장에서 하나라도 없어져서 다행이긴 하지만, 불만의 원인이었던 문화재관람료가 존속되면서 문제의 불씨는 계속 남게 되었다. 국립공원입장료가 없어졌지만, 주요 명산 사찰들에서는 문화재관람료를 단독으로 받고 있는데, 몇몇 사찰들이 사찰 부근의 길을 막고서 징수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참여연대가 소송을 제기할 당시 문화재관람료가 1천 원이었던 것에 비해 현재 문화재관람료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2천 원에서 3천 원 수준이다. 결코 작은 부담이 아니다. 참여연대 소송 이후에도 몇 차례 시민들이 소송을 진행하여 승소했음에도 몇몇 사찰들의 부당한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 성과와 의미 ┃

참여연대의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공익소송은 종교의 영역에서 벌어진 일이라도 사회적 비판에서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였다. 참여연대의 일관된 입장은 문화재관람료를 받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사찰 문화재를 관람할 의사가 있고 실제로 관람한 시민들의 경우로 국한해서 합리적으로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교계와 조계종에 대한 존중의 마음과는 별개로 조계종 차원에서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 정당하게 화답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있는 것은 큰 문제이다. 얼마 전에도 전남 구례에서 지리산 노고단으로 가는 길에 천은사로부터 문화재관람료를 강제로 징수당한 한 시민이 분노의 목소리를 참여연대에 전해왔다. 문화재 관람 의사도 없는 시민들이 근방의 길을 지나간다는 이유만으로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에 대해 납득할 시민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참여연대의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응은 아직도 끝난 일이 아닐 것이다. 문화재보호법 개정을 포함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부당이득에 대해서 소송을 재차 제기하는 등 문제의 정당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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