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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을 시작으로 4개의 <핵군축보고서>를 발표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핵무기가 반인륜적이고 가공할 만한 대량살상무기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일단 사용할 경우 적뿐만 아니라 모두가 파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도 아니다. 인류 역사에서 최초의 핵무기 사용은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투하한 것인데,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도시를 초토화시킨 이후 핵무기는 더 이상 사용되어서는 안되는 무기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핵무기는 계속 생산되어 전 세계에는 만 개 이상의 핵탄두가 쌓여 있다.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하려는 집단이나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반도는 군사패권을 휘두르는 미국과 미국의 위협에 핵무기 보유로 맞서려는 북한이 첨예하게 갈등하는 곳이다.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으면서 핵개발 능력을 키워온 한국과 일본, 이미 강력한 핵보유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가 모여 있는 동북아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그 어느 나라보다 평화롭게 생존하기 위해 비핵화가 절박하게 필요한 곳이 바로 한반도일 수밖에 없다. 때마침 2008년에 당선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핵무기 없는 세계’를 들고 나오면서 미국의 핵정책 변화와 전 세계 핵군축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었다.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동북아비핵지대화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온 참여연대는 당위적인 요구를 넘어서, 국제사회 오랜 핵군축 요구에도 불구하고 핵군축이 실제 이행되지 않는 배경과 이유를 보여주고자 했다. 주요하게는 핵무기 보유 국가들과, 핵능력을 키우며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국가들의 핵정책을 폭로하면서 국제사회 핵비확산 노력들이 왜 실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는 취지였다. 2009년 평화군축센터 박정은 팀장과 이지은, 김희순 간사 그리고 대학생 인턴 두 명은 3개월 스터디에 들어갔다. 영문 자료집으로 된 유엔 총회에 회부된 핵무기 관련 결의안의 내용을 정리하고 각국의 핵관련 역사도 뒤졌다. 핵문제에 관한 유엔 차원의 논의는 한반도에서 빚어지는 핵문제보다 훨씬 다양하고 방대했다. 주목한 국가들의 표결은 분명히 경향성을 띠고 있었고, 각국 정부의 성격에 따라 일부 변화를 보이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 주요 활동 경과 ┃

 

첫 번째 핵군축보고서는 2009년 9월에 발간됐다. 유엔 총회에서 다뤄진 6년간(2003년~2008년/ 58차 회기~63차 회기)의 핵군축과 비확산 관련 결의안과 결정문에 대해 각국이 어떤 표결을 했는지 정리, 분석했다. 참여연대가 주목한 대상 국가는 핵무기 보유 5개국(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NPT(핵확산방지조약) 미가입국이지만 핵무기를 이미 보유했거나 보유하고자 하는 국가들(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북한), 또는 핵무기 보유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이란), 그리고 한국과 일본 등 총 12개 국가였다. 특히 한국의 표결 현황은 ‘한국 정부의 유엔 핵군축 결의안 표결 분석 보고서’에서 별도로 심도 있게 다루었다.

 

분석결과, 전 세계 핵탄두의 32%나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표결에 붙여진 핵군축 결의안에 전부 반대하고 있었다. 반면 이란(93%), 북한(73%), 파키스탄(67%)이 오히려 핵군축 결의안에 찬성하는 경향을 보여줬다. 한국, 일본 등 소위 미국의 동맹국가이며 미국의 핵우산을 제공받고 있는 나라들은 실질적인 핵군축 이행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기권하는 경향이 높았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이에 대립하는 국가들간의 진영화된 표결태도도 확인되었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사실을 볼 때 국제사회 핵군축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으며, 핵군축과 비확산에 관한 이중 잣대와 정당성 논란이 벌어지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특히 전 세계 핵군축과 비확산을 강조해 온 한국 정부의 경우 실제 국제외교 무대에서는 핵무기 철폐에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분석 결과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따져 묻는 공개질의서도 발송했다. 특히 핵무기 사용 금지 등 유엔 핵군축 관련 결의안에 한국이 기권한 것을 문제제기하는 내용으로 핵군축 보고서를 발표하기 전후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외교부에 공개질의서를 발송했다. 정부의 입장이 실제 표결행위와는 모순되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궁극적으로는 국제사회의 핵무기 폐기와 군축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설득하고자 했다.

 

이듬해 2010년에는 NPT 검토회의를 목전에 둔 4월 29일 두 번째 핵군축 보고서를 발간했다. 2010 핵군축보고서는 주요 국가의 표결행태와 한국의 핵정책을 분석한 두 개의 장으로 구성했다. 전년도 발행한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핵군축 보고서」를 기반으로 2009년 한 해 동안 이뤄진 유엔 총회 결의안 분석을 업데이트하여 발행했다. 또한 NWC(핵무기협약), CTBT(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FMCT(핵분열성물질생산금지조약), NSA(소극적안전보장) 조약화 논의 등 국제 핵군축·비확산 체제 강화를 위한 의제들과 각국 입장을 소개하는 데 비중을 두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오바마 정부의 핵정책을 분석함으로써 ‘핵무기 없는 세상’ 구상에 대한 중간 평가를 시도했다. 2010년 핵군축 보고서는 영문으로도 번역되었다. 영문판 보고서는 5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2010 NPT 검토회의에 참여한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참가단의 주요 로비문서이자 입장문서로도 활용되었다.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찾아온 평화운동 인사들과 각국 정부 대표단들에게 배포되었다.

 

2012년에는 서울에서 열린 ‘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즈음하여 세 번째 핵군축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0년과 2011년 유엔 총회에서 논의되었던 핵군축.비확산 관련 결의안에 대한 주요 핵보유 국가들과 한국 등 12개 국가들의 표결 내용과 경향을 다시 분석했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개최되는 핵안보정상회의를 겨냥했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핵물질 생산과 사용을 줄이기보다 여전히 ‘핵의 평화적 이용’, 즉 핵발전소의 중단 없는 가동을 천명하고 핵물질에 대한 보안을 강조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했다.

 

 

┃ 성과와 의미 ┃

 

‘핵군축보고서’는 한반도 비핵화뿐만 아니라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진지한 관심과 토론을 촉발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보고서는 단순히 북핵문제와 미국의 핵우산 제공에서 빚어지는 핵 갈등, 즉 한반도 핵문제에만 주로 초점을 맞추던 것을 넘어서 반핵운동의 시야를 넓히고자 했다. 또한 실증적인 데이터에 기초해서 핵 억지력을 안보 수단으로 삼으려는 국가들의 태도를 보여주고, 이들 국가들이 핵무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않는 한 ‘핵무기 없는 세상’은 결코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핵무기 철폐는 전 지구적 차원의 과제임을 보여준 것이다.

 

보고서는 정부의 대외적 입장과 실제 정책간에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국은 비핵 국가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미국의 핵 정책에 철저히 편승하고 있다. 핵무기 사용 금지 조약 체결이나 비핵지대화 건설 등과 같은 핵위협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려는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제사회 핵군축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측면에서 이러한 보고서 발간은 그 동안 제대로 감시받지 않았던 정부의 국제외교, 대외정책을 감시하고 공론화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다.

 

핵군축의 의무는 비단 핵무기 보유 국가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핵 억지력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핵 억지력을 강조하고 핵발전을 확대하려는 한국은 분명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 핵정책에 대한 지속적이고 폭넓은 감시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국제 반핵연대도 더 확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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