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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참여연대는 여야 국회의원, 정부, 학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남북관계발전기본법 제정 의의와 입법방향’이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성사는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어느 때보다도 높였다. 그러나 이후 미 부시정권의 대북강경정책과 북한의 핵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또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부침 속에서도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공감대가 확산되었다. 특히 2004년 17대 총선에 따른 국내 정치지형의 변화로 남북관계 개선 과제들을 사회적 의제로 설정하기에 좋은 환경이 마련되고 있었다. 당시 정부는 남북장성급회담,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담 등 남북정치, 군사, 경제 교류협력 관계를 진전시키고 있었으며, 민간 차원에서도 6.15 공동선언을 기념하는 다양한 남북 학술, 민간 교류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라크에서 미국의 대테러 전쟁이 진행되고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동맹 재조정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한반도 안보환경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국내적으로 대북정책을 둘러싼 소모적인 정치권의 정쟁도 계속되었다.

 

평화군축센터는 발족한 이듬해인 2004년 여야, 시민사회 등 국민적 합의기구로서 남북관계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남북관계기본법 제정을 포함한 남북 신뢰구축과 관계 개선을 위한 여러 방안을 의제로 삼을 것을 국회에 제안했다. 특히 남북교류협력이 활성화되면서 전반적으로 남북관계가 급진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남북관계발전 단계에 걸맞은 법률체계는 아직 갖춰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남북관계의 핵심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안전성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대외여건이나 정권의 입장과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법률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기본법 제정과 관련하여 ‘남북관계는 법보다 정치적 역학관계로 풀리는 여건을 감안할 때 법제정은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어 16대 국회에서는 본격적인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 주요 활동 경과 ┃

 

2004년 6월 17대 국회가 구성되자마자 참여연대는 국회가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를 발표했다. 그 중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으로 남북관계발전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하고 남북 교류협력과 관련한 제반 법령에 대하여 기본법적 지위를 갖는 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통일부와 일부 의원들도 법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참여연대 주장이 일부 반영되기도 했다. 그해 8월에는 임채정 의원(열린우리당)이 대표 발의한 ‘남북관계발전기본법안’이, 11월에는 정문헌 의원(한나라당)이 대표 발의한 ‘남북관계기본법안’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상임위에 제출되었다. 

 

이에 참여연대는 토론회, 의견청원, 국회모니터링, 국회의원 면담, 공동 의견서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남북관계발전기본법이 담아야 할 정신과 기본 방향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국회에 피력하고자 했다. 임채정 의원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약 한 달 즈음 뒤인 2004년 9월 참여연대는 여야 국회의원, 정부, 학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남북관계발전기본법 제정의 의미와 입법방향’이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특히 125명의 여야 의원들이 공동으로 발의한 임채정 의원의 ‘남북관계발전기본법안’에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에 대한 토론이 주를 이루었다. 이 법안이 16대 국회 때 제출된 구법안에 비해 기본법제로서의 성격이 강화되고 구성과 체계가 정비되는 등 세부적인 문제점이 대폭 개선된 점은 평가할 만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이 법안에 대해 남북기본합의서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평화와 통일에 대한 방향 및 정책수립에 있어 국민적 합의를 모으기보다는 통일부의 역할과 권한강화에 그치고 있는 등 여전히 많은 한계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남북관계기본법 청원안에 참가하고 있던 당시 협동사무처장 장유식 변호사는 “이 법의 주요목적이 한반도 평화증진인 만큼 이미 남북합의서에서도 합의된 바 있는 불가침과 군비감축을 통한 한반도 긴장완화 부분을 포함하도록 법안이 수정되어야 한다”며 남북관계기본법의 방향과 담아야 할 내용에 대한 참여연대의 의견을 피력했다.

 

같은 해 12월 1일 참여연대는 남북관계기본법 입법에 관한 의견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새로이 제정될 남북관계기본법 목적 조항에 91년 남북한이 체결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통일의 기본원칙으로서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다른 법률과의 관계에 있어서 기본법이 남북관계를 명시하는 다른 법령에 우선 적용할 것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통일부 산하의 남북관계발전위원회가 아니라,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정책을 심의, 의결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법안 심의과정에 이르러서는 남북관계기본법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기 보다는 오히려 애초 제정 취지에서 후퇴한 법률 제정을 서둘렀다. 하지만 평화, 통일운동 단체들은 이러한 법률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거나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의원들과의 면담 등을 하면서 법률안 수정을 요구하던 참여연대는 여러 시민단체들과 간담회를 열어 기본법 제정의 흐름과 대응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 결과로 2005년 10월 7개 시민단체들과 공동으로 올바른 남북관계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남북관계기본법 제정에 관한 의견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들은 대북정책 및 통일정책 수립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며 법안의 명칭, 목적조항과 기본원칙 조항, 다른 법률과의 관계, 정부의 책무 등 총 9개 항목에 대하여 시민사회가 바라는 법안의 개선방향을 담았다.

 

하지만 법률은 2005년 12월 8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안’이라는 명칭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열린우리당과 통일부는 여야 합의로 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일부 조항의 후퇴는 불가피하다고 보았고, 무엇보다 시급히 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기본법 위상의 법률 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남북관계발전위원회도 결국 통일부 산하로 두는 것으로 했다. 다만 남북관계 전반을 규정하는 법률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 성과와 의미 ┃

 

한국 정치에서 분단과 적대적인 남북관계만큼 국내정치에 활용되는 소재가 없다. 대북정책 기조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달라졌고, 남북관계는 끊임없이 요동쳤다. 참여연대가 남북관계기본법 제정을 제기한 것은 남북간의 역사적 합의를 계승함과 동시에 그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안정적인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 과정 역시 정치세력의 정쟁이 아닌 시민들의 토론과 합의를 통해 대북정책에 대한 동의기반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사회적 합의기구로서의 남북관계발전위원회 등을 제시한 참여연대의 법 제정 노력은 국회는 물론 시민사회 내 건설적인 논의를 촉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본법 제정 논의과정에서 시민사회 대응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 아쉬움은 크다.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다고는 하나 서둘러 처리된 남북관계발전법의 한계가 너무나도 분명했기 때문이다. 통일부 산하에 둔 남북관계발전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임기 내내 아예 열리지도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구가 되어 버렸다. 노무현 정부 말기 수립된 1차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은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휴지조각으로 전락했으며,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2차 기본계획은 그나마 1차 계획에 포함되어 있던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들을 모두 제외하는 등 내용상 후퇴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발전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교착상태에 있다가 전쟁위기까지 고조되는 남북관계의 부침은 초당적 협력과 시민사회 참여라는 합의기반에 근거한 대북정책, 한반도 평화정책이 중요함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고 있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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