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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 권리씨, 현장에 가다

2009년 3월 처음 발간된 현장리포트는 빈곤아동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공부방)에 관한 내용이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출범한 이래 주요 복지 사안을 입법화하거나 사회적 의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왕성한 활동을 통해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되는 등의 성과도 있었지만, 국민들의 열악한 삶을 보호하기에 복지제도는 여전히 헐거웠다. 그럼에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정부의 복지제도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는 등의 자극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내부적으로도 전문가 중심으로 복지정책에 관한 씽크탱크(Think Tank) 역할에 치중한 나머지 사회복지 현장과 떨어져 있다는 비판에 직면한 사회복지위원회는 새로운 활동방식을 고민했다.

 

이런 가운데 2009년 사회복지위원회는 사회복지 현장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이를 통하여 시민들에게 ‘가슴에 와 닿는 복지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리포트를 발간하기로 했다. 시민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권리씨, 현장에 가다”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리포트는 빈곤아동, 주거빈곤층, 노인, 기초보장, 보육 등 다섯 분야의 주제로 발표되었다. 현장리포트 발간을 위하여 간사들은 실제 각 영역의 현장 활동가들을 찾아가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당사자들을 소개받아 전화 또는 대면 인터뷰를 하거나 초청하여 대담을 진행했다. 리포트는 취재한 현장 이야기를 기반으로 일반시민들 및 복지전공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작성했으며, 참여연대의 대안과 계획을 결론에 담았다.

 

 

┃ 주요 활동 경과 ┃

 

삽질이 아닌 아이에 투자하세요

 

2009년 3월 처음 발간된 현장리포트는 빈곤아동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공부방)에 관한 내용이었다. 서울시 종로구의 한 지역아동센터를 직접 방문해 그곳에서 근무하는 선생님을 인터뷰하고 현장의 모습을 기록했다. 지역아동센터 선생님은 정원이 차서 더 이상 아이들을 받을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전하며 최근 급증하고 있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돌보기에는 아동센터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한 30여 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은 월 218만 원 수준인데 그마저도 매년 줄고 있으며, 선생님들의 임금도 월 90~100만 원 수준으로 열악하다는 상황을 전했다.

 

참여연대는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현실을 전하고, 지역아동센터 지원예산 확대를 촉구하는 정책 제안을 담은 현장리포트를 제작했다. 특히 지역아동센터 예산이 국회 예결특위 등을 거치면서 삭감되고 반면 4대강 등 토건예산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현장리포트 제목을 “삽질이 아닌 아이에게 투자하세요”라고 붙였다. 2009년 3월 말 처음 발간된 현장리포트는 <다음 아고라>, <오마이뉴스>에도 동시에 게재하여 주목을 받았다.

 

2009 대한민국, 실종된 주거권을 찾습니다

 

두 번째로 현장리포트는 주거빈곤층을 찾아갔다.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사람들 다수는 ‘쪽방촌’에서 사는데, 수급액의 절반 정도를 주거비에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방세마저도 밀려 쫓겨나면 노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복지위원회는 주거운동 단체들의 도움으로 서울역 등 노숙인들이 주로 기거하는 곳에 방문해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었다. 한 노숙인은 회사부도와 가족해체로 인해 실직 후 1년 만에 거리로 내몰렸다고 했다. 또 다른 노숙인은 회사의 부도, 노모의 병환, 이혼으로 경제적 위기에 몰린 후 실업급여나 긴급지원 등 어떠한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고 고시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노숙인 쉼터를 찾게 되었다는 사연을 전해 주었다.

 

사람들은 어쩌다가 노숙까지 하게 되었냐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노숙인은 특별한 사람들만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불운이 반복되거나 갑자기 생활여건이 변했지만, 누구로부터도 구제받지 못한 주변 이웃들이 노숙인이 되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현장리포트를 통해 극심한 경제위기로 주거빈곤층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지만 정부가 주거를 복지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부동산 규제를 풀고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모든 아이들을 위한 보육,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들어 주세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부모들만의 책임일까? 세 번째 현장리포트는 민간 또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있거나, 보낸 경험이 있는 6명의 부모를 만났다.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면서 겪는 어려움, 정부의 보육 정책이 실제 보육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부모들은 일과 육아를 동시에 병행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며,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탄력근무제 도입 등 노동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믿을만한 국.공립 보육시설이 늘어나고 보육교사들의 근무환경이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빼놓지 않았다.

 

스웨덴 아동복지의 기조는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다. 모든 사람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미래에 나라를 이끌어갈 주체인 만큼 복지정책을 비롯해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세계 최하위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저출산을 걱정하면서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데 필요한 비용과 서비스의 대부분을 개인이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리포트는 간담회를 통해 부모들이 이야기한 어려움을 전달하는 한편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민간보육시설 공공성 확보, 보편적 교육권 보장 등 대안을 제시하며 보육 및 아동복지의 확충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효도하겠다던 노인장기요양보험, 정말 그런가요?

 

참여연대 인턴들과 함께 진행한 네 번째 현장리포트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현장을 찾아갔다. 인턴들은 인천시 사회복지협의회 노인복지센터를 찾아가 방문요양을 받고 있는 김모 할머니를 만나고, 뇌졸중 때문에 1급 판정을 받고 방문요양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모 씨의 집도 직접 찾아갔다. 방문요양서비스를 받는 김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외출은 물론 집안일도 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본인부담금 비용이 부담스러워 방문요양 시간을 늘리지 못하고 있었다. 뇌졸중 때문에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는 이 씨는 남편이 일하러 나가는 낮에는 혼자 있는데도 비용부담 때문에 하루에 4시간 밖에 방문요양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질병은 피해갈 수 없는 문제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 장기간 치료와 돌봄을 요하는 질병에 걸리기 쉽고, 많은 가정이 이런 노인들을 돌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돌봄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실시되었지만, 위 사례들처럼 받을 수 있는 혜택은 극히 제한적이다.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높은 본인부담금 때문에 서비스를 아예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우후죽순 생긴 노인요양시설은 97.3%가 민간시설인데, 체계적으로 서비스 질이 관리가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에 사회복지위원회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확대, 모니터링 체계 개선과 인허가제 도입, 공공시설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발표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10년의 그늘

 

마지막으로 진행된 현장리포트는 서울역 근처 동자동 쪽방촌이었다. 1,00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는 동자동 쪽방촌은 서울에 몇 안 되는 주거 빈곤지역이다.

 

참여연대는 그 곳에서 빈곤의 사각지대에서 힘겹게 생활하는 노인들을 만나서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연락이 끊긴 아들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을 받지 못하는 할머니, 부양받지 못하는데도 사위가 진급했다고 하여 기초생활수급에서 탈락한 할아버지, 가난한 자식들에게 차마 연락을 하지 못하는데도 기초생활수급을 받지 못하는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부양의무제도로 인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었다.

 

참여연대는 현장리포트를 통해 최소한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부양의무제도,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 수준과 결정방식, 수급자 선정에 사용되는 재산기준의 비현실성 때문에 넓은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리고 수급자 선정기준에서 부양의무자 규정을 삭제하고 최저생계비를 상대빈곤기준으로 하며, 수급자 선정을 위한 재산기준의 합리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제도 개선안을 제시했다.

 

 

┃ 성과와 의미 ┃

 

2014년 2월 생활고에 힘겨워하던 송파구의 세 모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이분들이 기초수급자 신청을 했거나 관할 구청에서 상황을 알았더라면 긴급복지지원제도를 통해 지원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현재 시행하고 있는 복지제도로는 세 모녀를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빈곤층임에도 수급자가 되지 못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은 410만 명(8.4%)이나 된다. 보편적 복지를 실시하고 있는 서구와 달리 소득에 따라 선별적인 복지를 제공하는 우리나라의 복지제도 아래서 세 모녀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권리씨, 현장에 가다” 현장리포트는 제도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대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다. 시민들이 현장의 문제점들을 간접 체험하게 하는 기회가 되었으며, 준비 과정에 참여한 간사들에게는 현장 중심 활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이슈를 발굴하자는 애초의 기획과 달리 그동안 참여연대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해온 보육, 아동, 노인, 기초생활보장제도, 주거 등의 이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5회를 끝으로 기획이 단기간에 마무리되면서 새로운 이슈를 찾지는 못했던 것이다. 더불어 책으로 출간하려는 기획도 시행되지 못했다. 사회복지 운동의 지속성과 발전을 위해서는 복지이슈의 개발과 확장 그리고 현장성 강화가 요구된다. 현장리포트는 5회에 그쳤지만, 사회복지 제도가 모두의 삶을 보호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 위한 시도는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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