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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촌 주소지찾기 소송 승소 판결문(2001.1)

2000년 8월 송파지역 비닐하우스촌인 일명 ‘화훼마을’ 과 ‘개미마을’에 거주하던 주민들의 전입신고를 반려한 문정2동 동사무소를 상대로 주소지찾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주택보급율이 100%가 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최저주거기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삶의 둥지를 틀고 있는 주거빈곤층이 많이 존재한다. 그 중 한 형태가 비닐하우스촌이라 불리는 무허가 주거지이다. 1970년 이후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도시지역 빈민들의 전형적인 주거지역이 흔히 ‘달동네’ 혹은 ‘산동네’인데, 1980년대 접어들어 달동네는 재개발의 주된 대상이 되었다. 가난한 달동네 주민들이 다시 외곽으로 이주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주거촌을 형성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의 형태가 비닐하우스촌이었다.

 

많은 빈곤층이 비닐하우스촌에 살고 있었으나, 2000년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공식적인 입장은 “비닐하우스촌에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지방자치단체는 비닐하우스촌에 거주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비닐하우스촌을 사람이 거주하는 주택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그에 따라 주민등록 등재를 계속 거부해왔다. 그로 인해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은 시, 군, 구 등 행정구역 안에서 명백히 생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으로는 인정받을 수 없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로 취급되어 왔다. 주소지 등재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인해 생활에 꼭 필요한 전기, 상수도 같은 기반시설의 공급이 불안정하거나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들 주민의 자녀들은 인근 학교배정을 받지 못해 먼 거리에 있는 학교를 다녀야 했으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복지정책에서도 소외되거나 차별을 받아 위장전입을 할 수 밖에 없는 등 주민들은 많은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참여연대가 이 문제에 주목하게 된 것은 2000년 기초생활보장법의 시행을 앞두고, 비닐하우스촌에 거주하는 주민들 다수가 빈곤한데도 주소지가 없어 급여신청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참여연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 권리찾기 운동의 일환으로 비닐하우스촌 주민들과 함께 주소지 찾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 주요 활동 경과 ┃

 

주소지 찾기 1차 행정소송 (2000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강동송파시민단체협의회, 주거권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 함께 송파지역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을 원고로 하여 2000년 8월 9일 서울행정법원에 ‘주민등록전입신고 거부처분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원고인 최 모씨는 1988년부터 송파구 문정2동의 비닐하우스촌인 일명 ‘화훼마을’에서 거주하고 있었고, 원고 심 모씨는 1991년 같은 동 ‘개미마을’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각각 2000년 7월 25일자, 28일자로 송파구 문정2동 동사무소에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하였다. 그러나 문정2동 동사무소는 “이들이 거주하는 시설이 당초 농작물의 재배를 목적으로 설치된 원예용 시설로써 주민등록상의 주소로 지정이 불가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의 전입신고를 반려 처분하였다. 소송은 이러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것이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인 박주현 변호사, 이찬진 변호사, 임성택 변호사가 원고 소송대리를 맡은 이 소송에서, 원고 측은 “주민등록법상의 거주지는 주민의 사실상 생활의 근거지가 되는 장소를 의미하는 바, 원고들이 거주하는 곳이 비록 비닐하우스라고는 하나 실제로 사람이 주거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으므로 법상 명백한 주거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등록표상 주소지에 살고 있지 못하는 비닐하우스 주민들은 그 해 10월부터 시행 예정인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급여신청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을 지적했다. 이와 같은 ‘주소지 찾기’ 행정소송은 수급권을 제한하는 행정상의 걸림돌을 제거하여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중요한 수단으로서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이 소송은 2000년 12월 14일 1심에서 원고 승소한 뒤, 2001년 7월 24일 항소심에서도 승소하였으며, 피고인 송파구에서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2001년 송파지역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은 마침내 주소지를 획득하게 되었다.

 

주소지 찾기 2차 행정소송 (2007년)

 

2001년 승소 이후, 2004년에는 빈곤격차차별시정위원회의 요청으로 당시 행정자치부는 주민등록 신고 거부로 인한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의 권리 침해를 해소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의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적극 수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국가인권위에서도 2006년에 이와 같은 내용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 법원의 판결, 행정부의 지침이나 권고를 단순히 권고사항으로만 받아들이고 여전히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의 전입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이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민변 공익소송위원회,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은 공동변호인단을 구성하고, 2007년 서초구 잔디마을, 강남구 수정마을, 과천시 꿀벌마을의 비닐하우스촌 주민대표를 원고로 하여 전입신고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소송도 모두 승소하였는데, 2009년 대법원에서는 투기나 이주대책 요구 등을 방지할 목적으로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거부하는 것은 주민등록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 등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는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다(대법원 2009. 6. 18. 선고 2008두10997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모든 국민이 거주, 이전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헌법 제14조 규정 등을 이유로, 주민들의 주민등록 전입신고에 대하여 행정청이 이를 심사하여 그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는 자칫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시장 등의 주민등록 전입신고 수리 여부에 대한 심사를 주민등록법의 입법 목적의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주민등록법이 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의 동태를 명확히 파악하여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행정사무의 적정한 처리를 도모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만큼 심사 대상은 전입신고자가 30일 이상 생활의 근거로서 거주할 목적으로 거주지를 옮기는지 여부만으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로써 더 이상 행정기관들이 실질적 거주요건이나 거주목적 등을 이유로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거부할 명분은 사라지게 되었다.

 

 

┃ 성과와 의미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주도했던 비닐하우스촌 주소지 찾기 운동은 두 차례에 걸친 공익소송을 통하여 비닐하우스촌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마을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된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소송 결과로 비닐하우스촌 주민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기존 정책에서 배제되었던 주거취약계층의 법적·제도적 권리를 찾는 시발점이 되기도 하였다. 2000년 처음으로 송파구 소재 비닐하우스촌 주민들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송파지역 종교·시민사회단체는 2009년 대법원 승소판결을 기념하기 위하여 ‘비닐하우스촌 주소지 전입신고 대법원 승소 기념위원회’를 발족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를 비롯해 소송을 함께한 단체에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비닐하우스촌 주소지 찾기 운동은 비닐하우스촌이 미등재 무허가 거주지라는 문제를 풀기위한 시작에 불과했다. 주거빈곤층에게 적절한 주거권을 보장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마을임을 인정한다는 것은, 점유지로서의 안전성과 주거지로서의 적절성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의미하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의 경제적 여건과 정부의 저소득층 주거정책의 실패에 기인한다. 단순히 최저주거기준만을 고려한 물리적인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이 스스로 부담 가능한 주거를 제공하고 적절한 주거상태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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