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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에는 성북동 장수마을, 희망UP 캠페인

2010년 7월에는 성북동 장수마을에서 <희망UP>캠페인을 진행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전신이었던 ‘생활보호법’에도 최저생계비라는 법적 용어는 존재했었다. 그러나 생활보호법 상의 최저생계비는 보호대상자의 범위를 결정하는 데 참고하기 위한 숫자에 불과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IMF 경제위기로 인해 대량실업과 빈곤인구가 발생하였고, 견고한 사회안전망을 위해 최저생계비가 국민의 권리로서 작동해야한다는 시민들의 요구들이 이어졌다.

 

이후 국민의 정부 시절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최저생계비의 의미는 좀 더 명확해졌다. 아무리 가난해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은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사회안전망으로써 기능하게 된 것이다. 법에서 정의하는 최저생계비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2조의6)”이다. 이를 통해 한국이라는 국가에 사는 국민들은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최소한의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은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최저생계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선정 및 급여 제시의 기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생활임금 등 생활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회적 지표이기도 하다. 또한, 대학입학전형, 학자금대출, 장학제도, 보육시설 우선입학 기준, 공공시설 입장료, 장기요양제도, 취업전형, 기타 사회복지서비스(난방비, 전기세, 생필품 지원, 문화센터 이용)등 수많은 사회체계에서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래서 최저생계비 현실화는 단순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누릴 수 있는 삶의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1999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고시되어 온 최저생계비는 그 수준이 너무 낮았다. 게다가 5년 만에 다시 계측되는 최저생계비의 인상폭 역시 지나치게 낮았다. 최저생계비 계측은 2013년 현재까지 모두 마켓바스켓(market basket)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마켓바스켓 방식이란, 표준가구의 최저생활에 필요한 품목과 수량을 모두 시장바구니에 담아 중저가 가격을 반영하여 합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최저생계비가 반복적으로 책정되었고 빈곤한 국민들의 생활수준도 갈수록 저열해 지고 있었다. 그래서 2004년 참여연대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최저생계비의 비현실성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 최저생계비로만 한 달을 살아보는 체험 캠페인을 추진하였다.

 

 

┃ 주요 활동 경과 ┃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희망UP> 캠페인 ‘하월곡동 한 달 나기’ (2004년)

 

2004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된 지 5년 만에 실시되는 최저생계비 실계측 과정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기 위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희망UP)’ 캠페인을 진행했다. 당시 하월곡동은 빈민촌을 ‘달동네’라고 부르게 된 기원이기도 한 서울의 대표적 빈민촌이었다. 참여연대는 수차례 하월곡동을 방문하여 주민들에게 캠페인의 취지를 알렸고, 주민들의 도움으로 체험할 집을 구했다. 성북자활후견기관의 집수리사업단이 천장을 보수하였고,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이었던 윤홍식 교수가 방충망을 설치했는가 하면, 남기철 교수와 간사들은 도배를 맡는 등 체험을 준비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사이트에 공지해서 체험단을 모집했다. 수리한 집에서 직접 최저생계비로 생활하게 된 11명의 시민은 하월곡동에서 한 달 살기에 돌입했다. 이 밖에도 ‘내 집에서 한 달 나기’ 체험에는 약 1천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특히 ‘하월곡동 한 달 나기’ 체험단은 가구별로 팀을 나눠 사전 교육, 소지품 검사, 몸무게 체크 등을 거쳐 마을 내 봉사활동, 가계부 조사 및 작성, 거리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했다. 체험 한 달 기간 중에는 여야 국회의원과 학계 전문가 등이 하루 식비 5000원을 가지고 1일 릴레이 체험에 참여하기도 했다. 희망UP 캠페인은 단순히 빈곤체험에 그치지 않고 후속 사업 등을 통해 최저생계비 인상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획이었다.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캠페인 (2007년)

 

그로부터 3년 뒤인 2007년에는 다가오는 최저생계비 재계측을 대비하여 2004년의 캠페인을 변형해서 진행했다. 10명의 대학생 참가자와 함께 ‘복지학교-거침없이 희망 UP! 최저생계비를 말하다’를 개강하고, 최저생계비 체험, 쪽방 하루나기 등 ‘참여연대와 함께하는 시민운동 현장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최저생계비의 비현실성을 제기하며,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계측방식 도입을 촉구하는 릴레이 편지를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위원들에게 보내는 활동을 펼쳤다.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희망UP 캠페인 ‘장수마을 한 달 나기’ (2010년)

 

1990년대 후반에 겪은 경제위기가 회복되기도 전에 2008년 또 다시 위기가 닥쳐왔다.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었고, 절대빈곤층은 줄지 않고 있었다. 상대빈곤율은 지난 20년간 두 배 가량 높아져 있었다. 그럼에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수는 10년째 3% 수준에서 변화가 없었다. 2009년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빈곤층임에도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되지 못해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은 전인구의 약 8.4%나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2010년 참여연대는 두 번째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캠페인을 시도하게 된다. 아름다운 재단의 후원으로 이번에는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에 위치한 장수마을에서 진행하였다. 체험 결과, 역시나 한 달을 채우기 전에 모든 체험가구가 파산했고, 당시 최저생계비로는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 성과와 의미 ┃

 

‘희망UP 캠페인-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를 지켜본 시민들로부터 다양한 반응과 의견이 쏟아졌다. 체험단은 하루 일과를 일기로 남겼고, 매일 가계부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는데, 한 참가자가 린스를 구입한 것을 공개하자 네티즌들의 비난 댓글이 엄청나게 달렸다. 빈곤체험을 한다면서 린스를 사용하는 것은 사치라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생수, 휴대폰, 컵라면, 맥주, 계란 등에 대한 댓글 논란이 이어졌다.

 

또 ‘황제식단’ 발언으로 논란이 되었던 차명진 前국회의원의 릴레이 체험 후기가 있다. “어제 인터넷에서 탐색한 내용이… 서울역 롯데마트에서 특정가공품(미트볼, 쌀국수, 야채참치)을 아주 싸게 파는 정보를 얻어냈다… 다 합해서 3710원에 세 끼를 해결했다… 맛있게 황제의 식사를 했다”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인터넷은 차 의원에 대한 비난글로 도배되었는데, “국회의원 월급은 최저생계비만큼만”이라는 맹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차명진 의원은 사과문과 함께 수정된 후기를 게재해야만 했다.

 

수년을 최저생계비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수급자들의 어려움을 고작 한 달 나기 체험으로 파악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제기나 논란은 당연할 수 있다. 그리고 온라인을 달구었던 논란들은 빈곤정책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유의미하기도 했다. 전체인구의 3%에게만 보장되는 최저생계비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대학생, 중산층, 노동자 등 다양한 사회계층이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빈곤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문제이며, 빈곤에 처한 국민은 국가의 ‘시혜나 자비’가 아닌,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확장하는 데 필요한 과정이었다.

 

‘희망UP 캠페인’은 우리사회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졌고, 빈곤을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의 전환에 상당히 기여했다.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정책결정의 틀에서 벗어나, 시민의 입장에서 최저생계비의 생활수준을 확인해보고자 했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간접체험의 기회를 제공했으며, 논란이 있었음에도 현재 최저생계비가 가난에 처한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고발했다.

 

2004년의 경우 낮은 인상율이기는 하지만, 캠페인 이후 최저생계비가 8.9% 인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적은 액수 못지않게 여전히 남아있는 핵심문제는 예산확보의 어려움, 정치적 논리 등의 이유로 최저생계비의 합리적인 계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도 최저생계비는 깊숙한 밀실에서 재정부처의 요구에 맞춰 계측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정부는 집권여당의 뒷문입법을 통해 ‘맞춤형 개별급여’를 도입한다는 명목으로 최저생계비를 없애고, 여러 부처의 재량으로 보장수준을 결정하는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과거 생활보호법과 같이 시혜적 제도로 후퇴시켜 국민의 권리를 축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정부의 시도를 막아내고, 제대로 된 빈곤정책으로의 전환을 위해 새로운 ‘희망UP 캠페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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