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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25개 사회단체와 공동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청원

1998년 25개 사회단체와 공동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대부분의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도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부조제도가 있다. 한국에서 최초의 근대적 의미의 공공부조제도는 1961년부터 시행된 생활보호제도이다. 그러나 ‘생활보호법’은 빈곤의 책임을 개인과 가족으로 보고, 국가의 개입은 시혜적인 것이라는 인식에 기초한 것이었다. 제도의 운영도 단순히 보호기능을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이에 따른 제도적 취약성은 꾸준히 문제제기 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 한국의 경제수준은 1970~90년대를 거치면서 급속도로 발전하여 1996년 OECD에 가입할 정도로 ‘선진경제’의 문턱에 이른 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경제성장률, 노동생산성 증가율, 국민총소득 등의 경제지표는 단기간에 놀라운 증가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갑작스러운 IMF 외환위기는 대량실업을 초래했는데 이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들 가운데 빈곤이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였다. ‘생활보호법’의 한계와 빈곤문제의 광범위한 확산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근로능력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생계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보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운동에 나서게 되었다. 국민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기존 생활보호법이 한계를 보이자, 확대된 보장성과 권리성을 중심으로 한 탈빈곤제도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 주요 활동 경과 ┃

 

참여연대는 1994년 창립과 거의 동시에 ‘국민생활최저선 확보운동’을 선포하고 실행을 준비했다. 사회복지 관련 교수, 변호사들이 함께 국민생활최저선의 다섯 가지 원칙 즉 국가책임, 권리인정, 전(全)생활영역 포괄, 전(全)국민적용, 민주적 참여보장을 제시했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핵심 영역으로 생활보호제도의 개선을 요구하였다. 법률개정을 촉구하기 위한 기획소송으로 최저생활조차 보장되지 않는 생계급여기준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참여연대의 주요 주장은 연령 기준 제한을 철폐하고 빈곤한 국민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생활보장제도로 전환할 것, 매년 국가의 최저생계비 결정·공표 제도를 법제화할 것, 생활보호대상자 선정기준을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상향조정할 것, 급여수준을 최저생계비 수준 이상으로 상향조정할 것, 최저생계비와 가구소득을 비교하여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여 급여로 지급할 것, 신청방식을 통해 즉시 보호자격이 판정되는 ‘신청보호’ 방식을 선택할 것, 주택수당을 제공할 것 등이었다. 이러한 활동의 결실로 1997년 생활보호법에 최저생계비 제도가 법제화되었다. 당시 참여연대가 제기했던 이러한 요구사항들은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상당부분 반영되어 있다. ‘국민생활최저선 확보운동’의 일환으로 노령수당과 국민연금 운용관련 기획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민생활최저선 확보운동’은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면서 더욱 광범위한 사회적 지지를 얻게 되었다. 경제위기가 심각해지던 1998년부터 참여연대는 본격적인 법제정 추진에 나섰다. 7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청원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이를 사회적인 쟁점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사회복지학과 교수 209명의 공동성명, 만민공동회, 국민복지권리 선언, 집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러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운동에 대하여 보수진영에서는 국가의 경제적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를 크게 제기했다. 경제위기로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저소득층 지원확대를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입은 재정적자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일정한 기준 이상으로 급여를 보충해주는 제도(보충급여)의 성격은 수급대상자인 빈곤층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것이라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호제도는 전신인 생활보호제도에 비하여 소득파악, 부양의무자 파악 등 고도의 기술적 운영이 필요하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 없이 졸속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던 중 우리 사회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이 상당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는 계기가 생겼는데, ‘강정우 어린이 사건’이 그것이다. 1998년 9월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강정우군의 아버지가 1천만 원 생명보험금을 노리고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고 강도사건으로 위장하여 허위신고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2014년 세 모녀의 안타까운 자살사건과 같이, 강정우 어린이의 아버지는 일자리를 잃고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이었다. 이에 “제2의 강정우 어린이를 막기 위한 사회적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사회 전반에 퍼졌고, 좀처럼 관심을 받지 못하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과 긴급 생활보호대책 마련이 우리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참여연대는 1999년 3월 송경용 신부와 문진영 교수를 중심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제정추진연대회의’를 발족하게 된다. 전국의 노동계, 종교계, 빈민단체, 여성단체 등 64개 단체가 함께 모인 ‘연대회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운동에 전면적으로 나서게 된다. 당시 김대중 정부도 ‘생산적 복지’ 개념을 내세우던 터였다. 사회전반에 걸친 관심과 시민사회단체의 지속적인 노력 끝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시민사회단체와 정부, 여야정당 등의 전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1999년 9월 7일 제정되었다. 기존의 생활보호법을 대체하게 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0년 10월 1일 시행되었다.

 

 

┃ 성과와 의미 ┃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은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행복을 추구할 권리(헌법 제10조)’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헌법 제34조)’를 구현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큰 역사적 진전이었다.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의 보호책임을 분명히 하는 종합적 빈곤정책으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헌법에서 잠자고 있던 수급자의 권리를 이끌어내고, 빈곤에 대한 사회 공동의 책임이라는 패러다임적 전환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기존 생활보호법은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근로능력이 있으나 실업과 빈곤에 처한 국민을 보호하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빈곤인구와 노숙인이 급증했고, 자살률도 높아졌다. 급격한 가정해체 현상도 보였다. 이렇듯 다양한 사회문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근로능력이 있는 국민에게 생계비를 지급하지 않는 생활보호법 상의 원칙은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서 한계를 드러냈던 것이다. 그러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으로 근로능력과 무관하게 동일한 수급자격 기준을 적용하게 되었다. 차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최저소득을 보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조건부 수급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법 제도 개선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국민이겠지만, 또 다른 수혜자가 있다면, 주민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일 것이다. 과거에 이들은 별정직이거나 체계가 불분명한 복지상담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는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을 제도화하여 전문 인력으로서 그 업무와 권한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했다. 이로써 실질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적정 인력이 배치될 수 있었고 공공사회복지 전달체계도 확립될 수 있었다. 또한 국민들의 복지행정수요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이후 참여연대는 그 법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활동을 늦추지 않았다. 불합리한 간주부양비 규정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개선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을 청원하고 공익소송도 제기했다(2009).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촉구하기 위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고 있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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