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100 1994-2014 2014-12-31   1472

[074] 평화군축박람회 개최 – 무기로 평화를 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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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평화 서포터즈로 참여한 일반 시민들이 평화군축박람회를 홍보하기 위해 거리 곳곳을 누비기도 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처음 평화군축박람회의 아이디어가 시작된 것은 2009년 한국평화활동가대회 자리였다. 평화활동가대회는 평화운동단체의 공동 의제와 행동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2004년 평화군축센터에서 처음 주도해서 개최한 이후 몇 개 단체가 기획모임을 구성하여 2013년까지 매년 열렸었다. 특히 2009년 평화활동가대회에 모인 활동가들은 정부의 방위산업 육성과 국방비 증가에 대응하고 시민들에게 군축의 당위성과 평화적 대안을 알리는 활동을 기획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살상무기 생산을 장려하고 군비증강에 집중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평화운동의 기획이 시작된 것이다.

2010년 당시 이명박 정부는 방위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무기수출 세계 7위를 국가를 목표로 천명했다. 이미 오랫동안 한국정부는 대규모 무기전시회를 개최하며 무기생산과 거래를 장려해왔다. 하지만 무기를 많이 생산할수록 무기산업의 유일한 소비자인 정부의 국방비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는 결국 교육이나 주거, 의료 등 우리 삶의 ‘안전망’인 복지를 위한 예산을 희생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참여연대를 비롯한 여러 평화단체는 방위산업전시회나 국방홍보 행사에 대응할 만한 대안적 캠페인으로서 평화군축박람회를 구상했다. 캠페인의 목적은 각 평화단체가 다루는 다양한 평화 이슈들을 하나의 공간에 모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정부가 군수산업이 아닌 평화를 위해 투자할 수 있도록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 주요 활동 경과 ┃

2010년 바로 지금, 평화를 이야기하자!

2010년 처음 열린 평화군축박람회는 조계사 앞마당에 마련되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14개의 평화·종교·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했다. 박람회 주제는 ‘지금, 평화를 이야기하자’였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던 바로 그 때, 한국 정부는 북한 GDP수준의 국방비를 쏟아 부으면서 전 세계 3위 수준의 무기를 수입하고 있었다.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평도 교전이 있었던 바로 그 해 평화군축박람회는 평화를 위한 진정한 방법이 무엇인지 이야기하자고 시민들에게 화두를 던졌다.

 

‘박람회’라는 행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평화군축박람회는 다양한 평화 이슈들을 한 자리에 모아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자는 의도가 있었다. 여러 주제를 다루는 평화단체들이 모인 만큼, 서로 다른 이야기와 볼거리들이 풍성하게 준비되었다. 우선, ‘전시마당’에는 단체들이 공동으로 준비한 60여 점의 판넬이 설치되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에 군사적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점들과 대안을 정리해 담았다. ‘몹쓸 무기, 나쁜 무기, 비싼 무기 展’과 ‘한반도 평화와 군축을 위한 시민제안 展’으로 구분된 전시마당은 핵무기, 집속탄, 무기거래 금지협약, 차기 전투기, 파병, 대북지원 등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14개 분야의 문제점들과 대안을 그림과 도표로 알기 쉽게 정리한 내용들로 꾸며졌다. 전시자료는 국회 정책로비 문서로 활용하기 위해 자료집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늦은 오후에는 ‘영상마당’도 열렸다. 국제사회에서 비인도적 무기로 분류되는 집속탄에 대한 프랑스 인권영화 ‘멈추지 않는 대량학살 : 대인지뢰’을 공개 상영했다. ‘평화강연’ 시간에는 당시 뜨거운 감자였던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다루는 강연, 중동 유혈분쟁의 이야기, 무기 감시 등 다양한 주제의 전문가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평화책 모기장 도서관’과 ‘평화의 솟대 만들기’ 등 ‘체험마당’도 마련되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원폭피해자 2세와의 대화, 왁자지껄 문화제 공연마당 등 그야말로 평화의 축제가 펼쳐졌다.

진화하는 평화군축박람회

평화군축박람회는 2011년 이듬해에도 이어졌다. 제2회 평화군축박람회는 2011년 10월 국방부 후원의 서울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ADEX)가 열리는 시기에 맞춰 개최되었다. 인권·환경단체들이 참여함에 따라 내용면이나 규모면에서 더욱 풍부해질 수 있었다. 국회의원들의 참여도 늘어났다. 첫해 평화군축박람회는 국회의원 박선숙 의원과 공동으로 개최했으나 그 다음해에는 33명의 국회의원들이 공동주최자로 결합했다.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시 마당에서는 예년보다 40점이 늘어난 약 100여 점의 전시물이 설치되었다. 2회, 3회를 거치면서 평화군축박람회는 더욱 진화했다. 단체 활동가들 뿐 아니라 평화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 확대되었다.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3회 박람회는 전시물과 강연 뿐 아니라, 춤과 노래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강정 마약 댄스’ 3종 세트를 추며 온몸으로 제주해군기지 반대의 목소리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직접행동으로

평화군축박람회의 진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13년, 평화군축박람회 4회째를 준비하던 평화단체들은 그동안의 정적인 ‘박람회’ 형식에 그치지 말고 보다 직접적으로 우리의 메시지를 표출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무기전시장을 찾는 시민들과 정부관계자들에게 ‘무기산업’의 비윤리성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자 했다. 이에 2013년 10월 개최된 제4회 평화군축박람회는 ‘무기로 평화를 살 수 없습니다’라는 주제 하에 다른 부대행사를 줄이고 전시와 직접행동 두 가지 활동에 집중했다.

 

평화군축박람회 전시마당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ADEX 무기전시회장 주변에서 열렸다. 무기전시회를 찾는 사람들에게 한번쯤은 무기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생각해볼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방위산업전시회의 진짜 이름은 살인무기 전시회이며, 분쟁과 갈등을 먹고 사는 무기산업은 결코 가치중립적인 산업이 아니라는 내용을 전달하고자 했다. 전시마당을 지나가던 한 어르신은 손자·손녀와 함께 전시물을 보며 손수 무기의 끔찍한 결과에 대해 설명 해주기도 했다. ‘죽음을 거래하는 무기상’들과 정부 국방 관계자들에 대한 대항 활동도 이어졌다. 사신복장을 한 평화활동가들은 행사 리셉션장 앞에서 “방위산업전시회=죽음의 잔치”라는 커다란 현수막을 들고 무기산업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전시 당일에는 자원활동가들을 포함한 평화활동가 수 십 명이 ‘이 무기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나요?’라는 문구를 새긴 티셔츠를 입고 전시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무기를 구경 온 사람들이 첨단 기술이 아닌 무기산업의 비윤리성을 지적하는 이러한 문구를 눈여겨 보게하기 위한 것이었다. 에 반응하기를 기대했다. 이외에도 언론기고를 통해 무기산업의 문제점과 무기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 그리고 평화군축박람회의 활동을 알리고자 했다.

┃ 성과와 의미 ┃

평화군축박람회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언급하기는 이르다. 무기산업의 비윤리성과 군축의 필요성을 알리는 이러한 활동이 활발하게 지속될 경우 시민들의 공감대가 조금씩 넓혀질 수 있을 것이다. ‘더 성능 좋은 무기, 더 많은 국방비가 우리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한다’며 무기산업을 육성해 온 정부 정책에 의문을 갖게 하는 것만으로도 현 시점에서는 큰 성과이다. 그만큼 우리는 군비증강이 당연시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평화단체들의 결집도를 높이는 계기가 된 것 역시 성과이다. 각 단체들의 고유한 의제들을 모으고, 하나의 커다란 캠페인으로 조직하는 과정은 그 자체가 운동이기도 하다.

또한 평화군축박람회는 ‘평화적 방법에 의한 평화’, ‘군축을 통한 평화’라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보다 친숙한 형태로 알릴 수 있었다. 전시와 공연, 책자, 직접행동 등 다양한 소통 방식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안이 무엇인지 시민들에게 한 번 쯤 생각해보게 했다. 남북이 무기를 내리고 평화지향의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그 첫 걸음은 안보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이 희생되어도 괜찮다는 군사안보 지상주의를 극복하는 것이다.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안보위협에 대해 군사적 대응만이 능사인지, 안보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묻지마 식 군비증강이 가져오는 문제를 살펴보고,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평화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은 평화단체만이 몫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한 기획 중 하나가 바로 평화군축박람회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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