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활동✨100 1994-2014 2014-12-31   1347

[070] ODA 정책감시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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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The 4th High-Level Forum on Aid Effectiveness, HLF-4)에 맞춰 열린 부산세계시민사회포럼에서 전세계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원조 개혁에 대해 한목소리를 냈다.

┃ 배경과 문제의식 ┃

참여연대가 처음으로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감시 활동에 대한 고민의 싹을 틔운 것은 국제연대위원회의 전신인 국제인권센터가 ODA 연구팀을 구성하고 세미나를 진행하던 1997-1998년 즈음이었다. 당시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지라 ODA 확대 등 정책제시를 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였다. 이후 2000년대 중반 한국정부의 원조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참여연대의 해외원조 감시와 대안적 개발정책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일어났다. 2000년 유엔에서 세계적 빈곤타파 노력과 원조 증액을 강조하는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채택되고 뒤이어 2005년 9월 밀레니엄+5 유엔 특별정상회의에서 선진국들이 ODA 규모를 GNI 0.7% 수준으로 확대하도록 하는 권고안이 채택되는 등 국제적 흐름의 영향도 컸다. 이즈음 한국 정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DAC) 가입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국제적 수준에 맞는 원조규모와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조직정비와 중기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5년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도 내부 토론을 통해 아시아 연대의 방향을 버마 민주화 지지 운동과 ODA 감시 운동으로 결정했다. 한국은 수원국에서 원조공여국으로 탈바꿈한 극소수 국가 중 하나였으나, 이러한 사실이 한국 원조의 질적 수준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규모에 비해 해외 개발원조의 규모는 여전히 국제사회가 권고하는 수준에는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참여연대는 근본적으로 개발과 인권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며, 다른 모든 영역과 마찬가지로 ODA 정책 역시 ‘민주적 통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정부 시각과는 다른 ODA 정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제도개선은 물론 실태 모니터링에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같은 해 외교부 국감질의 등 기본적인 ODA 감시활동을 시작하다가 2007년에는 국제연대위원회 산하에 ODA팀을 구성, 별도의 실행위원 구조를 두고 활동을 시작함으로써 본격적으로 해외원조 정책을 감시할 내적 준비를 갖추게 되었다.

┃ 주요 활동 경과 ┃

참여연대가 한국 ODA 정책 감시 활동에서 우선 집중한 것은 한국의 원조 실태를 진단하고, 해외원조 사례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수많은 부처가 원조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애초에 원조에 대한 개념부터가 국제사회의 그것과 다른 경우가 많았다. 원조를 무역이나 해외건설의 조건부 같은 부수적인 것으로 보기도 했다. 게다가 무상원조는 외교부, 유상원조는 기획재정부로 이원화되어 있어 상호협의 및 조정이 미흡함에 따라 수원국에 대한 무상과 유상원조가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않고 따로 제공됨으로써 원조의 효과가 낮다는 지적도 계속되었다. 뿐만 아니라 해외원조 예산 부서 (복지부, 농림부, 문광부 등 기타 부처)가 많은데 통합관리 되고 있지 않고, 공유된 원칙이나 투명한 선정절차가 무시됨에 따라 운용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특정 기업군이 전체 사업의 7,80%를 수주하는 등 원조사업을 독점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었다.

이러한 탓에 참여연대는 2006년 ‘지구촌 ODA 정책감시 뉴스레터’ 시리즈를 시작으로 한국 ODA의 실태와 구조적 문제점, 시민들의 인식을 짚고 국제사회 원조 사례를 소개하는 등의 이슈리포트와 보고서 등을 지속적으로 발간하였다. 참여연대가 발표한 ODA 이슈리포트, 보고서들 중에는 투명하고 책임 있는 원조의 집행이 원조의 효과를 증대시키는 데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여론화하기 위한 ‘원조투명성 이슈리포트’, 민관협력을 통한 개발원조에서 기업이 인권, 환경 등의 국제 규범들을 잘 지키도록 감시·감독할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민관개발협력 이슈리포트’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기본적인 원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있는 집행을 요구한 이슈리포트「한국 원조의 투명성 평가와 정책제안」은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The 4th High-Level Forum on Aid Effectiveness, HLF-4, 이하 부산원조총회) 즈음하여 한국의 원조투명성을 평가하고 원조정책 전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흔히 정부는 대외관계상 기밀 또는 외교적 특수성 등을 들어 원조정보 공개를 거부하거나 최소한으로만 공개해 왔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법제나 원조기관들의 운영사례를 살펴보면 이는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국제사회가 결의한 규범에도 맞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참여연대 보고서는 이러한 해외사례를 들어 정보공개가 원조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집행의 기본이란 점을 강조하고 보고 배울만한 법제나 제도 사례들을 소개했다. 해외원조 사례를 통한 대안제시 활동이야말로 한국 ODA 정책의 문제점을 공론화시키고, 정책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ODA 감시의 기본으로서 투명한 원조 정보공개 요구는 이후 개발협력 시민단체들과의 공동 캠페인으로도 이어졌다.

2009년 11월 한국 정부가 OECD DAC 회원국이 되면서 ODA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특히 2008년 OECD가 한국정부의 DAC가입을 앞두고 실시한 ‘특별검토(Special Review)’ 보고서에서 비효율적이고 분산된 원조체계의 문제점을 또 다시 지적함에 따라 유상, 무상으로 분리된 원조를 일원화하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국제개발협력 전반을 규정하는 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그러나 국회는 이러한 시민사회, 학계의 요구는 뒤로한 채 비효율적이고 분산된 원조체계를 고착화시키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에 참여연대는 기본법안이 원조 정책의 문제점을 전혀 개선하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원화된 원조체계와 분산된 사업 집행체계를 극복하기 위해 원조전담기구를 구성하고 통합적인 원조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출했다. 또한 시행령안에 대해서도 민간 전문가, 활동가 및 시민사회단체가 정책에 제대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정보 공개를 통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통합적인 원조 시스템 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시민사회의 계속되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 원조기관은 이원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2010년에는 ODA팀을 ODA 정책위원회로 재편하여 ODA 정책 감시 활동을 보다 체계화했다. 당시는 부산원조총회를 한 해 앞두고 있기고 했다. 한국 시민사회는 인권과 양성평등,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개발협력 규범을 마련하고 한국 정부의 ODA 효과성 제고를 위한 정책권고와 감시 등의 활동을 위해 국제개발협력시민사회포럼(Korean Civil Society Forum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KoFID)을 구성했다. 참여연대는 KoFID 발족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이후 한국 시민사회가 개발효과성에 대한 국제사회 논의는 물론 한국 ODA 정책 개선 노력에도 기여하고자 했다. KoFID 정책위 단체를 지속적으로 맡아 정부의 ODA 체계 일원화, 원조효과성 개선, 투명성 향상 등을 공론화하고 정책을 감시하는 등 시민사회 공통의 목소리를 내는데 동참하고 있다. 2012년 대선후보에 대한 원조정책 질의나 부산원조총회 결과를 정부가 얼마나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 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 성과와 의미 ┃

한국 ODA 정책은 그동안 제한적 정보와 원조를 받는 수원국 정부와 주민에 대한 접근성 문제로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ODA를 단순히 ‘기여외교’로만 볼 수 없는 것이 그 이면에는 정부와 기업의 이해관계나 부패와 직결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원국 주민의 필요에 근거하지 않아 원조효과성을 거두기도 어려워진다. 참여연대는 외교적 관계 등을 이유로 공공연히 비공개해 왔던 해외 원조 정보에 대한 공개를 요구하면서 정부의 폐쇄성 문제를 제기하는 데 집중했다. 그런 측면에서 ODA 정책감시 활동은 대외원조 정책 역시 민주적 통제의 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참여연대 권력감시의 영역이 외교와 개발 부문까지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그 동안 참여연대의 아시아연대 활동이 주로 이 지역 민주화와 인권옹호 활동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ODA 정책감시 활동은 한국 ODA가 아시아 지역 주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한국 정부의 원조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개발원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나 환경파괴, 지역사회에의 악영향 등에 공동 대응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국제연대 활동도 늘어났다. 그런 면에서 ODA 정책 감시 활동은 아시아 연대의 접점을 사회경제 영역까지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시민사회 연대 차원에서 ODA 정책을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공동의 노력은 부산원조총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했던 원조체계 분절화, 정책결정과 집행에서의 불투명성, 조건부 원조, 적은 원조 규모 등의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적재적소에 투명하고 일관되게 지원될 수 있도록 ODA정책감시 활동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 같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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