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법원개혁 2021-03-24   1054

[논평] 4년만의 사법농단 첫 유죄 판결, 늦었지만 당연

사법농단 유죄, 늦었지만 당연하다

 

이민걸 · 이규진 유죄, 사법농단 사태가 ‘직권남용’ 해당 확인

사법농단 사태 해결, 법원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어제(3/23) 법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2부 윤종섭 부장판사)이 사법농단 관련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한편 방창현 · 심상철 판사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2019고합187). 

 

사법농단으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들에게 여섯 차례나 무죄 판결이 내려지던 끝에 처음으로 유죄가 선고된 것이다. 사법농단이 세상에 폭로된 지 4년이나 지나서 나온 결과로, 매우 늦었지만 당연한 결과이다. 특히 재판부는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해당 행위가 ‘재판 독립에 반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재판에 개입해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한 사법농단에 대해 위헌적, 위법적 행위임에도 ‘직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이전 판결과 달리, 사법농단 사태가 ‘직권남용’에 해당함을 지적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양승태 대법원이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모임을 와해시키려고 한 혐의,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들에 개입한 혐의, 국민의당(2016) 국회의원의 청탁으로 같은 당 의원들이 재판받던 사건 재판부의 심증을 파악해 전달한 혐의, 헌법재판소의 내부기밀을 불법 수집하도록 한 혐의 등을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사법농단의 최종 책임을 져야 할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및 박병대 · 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의 공모 관계도 인정했다. 다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도 있다. 범죄행위의 중함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정상참작으로 피고인들에게 실형이 선고되지 않았다. 또한 일련의 재판개입 및 배당 조작 등을 지시한 행위가 유죄로 인정되었음에도 이를 실행한 방창현 · 심상철 판사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항소하여 사법농단 사태에 책임 있는 법관들이 제대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오늘(3/24) 헌법재판소가 재판 독립 침해가 인정돼 최초로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임성근 전 판사에 대한 재판준비기일을 시작한다. 사법농단이 세상에 드러난 지 4년 만에 조금씩이나마 사법농단에 대한 단죄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법원과 국회의 태업은 여전하다. 법원은 사법농단 관여 법관에 대한 징계조차 결론 내리지 않고, 사법농단 관여 법관을 업무에 복귀시키기까지 했다. 이번에 유죄 판결을 받은 이민걸 전 판사는 스스로 법관을 그만두며 탄핵을 피했으며, 사법농단에 관여하고도 현직에 남아 재판을 하고 있는 판사들도 여전히 법대에 서지만 이들에 대한 탄핵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도 최근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것 외에 사법농단이 가능했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원개혁 논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사법농단 범죄가 법원에서도 유죄로 확인된 것으로 앞으로의 재판에서도 사법농단 단죄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만이 사법농단 사태 해결의 전부는 아니다. 국회와 법원은 사법농단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사법농단이 가능했던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 개편 등 법원개혁 논의에 박차를 가할 것을 촉구한다. 끝으로, 이번 재판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및 박병대 · 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의 공모 관계 등의 위법함이 인정된 만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사법농단의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재판도 신속히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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