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검찰개혁 2022-03-25   365

[논평]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개혁 관점에서 숙의 필요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개혁 관점에서 숙의 필요. 윤석열 당선인의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한 참여연대 입장

 

어제(3/24)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원일희 수석부대변인은 법무부 업무보고 유예 관련 브리핑을 하던 중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와 관련해 “2011년(*참여연대가 관련된 입법청원을 낸 것은 2001년이다) 참여연대의 입법청원 역시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한다, 바로 이 조항을 없애자는 것이었습니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마치 참여연대가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으로 제시한 수사지휘권 폐지’에 과거에는 찬성했지만 지금은 반대하는 것으로 오인케 할 수 있는 발언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오병두 홍익대 교수)는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히며, 수사권 폐지에 대한 건설적 숙의를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참여연대는 21년 전인 2001년 검찰청법 개정안을 입법청원한 바 있다. 당시 검찰청법 8조에 대해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도록 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도 지휘·감독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당시 입법청원에는 구체적 수사지휘권 폐지만 담긴 것이 아니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 구조인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해체하는 등 검찰의 조직과 활동에 대한 다양한 민주적, 시민적 통제방안을 담고 있었다. 구체적 수사지휘권의 폐지는 검사동일체 원칙의 원칙적 폐기, 검찰인사위원회의 의결기구화 및 외부인사 참여 허용, 시민배심원이 참여하는 검찰심사회 제도 도입 등의 제도개혁과 연계된 것이었다. 이 입법청원이 요구하고 의도하였던 바는 다음의 문장들로 요약된다. “검찰은 위계적·관료적 조직으로부터 민주적·자율적 조직으로 변해야 한다. 인사의 개방화와 공정성을 확보하여 신뢰받는 검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아울러 참여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검찰활동에서의 시민의 참여와 감시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시민의 사법참여를 통하여 검찰권 행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형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즉, 검찰활동에서의 시민의 참여와 감시를 보장·강화하고,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를 충분히 도입하고 보장하는 가운데 당시까지 음성적으로 활용되어온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수사지휘권 폐지를 고려한 것이었다. 

 

최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윤석열 당선인이 제시한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은 민주적 통제 방안에 대한 제안 없이 검찰의 조직적 독립성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검찰공화국으로의 회귀’와 다를 바 없다며 비판한 바 있다. 이러한 비판은 2001년 입법청원안의 요구사항이 필요하였던, 검찰의 문제상황이 근본적으로 수정되지 않았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입법청원과 공약 비판 기자회견의 전체적 구성과 맥락을 제거하고 마치 참여연대가 옛날에는 찬성하다가 지금은 반대하여 입장을 뒤집은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는 검찰개혁의 핵심이자 사회적 요구로 자리잡았다. 지난 20여 년간 검찰권 오남용 사례를 돌아볼 때, 검찰의 조직적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자동적으로 확보되거나, 검찰권 오남용이 근절되기 어렵다는 시민들의 경험치가 쌓여 있다.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검찰은 외부적, 민주적 통제가 없으면 조직의 이익과 기득권 수호를 위해 부여된 권한을 오남용하여 언제든지 시민의 권익과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인식을 자리잡게 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당선인의 수사지휘권 폐지, 예산편성권 부여 등과 같은 검찰 관련 공약은 검찰에게 조직적 독립성을 보장한다면 검찰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레토릭을 반복하고 있다. 검찰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합의를 간과한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은 사회적 논의를 통해 재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시행령, 훈령 등 모법에 위배되는 하위법령 개정으로 이를 강행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양날의 칼과 같다. 정권이 검찰 수사에 관여하거나 외압을 행사하기 위한 통로로 사용될 수도 있는 반면, 검찰이 검찰권을 오남용하는 것에 대한 외부적 통제 방안으로 법무부장관이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까지 진다는 의미도 있다. 법무부장관은 수사지휘권을 제한적으로 발동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이에 대한 국민적 해명과 정치적 책임이 뒤따르게 되는 것이다. 한편 현실에서 수사지휘권은 정권과 검찰이 유착되어 밀월 관계를 유지할 시기에는 의미가 없다가, 정권과 검찰의 갈등 속에서 수사지휘권이 발동되어 그 갈등을 더욱 격화시키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사지휘권의 존폐 여부가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권 통제의 맥락 속에서 해석하고 판단해야 할 사안임을 보여준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의 단선적, 이분법적 판단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검찰개혁 상황에 따라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구체적 수사지휘권의 존폐 여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검찰의 독립성에 대한 바로미터처럼 간주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 보다 숙고할 필요가 있다. 민정수석-법무부장관-검찰총장-검찰조직으로 이어지는 위계 질서가 존재하고,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형 검찰조직 때문에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 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미쳐도 검찰 조직을 좌지우지하고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즉,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내세워 검찰총장 한 명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제왕적’ 검찰총장이 문제의 핵심이다. 만약 검찰총장에게 쏠린 권한을 분산시킨다면 정권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를 통해 검찰조직을 장악하려는 시도는 자연스레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러한 검찰총장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대안으로 지방검찰청 검사장 주민직선제 도입을 주장해오고 있다. 검찰총장의 권한을 지방검찰청 검사장에게 분산시키고 그 지방검찰청 검사장에 대해 직접선거로 민주적 통제장치를 도입하는 것이다. 다만 검사장 직선제 도입은 수사기소의 분리가 진행되는 상황을 반영하면서 사회적 논의를 모아 추진할 사안이다. 그에 앞서, 검찰총장의 권한을 제한하고 수사에 관한 지휘권을 지방검찰청 검사장들에게 분산하여 검사동일체의 원칙으로 표방되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형 조직구조를 개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달성하려는 검찰의 ‘독립성’이 지금까지 쌓아온 시민의 민주적 통제와 감시로부터 검찰 ‘조직’을 독립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혹은 검찰 ‘수사’를 검찰 내외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시키겠다는 것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만약 수사의 독립을 의도한 것이라면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말고도 검찰총장이 일선 수사 검사들의 수사를 일괄 통제하고 영향을 미치는 것부터 제한해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수사지휘권 폐지는 그 자체로 독자적인 사안이 아니다. 검찰개혁의 진행상황을 고려하여 많은 사회적 논의와 숙의를 통해 추진해야 할 쟁점이다.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시민의 참 뜻을 헤아려, 검찰에 대한 민주적,시민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때에만 법무부장관의 구체적 수사지휘권 폐지 논의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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