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22-04-28   1089

[판결비평] 장애인 비하 발언도 국회의원 면책특권인가 -소송법 논리에 가로막힌 장애인 차별 시정 목소리

 

참여연대가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준비한, 판결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에 대해 짚어보는 판결비평 시리즈의 마지막 편입니다.

 

외눈박이, 절름발이, 벙어리.

‘관용구’로 사용했을 뿐 장애인을 차별한 것이 아니라거나, ‘국회의원 면책’을 주장하는 해괴한 논리도 등장합니다.

장애인 모욕만 있고 사과는 없는 지금, 공적 책임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 사이의 분쟁으로 사건을 판단한 민사법원의 한계와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점에 대해 김재왕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가 비평했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216번째 이야기

 

국회의원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한 차별구제 청구소송

[판결문 보기/다운로드] 서울남부지법 2022. 4. 15. 선고 2021가합105102, 홍기찬 부장판사, 김수현 판사, 이도현 판사

 

김재왕변호사

김재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 

 

“한쪽 눈을 감고, 우리 편만 바라보고, 내 편만 챙기는 외눈박이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됩니다.”(곽상도)

“경제부총리가 금융 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이광재)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 아니라면 집단적 조현병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허은아)

“문재인 대통령의 갈팡질팡 대일 인식, 그러니 정신분열적이라는 비판까지 받는 것 아닌가?”(조태용)

“다른 것도 아니고 외교 문제에서, 우리 정부를 정신분열적이라고 진단할 수밖에 없는 국민의 참담함이란”(윤희숙)

“3000원짜리 캔맥주, 만 원짜리 티셔츠에는 ‘친일’의 낙인찍던 사람들이, 정작 10억 원이 넘는 ‘야스쿠니 신사뷰’ 아파트를 보유한 박영선 후보에게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김은혜)

 

정치인의 장애 비하 발언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사건 이전에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선천적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고 발언하여 거센 비판을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 11. 25.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들이 장애인 비하 및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국회의원들에게 주의를 촉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한다.”는 결정을 하였고, 2021. 5. 17.에는 “국민의힘 대표에게 조현병 당사자와 가족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발언이 재발하지 않도록 당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라는 결정을 하였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상대 진영의 정치인들을 비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장애인을 낮잡아 부르는 표현이나 장애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발언을 쏟아내었다. 이에 지난 2021년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지체장애, 시청각장애, 정신장애 당사자들은 국회의원들의 지속적인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해 국회의원 곽상도, 이광재, 허은아, 조태용, 윤희숙, 김은혜 및 박병석 국회의장을 피고로 차별구제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장애인이 바란 것은 진정한 사과였다. 판례는 집단에 대한 모욕죄를 인정하지 않아 왔다. 대법원은 “모욕죄는 특정한 사람 또는 인격을 보유하는 단체에 대하여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그 피해자는 특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른바 집단표시에 의한 모욕은, 모욕의 내용이 그 집단에 속한 특정인에 대한 것이라고는 해석되기 힘들고, 집단표시에 의한 비난이 개별구성원에 이르러서는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어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봄이 원칙이고, 그 비난의 정도가 희석되지 않아 구성원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으로 평가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모욕이 성립할 수 있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도15631 판결 등 참조). 판례에 따르면 이 사건에서 장애인들이 손해배상을 받기는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소 제기에 나선 장애인들은 최소한 피고 국회의원들이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라도 하리라 기대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피고 국회의원들은 사과 대신 법적 항변을 하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한 장애 비하 표현에 장애인을 비방할 의도나 목적이 없었다고 변명하였다. 그러면서 그 표현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 아니라거나, 시중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이며 우리 사회에서 관용구처럼 사용되었고 정치권을 비롯한 언론에서도 상당한 빈도로 사용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어떤 국회의원은 비하 발언을 하게 된 일련의 과정이 국회의원의 직무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의 범위 내에 있으므로 민사상의 책임이 면제된다는 주장도 하였다.

 

차별 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소송법 논리에 가로막혔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국회의장 박병석에게 장애 비하 발언을 한 국회의원들에 대하여 징계권을 행사하고,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국회규칙 제200호)에 장애인을 모욕하는 발언을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라고 청구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들이 문제 삼는 국회의원들의 행위는 그 피고들과 원고들 사이의 구체적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임을 넘어 원고들과 피고 박병석 사이의 분쟁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차별행위자가 아닌 제3자에게 소송으로 차별 시정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 판결은 공적 문제를 다룰 수 없는 법원의 한계를 보여주었다. 정치인의 장애 비하 발언은 공론장에서 토론을 통해 해결됨이 바람직한 공적 영역의 문제이다. 반면 민사소송은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은 국회의장, 국회의원들로 헌법에서 규정한 국가기관이라고 할 수 있지만, 민사소송에서는 평범한 개인과 마찬가지로 취급된다. 이 소송에서 원고들은 피해를 입은 국민으로서 ‘국가기관’의 공적 책임을 묻고 싶었지만, 법원은 철저히 개인과 개인 사이의 분쟁으로 이 사건을 판단하였다. 공적 영역의 문제를 사적 분쟁 해결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이 사건을 법정으로 가져온 원고들의 절박함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그러하였겠는가. 그 절박함 앞에서 법원은 기존 잣대로 판단만 하면 충분한가. 이 사건 판결은 사법부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조장하는 말과 행동은 행위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말과 행동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가진 혐오와 부정적인 편견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정치인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반영한 언어습관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벗어나, 인권 존중의 가치를 세우고 실천하는 데 앞장 서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다. 또한, 정치인의 사회적 지위로 인해 그 발언은 일반적인 국민들의 발언과 비교하여 더욱 빠르고 넓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고, 개인과 사회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공론장에서 정치인의 장애 비하 발언이 비판받고 그 결과 그러한 발언들이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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