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22-05-12   692

[판결비평] 녹지병원, ‘내국인 진료 제한’으로 승인된 사업계획의 효력은 어디로 갔을까

녹지병원, 내국인 진료 제한으로 승인된  사업계획의 효력은 어디로 갔을까

 

2018년 12월, 국내최초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사회적 우려 속에서도 제주도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아냈습니다. 허가 조건은 진료 대상자를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한정하고, 내국인의 진료는 제한하는 것입니다. 녹지병원은 이와 같은 조건에 반발해 2019년 2월, 허가조건을 취소해달라는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4월 1심 재판부는 녹지병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의료 영리화에 대한 사회적 우려는 지난 3월  ‘의료 민영화의 첫걸음이 될 제주 영리병원을 국가가 매수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여할 만큼 큰 상황입니다. 법원은 왜 사회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료영리화의 물꼬를 틀 판결을 내렸을까요? 해당 판결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황영민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217번째 이야기

 

제주 영리병원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걸어 개원하게 한 것이 위법하다는 판결에 대한 비평

2019구합5148 외국의료기관개설 허가조건취소청구의 소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 김정숙(재판장), 박종웅, 민양이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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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민 변호사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녹지병원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사건에서 나타난 불안의 징조

 

국내 1호 영리병원을 둘러싼 법적 다툼에서 법원이 또다시 녹지병원(정확히 말하면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 이하에서는 필요에 따라 ‘녹지법인’을 혼용해서 사용)의 손을 들었다. 지난 2022. 1. 13. 대법원이 ‘녹지병원 개설허가취소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시점에 혹시나 했던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녹지병원에 대한 법원의 사건은 두 개다. 나중에 시작되었으나 먼저 대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녹지병원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사건(이하 “선행사건”)과 최근 1심 판결이 선고된 ‘외국의료기관개설 허가조건취소’ 사건(이하 “본사건”)이 그것이다. 선행사건에서 법원이 제주도지사의 녹지병원 개설허가취소를 적법하다고 판단했다면 영리병원을 둘러싼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선행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은 1심 법원과 달리 녹지병원 개설허가취소가 위법하다고 보았고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았다. 물론 선행사건의 판단대상이 ‘영리병원의 적법 여부’나 ‘제주도지사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의 적법 여부’는 아니었다. 그러나 위 선행사건의 항소심 법원은 그 전제로 ‘녹지병원에 대한 내국인 이용을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되었고, 이에 허가 과정에서 녹지병원이 내국인 배제 허가 조건이 부가될 것을 예상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선행사건의 항소심에서 제대로 된 공방 없이 판시된 위 내용은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을 다투게 된 본사건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했다.

 

슬픈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냐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본사건은 선행사건에서 언급한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에 대한 판시 취지를 그대로 따랐다. 본사건의 1심 법원은 제주도지사가 한 ‘내국인 진료제한의 허가조건’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녹지병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위 1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겠지만, 어찌되었든 국내1호 영리병원은 ‘내국인’까지 진료할 수 있는 ‘합법적 권한’을 인정받은 셈이다.

 

녹지법인이 세우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승인한 사업계획 속 ‘내국인 진료 제한’

 

여느 소송이 그러하듯 본사건에서도 여러 가지 법적 쟁점에 대해 공방이 이루어졌지만, 판결문에 나타난 법원의 논리를 간략하게 축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일반적인 의료기관개설허가의 법적 성질은 기속재량행위이고, 제주특별법상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도 동일하다. ⇒ ② 기속행위나 기속적 재량행위에는 부관(부관(附款)「명사」 『법률』 법률 행위에 따라 생기는 효과를 제한하기 위하여 법률 행위의 당사자가 덧붙이는 조건이나 기한 따위의 제한, 편집자주)을 붙일 수 없고, 부관을 붙였다 하더라도 이는 법령에 아무런 근거 없이 행정행위의 효력을 제한하는 결과가 되므로 무효이다. ⇒ ③ 제주도지사의 ‘내국인 진료제한’ 허가조건은 개설허가에 부수하여 녹지법인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부관으로서 부담(부작위의무)에 해당하고, 위 허가조건은 부관을 붙일 수 없는 기속재량행위인 녹지병원 개설허가에 붙인 것이거나 아무런 법령상 근거 없이 붙인 것이어서 위법하다」.

 

법원이 ①에서 내국의료기관 허가와 외국의료기관 허가의 법적 성질을 동일하게 판단한 것이 이 사건의 특수성을 간과하여 판결을 내리게 된 근본적인 문제라 보이지만(우리나라의 법제도는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공익적 목적에 따라, 국민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내국의료기관의 의료행위의 내용 및 급여비용을 법으로 규정하여 엄격한 제한을 하고 있으므로, 현행 공공보건의료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외국의료기관의 허가에 대한 법적 성질을 내국의료기관과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가장 두드러지게 확인되는 문제는 ③번 부분의 판단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307조 및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 제16조에 따라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하려는 자는 사전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사업계획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 하고, 녹지법인은 2015년 6월 11일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였다. 녹지법인이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제출한 사업계획서 8페이지에는 ‘녹지국제병원의 의료서비스’의 성격에 대해 “녹지국제병원은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인 등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성형미용/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의료기관임”을 명시하였다. 아울러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도 “녹지국제병원은 제주도를 방문하는 중국인 등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대상이므로 공공의료에 미치는 영향이 없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제주도지사는 녹지법인이 제출한 위 사업계획서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제출하여 사업계획승인을 받았고, 2015년 12월 21일 보건복지부장관의 사업계획승인에 따라 녹지법인에게 ‘외국의료기관(녹지병원) 사업계획서 승인사항’을 통보하였다. 이후 제주도지사는 2018년 12월 5일 본사건에서 문제가 된 “허가조건 : 진료대상자는 제주도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함(내국인 진료제한)(보건복지부에서 승인한 사업계획서 요약본 8페이지)”을 명시하여 녹지병원에 대한 개설허가를 하였다.

 

즉, 제주도지사가 개설허가 당시 명시한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은 개설허가에서 새롭게 부과하거나 녹지법인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 아니라, 녹지법인 스스로 작성한 사업계획서에 명시되어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사업계획에 명확히 기재된 내용이다(정확하게는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진료’). 그렇다면, 녹지병원 개설허가의 순차적인 절차 진행에서, 사전 단계인 보건복지부장관의 사업계획 승인에서 “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상”으로 승인이 이루어졌다면 후속 단계인 개설허가에서 그 승인 내용의 구속을 받는 것은 당연하고 상식적이다. 심지어 녹지법인도 본사건에서 ‘녹지법인이 제출한 외국의료기관 사업계획서에 대한 피고의 사전심사 승인통보는 조건부 확약에 해당하는데, 이 사건 허가조건은 사전심사청구 제도의 취지에 위배되거나 확약의 구속력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녹지법인이 위와 같은 주장을 한 취지는 반대이겠으나, ‘제주도지사의 사전심사 승인통보에 구속력이 존재한다’는 점은 녹지법인도 인정한 내용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녹지법인이 세우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승인한 사업계획 속 ‘내국인 진료 제한’의 효력은 무시한 채 허가 시점에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새로운’ 조건이 명시되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보건의료체제에 대한 이해와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고려한 상식적인 판단이 내려져야

 

제주도지사가 2022. 4. 20. 본 사건에 항소하여 이제 항소심에서 다시 한 번 공방이 예정되어 있다. 아울러 제주도는 이에 앞서 4. 13. 녹지병원 개설 허가에 대해 다시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앞으로 이어질 녹지병원의 허가 조건에 대한 항소심과 또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취소처분 취소’ 사건 등에서 법원이 녹지법인의 사업계획 승인 과정 및 그 법적 효력에 대한 세심한 검토를 통해 판결에 나아가길 희망한다. 이에 더하여 법원이 기계적인 법리 적용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보건의료체제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국민의 건강권 보호의 관점에서 상식적인 판단을 내려주기를, 이를 통해 영리병원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일단락되기를 기대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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