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획일적 후보군으로 대법관 다양화 실현할 수 없다

800

획일적 후보군으로 대법관 다양화 실현할 수 없다  

심사동의자 21명 대부분 ‘서오남’ 등 사회적 주류 편향

밀실 추천 · 회의로 진행되는 대법관후보추천절차 개선해야

 

오는 9월 퇴임 예정인 김재형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가 내일(7/14) 열릴 예정이다. 추천위는 이날 최초 피천거인 중 자격 심사에 동의한 21명을 심사하여 3배수 이상의 최종 후보군을 추려 대법원장에게 추천할 예정이다. 이번 피천거인 21명의 대부분은 ‘서오남(서울대 · 오십대 · 남성)’으로 불리는 오래된 법조경력을 가진 사회 기득권 세력에 해당하여, 사회적 약자·소수자 보호라는 대법원의 사명에 기여할 정도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가 이루어지기 어려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추천위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심사와 추천에 임해야 한다. 아울러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투명한 심사와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후보추천 제도도 개선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법률 해석의 최종적인 사법 판단을 내리는 기관으로 사법정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당연히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해 충실한 재판을 진행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따라서 대법관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히 오래된 법조경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고법원의 일원으로 시대를 읽는 예민함과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이해력이 필수적이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 실현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미 사회적으로 기득권 세력에 속하는 대법관으로만 구성된 대법원은 시대를 예민하게 읽기는커녕 기존 질서를 옹호하고 오직 한 방향으로만 법을 해석할 여지가 크다는 점은 불문가지이다. 

 

이번 피천거인 21명은 다양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출신학교, 성별이나 사회적 계층도 편향되어있다. 21명 중 15명이 서울대, 4명이 고려대, 2명이 연세대 출신으로 이른바 비(非) ‘SKY’ 대학 출신은 한 명도 없고, 18명이 남성, 3명이 여성으로 성별 편향도 심각하다. 1명을 제외하면 전원이 현직 법관이거나 · 법관 출신 변호사이고, 전원이 50~60대이다. 공개된 피천거인들의 재산 규모 역시 평균 40억원에 가까워 대한민국의 최상위층에 해당한다. 물론 서울대 출신, 남성, 50대 이상, 많은 재산이 대법관 부적격 사유일 수는 없다. 그러나 평등하고 공정한 법 적용과 사회적 약자 · 소수자 보호가 사명인 대법관 직에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 반영되지 못하고 이미 우리 사회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특정 학교, 성별, 최상위층에 해당하는 재산을 가진 인물들이 대부분 추천되었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후보군과 별개로, 현재 대법관 후보추천 과정은 구조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점이 더 큰 문제이다. 추천위는 현직 대법관을 비롯해 법조계 이해 당사자들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법조계가 과잉대표되고 있고, 반나절 남짓한 시간 동안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검증했는지 알 수 없는 회의를 통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또한 현행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은 회의 과정은 물론이거니와 해당 피천거인이 누구에게 어떠한 이유에서 천거되었는지도 공개하지 못하도록 제약하고 있고, 이는 대법관 임명 과정에 대한 국민의 공론장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바람직한 대법관의 상에 대해 논의할 기회는 물론, 해당 후보자가 실제로 어떤 유의미한 판결을 해왔는지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 중심으로 구성된 추천위와 밀실에서 진행되어 투명성이 낮은 추천 · 회의 과정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한 원인이다. 

 

대법관 후보가 추천되거나 공개될 때마다 ‘서오남(서울대·오십대·남성)’ 후보로 편향되어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었고, 이번 역시 다르지 않다. 대부분이 법조계 인사, 사회 기득권층으로 구성되어 밀실에서 진행되는 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로는 이와 같은 다양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비판이 있어왔음에도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천위가 먼저 사회적 다양성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그와 별도로, 대법관 후보추천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나아가 추천 과정의 투명한 공론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논평 [원문보기 / 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