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비평] 계약갱신 불법거절, 보증금 2억 인상에 손해배상은 1250만원?

임차인이 2년 더 살 수 있는 권리, 손해배상보다 권리행사 보장 우선

2년밖에 보장되지 않았던 전월세 임차인에게 임대차 갱신 청구권을 부여하여 거주기간을 최소 4년 이상 보장하도록 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2년 3개월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임대차 보호를 강화한다는 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 또한 법에 다양하게 있다보니 이를 편법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시행 2년이 지난 임대차법, 과연 세입자 보호라는 취지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최근 거짓 사유를 대어 임차인의 갱신요구를 거절한 임대인에게, 법원이 과실을 인정하고 임차인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김대진 변호사가 이에 대해 평했습니다. [기자 말]

광장에 나온 판결 : 225번째 이야기

주택임대차법위반 위반 임대인에 대한 손해배상(기) 이행권고결정
인천지방법원 민사59단독, 2021가소92635 [판결문 보기]

김대진 변호사 /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2020년 7월과 8월 국회에서 이른바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인상율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이 통과됐다. 그 중에서도 계약갱신청구권은 주택임대차에 있어서 임차인(세입자)이 2년의 임대기간이 끝났을 때 임대인(집주인)에게 2년 더 살겠다고 먼저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법에서 보장하는 임대기간이 불과 2년이었기 때문에 임차인으로서는 그 기간이 다 되었을 때 임대인이 임대료를 올려달라거나 집을 비워달라고 하면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비록 권리를 행사할 기회가 한 번이기는 하지만, 임차인 입장에서도 최소 4년 동안은 이사갈 걱정 없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보장하는 임대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 것이 1989년이니, 그로부터 2년을 더 보장받는데 30년이 넘게 걸린 셈이다.

그런데 임대차 3법이 시행된 후 실제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바로 임대인의 갱신거절, 그 중에서도 임대인 본인이나 부모님, 자녀가 그 주택에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해도 임대인이 본인이나 가족의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면 임차인은 꼼짝없이 집을 비워줘야 하는 것이다. 

인천에 살던 임차인 A도 같은 일을 겪었다. A는 2019년 3월에 B 소유 아파트를 보증금 1억원, 임대기간 2년으로 계약하고 그 무렵부터 거주하였다. 임대기간이 약 3개월 정도 남은 2020년 12월에 A는 B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하였으나, B는 2년의 임대기간이 끝나면 본인이 실제 거주하겠다며 A의 계약갱신을 거절하였고, A는 어쩔 수 없이 임대기간이 끝날 때 이사를 나왔다.

그런데 이후 B의 실거주를 의심한 A가 주민센터에서 이 아파트에 대한 확정일자 부여현황을 발급받아 보니, A가 이사를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임차인이 보증금 3억 5천만원에 살고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결국 B는 보증금을 더 많이 올려받기 위해서(임차인이 계약갱신권을 행사했을 때는 보증금이나 월세는 전월세 인상율 상한제가 적용되어 종점 금액의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다) A에게 본인이 실거주할 것처럼 거짓말을 하여 A를 내쫓은 셈이다.

다행히도 A는 B를 상대로 소송을 해 약 1,250만원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한 임대인이 2년 내에 정당한 이유 없이 제3자에게 다시 임대를 한 경우 이사를 나간 임차인에게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A의 청구를 그대로 인정해 B에 대하여 1,250만원의 이행권고결정을 내렸고, B가 이행권고결정에 대해 이의하지 않아 위 금액 그대로 손해배상이 확정되었다.

여전히 임차인에게 기울어진 운동장

그러나 A와 같은 사례에서 임차인이 무조건 임대인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 규정상으로는 임대인이 2년 내에 정당한 이유 없이 제3자에게 다시 임대를 한 경우에만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차인 입장에서는 소송을 하기 전까지는 임대인에게 본인이 실거주하지 않고 다시 임대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한편 임차인이 소송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은 보통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2천만원 정도인데, 소송을 하려면 변호사 선임료 등의 비용이 발생되고, 여기에 혹시라도 소송에서 패소를 하게 되면 임대인의 소송비용까지 물어줘야 하니, 임차인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소송을 망설일 수밖에 없게 된다. 

실거주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규정은 임대인으로 하여금 거짓으로 갱신거절을 하지 못하도록 심리적 압박을 가하여 간접적으로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그러나 임대인들 중에서는 위와 같은 이유로 임차인이 실제 소송을 하기 쉽지 않다는 점과 손해배상을 하더라도 더 높은 가격에 임대를 할 경우 이익이 될 수 있는 점(더구나 임차인을 내보내고 2년 이내에 임대가 아닌 매매를 할 경우 현행 규정상 손해배상이 인정되기 어렵다) 때문에 실거주 갱신거절을 악용하여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실거주 갱신거절에 대한 법원의 판결들도 이러한 상황을 부추기는 면이 있다. 최근 하급심 판결들의 주된 경향을 살펴보면,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은 그 사유가 임대인의 주관적인 사정에 기초한 것이어서 적극적인 입증이 쉽지 않다면서, 임대인이 매매를 시도하는 등 실제 거주할 의사가 없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실거주 갱신거절 여부가 쟁점이 된 대다수의 소송에서 임대인의 갱신거절이 인정되어 임차인에게 퇴거 및 인도를 명하는 판결을 내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임차인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의 행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누구나 장기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이러한 상황에서 임차인들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제대로 보장하려면 결국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일단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거절을 할 경우 이에 대한 입증책임이 임대인에게 있음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 참고로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임대인이 직접 거주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하기 위해서는 임대인 스스로 그러한 사유를 입증하도록 법에 명시하고 있다. 또한 임대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려면 절차적으로 미리 임차인에게 서면으로 구체적인 사유를 통지하도록 하여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분쟁을 줄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임대인이 실거주 의무를 위반한 경우 임차인에 대한 손해배상도 임대인에게 실질적인 심리적 압박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여야 하겠다.

임대차 3법은 도입 초기만 하더라도 전월세 가격 급등의 원흉인 것처럼 연일 비판을 받았으나, 최근 한 언론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임대차 3법에 대해 ‘현행 수준이 적당하다’는 응답이 26.2%, ‘세입자보호를 위해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41.6%에 이른다고 한다. 임차인이 2년 더 살 수 있는 권리, 더 나아가 임차인도 기간과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도록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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