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지연 문제 해결해야 하지만, 검찰권 확대만이 대안일 수 없어
검찰 직접수사 축소하는 법 취지에 반하는 독소조항 제거해야
지난 1일 법무부가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이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이번 수사 준칙의 개정 전과 개정 후 어느쪽이 국민 권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무색하게도 개정안은 곳곳에 수사권조정을 무력화하고, 검찰 입맛에 맞는 사건들을 선택적으로 골라 직접수사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되는 독소조항들이 대거 추가되었다. 실제 1차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과 제대로 협의가 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물론 법무부가 개정 이유로 든 수사 지연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가 바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빌미로 다시 검찰 집중 일변도의 형사사법제도로 회귀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법 취지에도 어긋난다.
가령 개정안은 대한변협 회원, 즉 변호사 대상 설문조사만을 근거로 경찰의 고소 고발 반려 제도가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그 대안으로 경찰 뿐 아니라 검찰까지도 사건 접수를 의무적으로 수리하도록 했다(제16조의2 제1항). 뿐만 아니라 검찰이 직접수사를 개시했다가 수사 과정에서 대상 범죄가 아닌 사건으로 밝혀질 시 타 기관으로의 의무 이첩 조항(제18조 1항 2호)도 삭제했다. 이를 종합하면 검찰은 직접수사 개시 대상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종류의 사건을 우선 접수 및 수리할 수 있게 된다. 일단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특정 사건을 직접수사대상 범죄로 보아 접수 및 수사 착수하면, 도중에 다른 성격의 범죄로 밝혀지더라도 타기관 송치하지 않고 계속 직접수사할 수 있게 된다. 법 개정 취지에 역행하여 검찰 직접수사가 사실상 제약 없이 확대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송치전 1차 수사단계에서부터 “중요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 혹은 경찰이 사전 협의를 요청할 시 의무로 응하게 하였고, 그 대상 범죄에 대공사건, 노동사건, 집단행동 사건, ‘그 밖에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거나 국가적ㆍ사회적 피해가 큰 중요한 사건’, 선거 사건 등을 새로이 추가했다(제7조). 혐의와 법리가 복잡한 사건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검찰과 경찰 간 협력 강화가 필요할 수 있지만, 현 개정안은 그 대상 사건의 기준과 범위가 지나치게 모호하고 넓다. 특히 노동과 집단행동 사건 등을 추가한 것은 윤석열정부가 공공연히 노동계를 적대시하고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상황에서 정권의 관심사건에 검찰이 직접 관여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어느 한쪽이 협의를 요청할 경우 상대 기관이 의무로 응하도록 한 것(제8조)도 송치전 수사지휘 통로처럼 활용될 우려가 있다. 게다가 사전협의를 거쳐 송치된 사건의 경우 보완수사 또한 원칙적으로 검사가 하도록 하여(준칙 제59조 1항 4호에서), 수사 개시와 종결 모두에 있어 검사의 권한을 크게 넓히며 수사권 조정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법무부는 수사준칙 개정의 근거로 경찰의 사건 처리 지연을 거론하고 있지만, 그 대안으로 응당 논의해야할 경찰의 수사 인력과 역량 증진 방안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오직 검사의 권한을 확대함으로써만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검찰주의적 시각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지난 수사권 조정의 취지는 형사사법제도에서의 권력 분립과 수사기관 간 상호 견제 및 협력을 통해 권한 오남용을 방지하고 사건관계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에 있다. 법무부는 검찰의 직접수사 재량을 지나치게 키우는 독소조항들을 삭제하고, 검찰의 직접수사 역량을 경찰에게 이관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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