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23-08-10   1159

[논평] ‘故 채수근 상병 사건’, 셀프수사 중단하고 수사외압 규명해야

군 내 수사의 공정성·독립성 스스로 침해한 장관의 이첩 보류 명령
장관과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 국정조사 등으로 진상규명해야

※ 고(故) 채수근 상병의 명복을 빕니다.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무리한 지시로 인해 순직한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의 책임 규명이 석연찮은 ‘윗선’의 수사 개입 의혹으로 얼룩지고 있다. 현재 이 사건 수사는 국가안보실의 개입 의혹과 맞물린 국방부장관의 이첩 보류 명령, 이에 불응한 해병대 수사단장의 보직해임과 항명 혐의 수사를 거쳐 다시금 장관 직속의 조사본부, 즉 군의 ‘셀프수사’로 되돌아갔다. 군 내 ‘윗선’을 구하기 위해 또 다른 ‘윗선’이 나서 권력을 오남용했다는 이번 의혹은, 지난 군사법원법 일부 개정의 원인이 되었던 군내 비극적 사망 사건들의 축소·은폐를 떠올리게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국방부장관의 이첩 보류 명령의 핵심은 문서 또는 구두 형식 여부가 아니라 그 내용이 고인의 사망에 책임을 져야 할 고위 장성들을 사법처리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인지, 그 과정에서 국가안보실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에 있다. 복수의 언론 취재에 따르면 국방부장관은 수사단장의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별다른 이견 없이 경찰에 이첩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대통령실에 보고된 직후 갑자기 이를 번복하여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한다.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후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수사결과 자료에서 혐의 사실들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국가안보실 특정 인사가 고인의 사망사건 책임에서 임성근 사단장 등 특정 인사를 빼기 위하여 사건에 개입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정황이다. 이런 의혹들에 대하여 대통령실은 ‘그 주장들이 다 정확하지 않은 면도 많이 있는 것 같다’, ‘국방부에서 설명하고 있고 앞으로 계속 설명할 것으로 안다’고 하는 등 모호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정황이 있음에도 ‘이첩 보류 명령’이 정당하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군 사법기관의 수사 공정성과 독립성을 스스로 침해하는 자기모순이다.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장관의 일방적 결정으로 수사 결과가 번복되거나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미 한번 민간경찰에 이첩되었던 수사 자료를 다시 회수한 조치 자체부터 불법의 소지가 있고, 현재 사건을 넘겨받은 국방부 조사본부는 외압 의혹의 당사자인 장관 직속 기관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신뢰할 수 없다. 국방부는 즉각 ‘셀프수사’를 중단하고 사건을 완전히 경찰로 이첩해야 한다.

언제까지 비극적인 군 내 사망사건과 축소 은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반복해 지켜봐야 하는가. 윗선인 국가안보실의 외압 의혹, 국방부장관의 부적절한 지시 및 이에 불응한 해병대 수사단장을 도리어 보직해임하고, 항명 수괴라는 터무니없는 죄목으로 입건하는 모습 등은 전형적인 권력의 수사 외압 행태로 지난해의 군사법개혁이 미완에 그쳤음을 반증하고 있다. 수사 단계에서 국방부장관의 직접적 개입은 군사법개혁의 가장 대표적 성과의 하나였던 군 지휘관의 확인조치권 폐지 취지조차 무색하게 하는 위법적 행위다. 군사법개혁의 취지에 따라 고인 사망사건의 진상 규명은 당장 민간 수사기관에 넘겨야 한다. 장관과 대통령실 등 ‘윗선’ 수사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국회의 국정조사나 공수처의 수사로 진상을 명백히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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