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기타(jw) 2023-08-16   1171

[논평]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국회가 진상 밝혀라

국방부와 조사본부, 안보실, 경북경찰청까지 조사 대상 포함돼야

대통령실, “가짜뉴스” 운운 말고 충분한 해명과 자체조사 진행해야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의 원인을 밝히려던 해병대 수사단 수사에 대한 윗선 개입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어제(15일)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해임통보가 한번 번복되었다가 다시 내려왔다는 수상쩍은 정황까지 추가로 알려졌다. 현재 박정훈 대령은 항명수괴죄에서 항명죄로 혐의가 변경되어 수사받는 것에 더해 언론에 나와 인터뷰했다는 것을 빌미로 징계위원회까지 회부된 상태이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은 박정훈 대령의 “항명”이 아니라 국방부장관과 대통령실 관계자 등 ‘윗선’이 사건의 경찰 이첩 과정과 내용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정작 본질에 대한 수사는 착수되지도 않은 상태인데, 의혹의 폭로자라고 할 수 있는 박정훈 대령에 대한 황당한 항명죄 입건과 징계심의 등 전형적인 입막음 · 보복성 조치만 서둘러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이 규명되지 않는 한 박정훈 대령에 대해 어떤 처분이 나오든 국민의 신뢰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행정부 전체가 의혹의 대상이므로 국회가 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만 한다.

국방부는 조사본부 재검토를 거쳐 경찰에게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 원안과 함께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군인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권을 민간경찰에 이관한 군사법원법의 취지를 훼손하는 처사다. 군사법원법과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군인 사망사건에 대해 군사법경찰이 수사한 자료는 ‘지체없이’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되어야 한다. 국방부가 사건 수사 내용을 재검토할 수 있다거나, 혹은 이첩을 보류, 취소하고 심지어 민간 수사기관으로부터 반환받을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이는 그 자체로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크게 해칠 수 있다. 국방부의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자료 회수 요청을 거부하지 않고 이첩된 자료를 함부로 넘긴 경북경찰청 역시 미심쩍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이 사건에 대한 국방부 조사본부나 경북경찰청의 수사로는 윗선의 수사 개입 의혹의 진상을 밝힐 수 없다.

이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국방위원회에서 긴급 현안 질의, 청문회 개최 등을 주장하고 있다. 야당의 요구에 대해 여당은 “정쟁화”를 운운하고 있지만, 군인의 생명이 희생된 비극적 사고의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정쟁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국민의힘 스스로가 정부를 옹호하기 위해 비정치적 비극을 정쟁으로 몰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민의힘은 즉각 야당의 요구에 응하여 진상규명 과정에 협조해야 한다. 특히 국회의 조사 대상에는 ‘윗선’의 비호 대상으로 의심되고 있는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은 물론, 이 사건 수사의 지휘라인인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이종섭 국방부장관과 신범철 차관, 유재은 법무관리관은 물론이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을 포함한 안보실 관계자들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아울러 명확한 절차와 법적 근거 없이 이첩받은 수사 자료를 국방부에 무단 반출한 경북경찰청 지휘부도 포함되어야 한다.

국회가 조사과정에서 여야간 책임 떠넘기기나 정쟁으로 소모되지 않고 ‘윗선’ 개입 의혹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반드시 물어야할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최초 조사결과 보고가 있었던 7월 30일로부터 31일까지, 이종섭 장관과 신범철 차관, 유재은 법무관리관의 관련 행적이 시간대별로 밝혀져야 한다. 수사 자료가 국가안보실에 통보된 이후 장관과 차관, 법무관리관이 대통령실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을 받았는지, 박정훈 대령에게 왜, 어떻게 이첩 보류를 언질했는지 밝혀져야 한다. 만일 이첩 보류가 정식 지시였다면, 해당 지시가 박정훈 대령을 항명죄로 입건한 근거가 된 만큼 공식 지휘라인, 즉 국방부장관의 직접 확인과 결재를 받은 공식 명령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2. 대통령실 소속 인사가 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첩 보류나 혐의 사실 삭제 등 지시를 했는지, 그 과정에서 임성근 사단장이나 해병대 고위 인사들과의 인맥관계 등이 작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3. 경북경찰청이 사건 자료를 이첩 받고 나서 다시 국방부에 반출하기까지의 과정이 상세히 밝혀져야 한다. 경찰청 내부 보고절차를 거쳤는지, 국방부에게 반출하기로 한 결정을 누가 어떤 법적 근거로 한 것인지, 관련하여 국방부 외 다른 기관으로부터 지시나 연락을 받은 일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4. 국방부 검찰단이 박정훈 대령을 최초 항명수괴죄로 입건하고 해병대가 박정훈 대령의 수사단장 직을 보직해임한 것은 누구의 지시인지, 어떤 근거인지 밝혀져야 한다.

5. 언론 인터뷰를 이유로 박정훈 대령의 징계를 청구하기로 결정한 것은 누구의 지시인지 밝혀져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20일 고 채수근 상병의 순직을 애도하며 “정부는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작 수사 과정에서의 대통령실 개입 의혹이 제기되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가짜뉴스” 운운하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에서 수사결과 보고를 요구했다는 것 만으로도 수사의 독립성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고, 개입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대한 국기 문란이자 권력 남용이다. 대통령실은 나몰라라식 대응을 중단하고, 자체조사 및 부적절한 처신을 한 공무원이 밝혀질 경우 엄정 조치하는 등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수사의 독립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현 정부가 가장 잘 알 것이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 참여연대는 오는 21일로 예정된 국회 국방위 현안질의를 앞두고 위 진상규명 과제를 국회 국방위 위원에게 발송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할 예정입니다. 또한 향후 고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의 책임자 처벌과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이 명확히 규명될 때까지 관련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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