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23-09-25   869

[입법의견서]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 반대한다

참여연대, 법무부에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의견서 제출

‘지연된 사형제’ 신설, 사형시설 점검 등 반인권적 행보 멈춰야

오늘(9/25)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도입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법무부에 제출했습니다.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절대적 종신형)’ 도입 이유로 ‘현행법상 무기형을 선고받은 중대범죄자의 경우에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이 될 수 있어 이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커짐’이라고 밝혔고,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국회에서 절대적 종신형 도입이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가석방 여부는 법무부의 재량 관할로, 사법적 판단이 끝나 형이 선고된 범죄자에 대한 ‘엄벌 요구’는 법무부의 행정처분, 가석방 불허로 달성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 인권 보호 또한 형벌 종류의 신설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범죄에 대한 응보 감정에 편승해 손쉬운 형량 강화로 법무부의 범죄 예방 및 수형자 교화 실패 책임을 감추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개정안에 반대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절대적 종신형은 수형자를 자연사할 때까지 구금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사형제에 준하는 제도로 인권 침해를 피할 수 없습니다. 둘째, 피해자 인권 보호는 형벌 종류의 신설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가석방 심사 절차상 여건 강화 및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할 유무형의 실질적 지원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셋째, 절대적 종신형은 사회 복귀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점에서 징역형의 수형자 교정교화 목적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넷째, 법무부가 대상자를 선별 상신하는 사면제도가 여전히 존재해 절대적 종신형 제도의 도입으로만 달성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섯째, 수감 시점으로부터 20년 이상 지나서야 판단하는 가석방 여부를 선고 당시 시점의 재판부로 하여금 판단하게 하는 것은 무리한 책임전가이며 오판 가능성 또한 높습니다.

오는 10월 10일은 세계 사형 반대의 날입니다. 대한민국은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으며, 역대 국회에도 사형제 폐지 법안이 발의되어온 바 있습니다. 사형제를 형법 상으로도 완전 폐지해 인권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해야할 시기에 사형제에 준하는 효과를 가진 형벌 신설을 시도하고, 사형 집행 시설 점검을 지시하는 법무부의 행보는 반인권적 퇴행에 불과합니다. 참여연대는 입법예고 반대 의견서를 통해 위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전면 폐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 붙임 :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 의견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 의견서

1. 요약

  •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절대적 종신형)’ 도입 이유로 ‘현행법상 무기형을 선고받은 중대범죄자의 경우에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이 될 수 있어 이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커짐’이라고 밝혔고,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국회에서 절대적 종신형 도입이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함.
  • 사법적 판단이 끝나 형이 선고된 범죄자에 대한  ‘엄벌 요구’는 법무부의 행정처분으로 달성되는 것임. 가석방 여부는 법무부의 재량 관할이며, 피해자 인권 보호 또한 법무부의 책무에 속함. 본 개정안은 동문서답이자 자기부정에 가까움. 
  • 절대적 종신형은 수형자를 자연사할 때까지 구금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사형제에 준하는 제도로 인권 침해를 피할 수 없음. 
  • 피해자의 인권 보호는 형벌 종류의 신설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님. 피해자 감정이나 보복범죄 가능성을 유의하도록 한 가석방 심사 절차상 여건을 강화하는 것을 먼저 검토해야 하며,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할 유무형의 실질적 지원도 병행되어야 함. 
  • 절대적 종신형은 사회 복귀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점에서 수형자에게 개선과 교화의 동기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와 교정교화는 물론 범죄의 특별 예방에도 부합하지 않음.
  • 법무부가 대상자를 선별 상신하는 사면제도가 여전히 존재해 절대적 종신형 제도의 도입으로만 달성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
  • 현행 무기징역의 가석방 여부는 수감 시점으로부터 20년 이상 지난 후에 제반 상황을 종합해 판단하는데, 이를 선고 당시 시점의 재판부로 하여금 판단하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무리한 책임전가이며 오판 가능성 또한 높을 수밖에 없음. 
  • 이상과 같은 이유로 본 입법예고에 반대하며 전면 폐기할 것을 촉구함. 

2. 개정안의 요지

무기형을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으로 구분하고,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 가석방이 허용되는지 여부를 함께 선고하도록 하며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의 경우에만 가석방을 할 수 있도록 함(안 제42조 제2항, 안 제72조, 제72조의2 단서)

제42조(징역 또는 금고의 기간 등) ① 징역 또는 금고는 무기 또는 유기로 하고 유기는 1개월 이상 30년 이하로 한다. 단,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에 대하여 형을 가중하는 때에는 50년까지로 한다.
②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는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무기형으로 한다.
제72조(무기형의 선고와 가석방) 피고사건에 대하여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가석방이 허용되는지 여부를 함께 선고하여야 한다.
제72조의2(가석방의 요건) ①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이 행상(行狀)이 양호하여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 다만, 무기형의 경우에는 제72조에 따라 가석방이 허용되는 경우에 한정한다.

3. 개정 취지에 대한 의견 

  • 개정안은 현행의 무기징역을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무기형’으로 재분류하고, 법원이 무기형을 선고할 경우 가석방 허용 여부를 함께 선고하도록 하고 있음. 즉 이는 사실상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 이른바 ‘절대적 종신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 
  • 법무부는 개정 이유로 ‘현행법상 무기형을 선고받은 중대범죄자의 경우에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이 될 수 있어 이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커짐’이라고 밝혔음. 그러나 사법적 판단이 끝나 이미 형이 선고된 범죄자에 대한  ‘엄벌 요구’는 행형을 관장하는 법무부의 행정처분으로 달성되는 것으로, 이러한 요구에 대해 사법적 처분인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신설하는 입법을 하겠다는 것은 동문서답일 뿐임. 현행 형법과 형집행법 등에 따라 20년을 복역한 중대범죄자의 가석방 결정권한은 법무부에 있고, 법무부는 가석방 심사 부결 처분으로 계속 수형하게 해 범죄에 대한 응보 및 일반예방 등 ‘징역형’에 대한 목적 일부를 달성할 수 있음. 아울러 징역형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 도모라는 징역형의 또 다른 목적의 달성 또한 사법부가 아닌 법무부의 소관임이 명백함.
  • 2010년 2월, 헌법재판소는 ‘형법’에 따라 10년이 지난 후에 가석방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기한이 된 모든 무기수형자에게 가석방을 반드시 허가해야 하거나, 무기수형자들에게 가석방신청권을 부여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음.(2008헌가23) 2010년 4월, 무기형의 경우 20년으로 가석방 요건을 강화해 형법이 개정되었음. 현행 형법 제72조는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이 행상(行狀)이 양호하여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 따라서 현행 형법 제72조는 가석방 대상자와 함께 가석방에 대한 심사 기관이 ‘행정기관의 처분’ 즉 법무부의 책임이며, 가석방 처분이 강행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 법무부의 재량에 속한 것임을 명시하고 있음.
  •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과 그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따르면, 가석방 처분을 위해서는 교정시설의 장(소장)이 사전조사와 소장 산하 분류처우위원회 의결을 거쳐 적격심사신청 대상자를 선정하고, 법무부장관 소속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적격심사를 거쳐야 함. 이 과정에서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47조(사전조사 유의사항)는 가석방 적격심사신청을 위한 사전조사 관련해 특히 피해자의 감정 및 합의여부, 출소 시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범죄 가능성 등에 유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 동 규칙 제254조에서는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적격심사 시 범죄의 수단이 참혹 또는 교활하거나 극심한 위해를 발생시킨 경우, 해당 범죄로 무기형에 처해진 경우, 그 밖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죄를 지은 경우, 그 범죄에 대한 사회의 감정에 유의해야 한다고 규정함. 즉 법무부의 재량으로 가석방 처분을 하더라도 그 심사 절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감정과 보복성 범죄 가능성, 해당 수형자의 범죄에 대한 사회적 감정 등을 종합해 판단하도록 의무규정으로 명시하고 있음.

4. 개정안에 대한 참여연대 의견

  • 이에 참여연대는 본 개정안 입법예고에 대해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반대하며 전면 폐기할 것을 촉구함. 
  1. 사실상 사형제에 준하는 제도로 인권 침해를 피할 수 없음. 헌법재판소는 절대적 종신형이 수형자를 자연사할 때까지 구금한다는 점에서 사형에 못지않은 형벌이고, 수형자와 공동체의 연대성을 영원히 단절시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음. 사형제는 반인권적으로 폐지되어야 하며, 절대적 종신형 또한 사실상 지연된 사형 선고에 다름아님.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사형제가 선고되지만 집행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이를 우회하여 사형 집행에 준하는 효과를 획득하려는 의도로 도입되는 절대적 종신형 또한 반인권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음.
  2. 피해자의 인권 보호는 형벌 종류의 신설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님.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피해자 인권 보호를 위해 절대적 종신형 도입을 주장하나, 피해자 인권과 수형자 인권이 반드시 상호 대립적 관계는 아님. 오히려 법무부는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수형자의 과도한 인권침해도 막아야할 책무가 있음. 현행 형집행법 시행규칙이 이미 가석방 심사를 위한 사전조사 시 피해자의 감정 및 합의여부, 출소 시 피해자에 대한 보복성 범죄 가능성을 특히 유의하도록 하고 있음. 섣부른 가석방으로 인한 피해자 인권 침해를 방지하고자 한다면 해당 시행규칙의 여건을 강화하거나 시행령 혹은 법률상 의무로의 격상을 우선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함. 아울러 범죄피해자의 보호 역시 법무부의 의무로, 이는 단순히 범죄자 처벌 강화로 달성될수 있는 것이 아니며 피해자 보호와 회복을 위한 유무형의 실질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함. 이에 대한 노력 없이 손쉬운 ‘처벌 강화’를 내세우는 것은 시민들의 응보 감정에 편승해 범죄예방과 수형자 교정교화, 피해자 보호 실패에 대한 법무부 책임을 감추려는 의도 아닌지 의심됨. 
  3. 형집행법 및 ‘징역형’의 목적인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 도모에 반함. 절대적 종신형의 도입은 ‘징역형’의 목적인 범죄에 대한 응보 및 일반예방이라는 목적 일부는 달성할 수 있으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라는 또 다른 목적은 달성할 수 없음. 현행 무기징역이 선고 시점부터 20년 이상 복역시 엄격한 심사를 통한 사회복귀 가능성을 열어두어 교화와 개선의 여지를 두는 반면, 수형자가 저지른 범죄의 경중만을 고려해 절대적 종신형을 선고하고 사회복귀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수형자로 하여금 개선과 교화의 동기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와 형집행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음. 
  4. 절대적 종신형 제도의 도입으로만 달성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 헌법재판소의 지적과 같이 절대적 종신형 제도를 도입해 법원이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더라도, 여전히 법무부의 대상자 선정 및 대통령의 승인으로 진행되는 사면제도에 의한 석방과 감형 가능성이 열려있음. 해당 입법으로 가석방과 사면에 대한 법무부의 재량권이 유의미하게 제한된다고 보기 어려워 입법 필요성이 떨어짐. 
  5. 법원의 판단에 가석방 가능 여부를 포함하는 것은 행정기관의 무리한 책임전가이며 오판 가능성 또한 높음. 선고는 사법의 판단인 반면 가석방은 행정처분임. 현행 무기징역의 가석방 여부는 수감 시점으로부터 20년 이상 지난 후에 범죄자 교정교화 여부, 피해자의 감정, 보복범죄 및 재범 가능성, 사회적 감정 등을 다각도로 평가해 이뤄짐. 절대적 종신형의 선고를 위해 이러한 가석방 여부를 재판부가 재판 당시의 사정만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거니와 오판 가능성 또한 더욱 높을 수밖에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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