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외면한 판결 · 대통령 “연고 관계” 이해충돌, 철저히 검증돼야
오는 13일(월),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실시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 제출한 임명동의안을 통해 이종석 후보자가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수호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밝혔다. 여당도 후보자가 이미 헌법재판관 임명 과정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친 ‘검증된 후보’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소수자를 외면한 문제적 판결과 대통령과의 사적 친분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어 이종석 후보자가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권력을 견제하고 헌법정신을 수호해야 할 헌법재판소의 수장으로 적합한지는 의문이다. 국회의 철저한 검증과 확인이 필요하다.
여러 재판관 중 1인으로서의 검증과, 헌법재판소를 이끌어갈 수장으로서의 검증은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가권력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권 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헌법재판소의 역할과 영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종석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으로서 소수자의 인권을 외면한 의견을 다수 내놓았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2019.4.11. 2017헌바127)을 내렸을 때 이에 반대하여 낙태죄 합헌 의견을 냈고, 19세 미만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진술을 담은 영상물에 증거능력이 없다는 결정(2021.12.23. 2018헌바524)에는 다수의견에 섰다. 동성 간 성행위 자체를 범죄화하는 군형법이나 특정질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입각한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에 대해서도 합헌이라는 의견(2023.10.26. 2017헌가16등; 2023.10.26, 2019헌가30)에 참여하여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사실상 승인했다. 후보자는 사회적 참사를 책임져야 할 고위공직자들에게는 사법적 면죄부를 안겨주기도 했다. 이종석 후보자가 주심을 맡았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사건(2023.7.25. 2023헌나1)에서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과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이상민의 손을 들어주고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사법농단 핵심 관여자인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2021.10.28. 2021헌나1)도 각하했다. 이런 결정들은 이종석 헌법재판관이 국가권력의 권한 남용 견제와 소수자 인권 보호라는 헌재 재판관의 역할에 충실하였는지 의문을 가지게 하는 이유다.
이종석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기로 친분 관계로 인한 이해충돌 우려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미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시절, 연고 관계로 인해 “외관상 공정하지 않은 심판으로 보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제기한 검사징계법 헌법소원(2021.6.24. 2020헌마1614)을 회피한 바 있다. 그런 후보자가 소장으로 임명된다면 정부나 권력기관들의 기본권 침해를 견제해야 할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을지, 또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대통령과 “연고 관계”가 있는 후보자가 행정부를 견제할 헌법재판소 수장의 자격이 있는지, 이해충돌 회피가 가능한지 여부가 철저히 검증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공권력이 부당하게 남용될 때 이를 견제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중차대한 책무를 수행하는 만큼, 국회는 소장 후보자의 검증에 가장 철저히 임해야 한다.
이종석 후보자 개인의 문제에 더하여, 헌법재판소장의 임기 문제 또한 향후 입법적 해결이 요구된다. 헌법재판관과 달리 헌법재판소장의 임기는 헌법과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아, 지금까지 현직 재판관이 소장으로 임명되는 경우에는 재판관으로서 남은 임기를 소장의 임기로 삼았다. 이번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재판관을 소장으로 지명함으로 인해 다시금 잔여 임기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기회에 국회는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여 임기 문제를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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