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24-02-05   430

[논평] 헌정질서 어지럽힌 ‘사법농단’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합당한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1심 무죄 판결 이은 제 식구 감싸기 판결

오늘(2/5)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6-1부(김현순 조승우 방윤섭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 주역 중 한 명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법행정권을 사유화해 특정 국회의원과 청와대를 지원하는 데 이용했다”며 “사법부 독립이라는 이념은 유명무실하게 됐고,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된 데 이어 법원 구성원들에게도 커다란 자괴감을 줬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법관이 행정부와 입법부와 결탁하여 정부 정책에 유리한 방향을 제시하고, 특정 정당에 유리하거나 불리하도록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사법적 책임이 고작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이어 또다시 법관 출신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가 반복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1심 법원은 임 전 차장이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소송에서 고용노동부의 소송서류를 사실상 대필했고, 홍일표 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의 형사 재판 전략을 세웠으며, 통합진보당 지역구·지방의회의원에 대한 제소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는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반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배소와 관련해 일본 기업 측 입장에서 재판 방향을 검토하고 외교부 의견서를 미리 감수해 준 혐의, 법원 정책에 비판적인 법관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가담한 혐의 등은 무죄로 판결했다. 이는 사실상 사법농단이 양승태 대법원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조직적으로 재판에 개입했다는 본질과 책임을 부정한 것에 다름아니다. 헌법적 고민 없이 궤변과 형식논리로 무죄를 선고한 셈이다.

대법원장으로서 사법농단 사태의 최정점에 있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은 1심에서 무죄를, 임성근 · 이태종 · 신광렬 · 조의연 · 성창호 · 유해용 전 판사는 대법원에서 무죄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은 벌금 1,500만 원,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징역 1년, 방창현 · 심상철 판사는 무죄를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들 중 다수는 징계를 받지 않거나, 솜방망이 징계를 받은 후 법관을 퇴임해 대형 로펌에 재직하거나 혹은 현재까지 법관으로 재직하고 있다. ‘법관 무죄’ 시대에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가 무색하다. 검찰은 판결을 면밀히 살펴 항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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