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기타(jw) 2024-02-28   606

[칼럼] 유권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22대 총선 ‘검사’ 출마자 정보

[분석] 검사가 국민을 대표? 국회가 위험하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오유진 선임간사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가 40여 일 남았습니다. 이번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도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도 아직(2/27) 확정되지 못했습니다. 역대급 ‘지각 선거’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올해 총선은 여러모로 씁쓸합니다. 약속은 지키지 않아도 되고, 염치와 수치가 실종된 정치판을 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내가 약속을 깬다 한들 우리를 찍을 거야’라는 함의가 포함된 말들과 ‘내가 하는 말이 곧 정치개혁’이라는 허황된 말들 때문만도 아닙니다. 우리 정치 수준이 고작 이 정도였다는 것을 확인해서만도 아닙니다. 공천을 둘러싼 각 정당의 스타들에게 집중된 조명 뒤, 그림자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검찰국가화가 심화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2월 23일 기준, 올해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검사 출신 인사들은 최소 47명입니다. 26명은 초선에 도전하고, 21명은 재선(혹은 삼선 혹은 그 이상)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초선에 도전하는 26명의 검사 출신 입후보자 중에는 사직서가 수리되기도 전에 총선을 준비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2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국회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2월 27일 국민의힘 박민식 예비후보가 서울 영등포을 경선을 포기했지만 공천관리위원회의 재배치 검토가 예정되어 있어 포함했습니다. 2월 27일 기준 전체 인원은 46명이고, 재선 이상 도전자는 20명입니다.)

법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 만능이 아닙니다

일명 ‘황운하 판례’ 덕분에 공직자들은 총선에 입후보하기 위해 사퇴해야 하는 시한(선거일 전 90일, 올해는 1월 11일) 전에 사직서만 제출하면,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출마를 선언하거나 예비 후보자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황운하 판례의 취지는 헌법에 보장된 정치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우리 국민은 누구나 헌법상 권리를 누릴 자유가 있습니다. 그러니 검사들을 포함한 공직자들은 사퇴시한만 지키면 누구라도 입후보할 자유가 있지요.

법은 ‘최소’의 기준입니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노동 조건이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일 뿐 최대한의 기준이 아닌 것처럼 말이죠. 공직선거법은 아주 많은 문제가 있지만, 공직자 사퇴시한을 90일로 정한 것 또한 최소한의 기준입니다. 헌법에 명시된 정치결사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최소한의 선,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등에 명시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해 몸담았던 공직과 ‘정치’를 분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선 그리고 법에는 없지만 유권자들에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입니다.

재직 중 환승이직 시도, 괜찮지 않습니다

특히 검사로 재직 중이던 김상민 검사가 2023년 추석 무렵, ‘뼛속까지 창원 사람’이라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문자 메시지를 창원 주민들에게 보냈다는 사실이 국정감사를 통해 알려졌죠. 2023년 12월 28일, 대검찰청 감찰위원회가 ‘검사장 경고’ 처분을 권고하자, 김상민 검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1월 6일 출판기념회를 열고 1월 9일 국민의힘에 입당해 출마를 선언했죠.

법무부는 김상민 검사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2월 15일 정치적 중립 위반으로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물론 정치적 중립 위반이 고작 정직 3개월이냐는 의문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검사 재직 당시 ‘정치의 꿈’을 펼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입니다.

정치적 사안과 정치인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검사들은 직무 수행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검사를 사임하자마자, 혹은 현직 검사 신분으로 특정 정당에 공천을 신청하고 출마를 하는 것은 정치적 중립 위반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비판 받아온 검찰에 대한 신뢰를 근본부터 훼손하기 때문입니다.

법으로는 검찰에 대한 신뢰 훼손을 처벌할 수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법은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선’일 뿐 만능이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우리는 사람을 만나면 인사하고, 길을 걷다 쓰러지는 사람을 보면 달려가 도우려 애씁니다. 우리 공동체의, 우리 사회의 윤리를 모두 법에 명시하지 않은 것은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기 때문입니다.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윤리는, 서로 간의 신뢰는 그래서 법보다 더 중요합니다.

법은 지켰으나 신뢰는 지키지 못한, 법과 윤리 사이에서 흙탕물을 일으키는 미꾸라지가 안타깝게도 너무 많습니다.

과다하다 = 너무 많다

2020년 기준 통계청 농가 인구 수는 2,314,064명이었지만 21대 국회에서 농·축산업 출신 국회의원은 0명이었습니다. 2020년 기준 보건복지부 통계 장애인 수는 2,633,026명이고, 장애를 가진 21대 국회의원은 3명이었습니다. 2020년 기준 검사 경력이 있는 21대 국회의원 당선인은 15명이었습니다.

검사정원법상 검사 정원은 2,292명입니다. 검사 출신 법조인의 통계는 확인할 수 없지만, 2023년 발행된 검찰연감에는 2022년 검사 퇴직자가 145명이라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단순하게 해마다 145명이 지난 30년간 퇴직했다고 가정해도 6,642명에 불과합니다. 이 중 22대 총선에 입후보한 사람은 모두 46명(2월 27일 기준)입니다.

점점 더 심해지는 검사 출신들의 ‘과다 대표’ 현상은 문제가 심각합니다. 국회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어야 합니다. 총 300명의 국회의원 중에서 어느 한 직군이 과다 대표되면 다른 직군을 대변할 국회의원이 설 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사무직과 현장직, 건설업과 회계업, 인공지능과 농어업축산업, 여성과 남성, 청년과 장년, 부자와 가난한 사람, 장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스포츠 전문가와 문화예술인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대변해야 할 국회가 다양성을 잃게 된다면, 한쪽으로 치우침이 발생한다면 국회의 대표성까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선택을 시작해 볼까요?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라지만, 선거 시기에 꽃을 피우는 유권자는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모든 정당과 후보자들이 자신이 최적임자라고 내세우며 주인공처럼 조명받고 있죠. 하지만 선거의 진정한 주인공은 유권자입니다. 모두 우리의 선택을 바라고 있으니까요.

아무리 표를 달라고 달려들어도 후보들과 정당에 우리가 표를 주지 않을 수 있죠.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정당과 후보자가 살아남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법 만능주의자’를 지켜봤습니다. 위법하지 않다는 이유로 10·29 이태원참사의 책임이 없다며 사퇴를 거부한 판사 출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떠올려 보세요. 함정 몰카라는 이유로, 김건희 ‘여사님’의 고액의 사치품 가방 수수에 대해 박절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을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았을 뿐 공직 사퇴 시한을 지켰다는 현직 검사 출신 총선 입후보자들을 떠올려 보세요. 정치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사람 사는 세상 최소한의 윤리조차 외면한 이들이 정부 곳곳에, 기업에 그리고 이제는 국회로 가고자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정치인으로 국회의원으로 우리의 선택을 받는 검사 출신 인사들은 얼마나 될까요?

어떤 사람을, 어떤 정당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되는 시기입니다. 유권자들의 고민을 덜기 위해 준비한 <유권자가 알아야 할 ‘국회로 가려는 검사님들’> 팩트시트(https://nuly.do/xahn)를 꼭 살펴보세요.

#이 팩트시트의 검사출신 출마 예정자는 현재까지 예비후보 등록과 언론보도 등의 교차검증을 통해 출마의사가 확인된 경우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최종 출마자는 공천 과정을 거쳐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습니다.

▣ 참고1_20231116 [팩트시트]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 검찰 출신 현황 ④ (https://nuly.do/jwSJ)
▣ 참고2_20240121 [팩트시트] 지난 2년간 ‘기업으로 간 검사님’ 최소 69명 (https://nuly.do/pHWE)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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