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24-04-23   1280

[판결비평] 이재용 위한 탈법적 합병, 상식을 벗어난 ‘무죄’ 선고 이유는?

‘최소한의 개인자금으로, 삼성그룹 내 이재용의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한다.’ 삼성그룹의 승계작업을 위해 벌어진 삼성물산 불법합병의 목표였습니다. 삼성물산과 그 주주들은 큰 손해를 입었고, 국민들이 조성한 국민연금도 손해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삼성 오너 일가만 이득을 본 불법합병을 두고 국정농단 이후 관련자들에겐 유죄 선고가 이어졌죠.

하지만 막상 탈법합병 사건 자체에 대한 1심 판결에서는 이재용 등 책임자들이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재벌 기업 오너 일가에게 승계를 위한 ‘부당합병 면허’를 발급해 준 셈인데요. 우리의 상식을 뒤엎으며 이재용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 박재홍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가 비평했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255번째 이야기

이재용 ‘삼성물산 불법합병’ 1심 판결비평

서울중앙지법 제25-2형사부 박정제(재판장), 지귀연, 박정길 판사 2024.2.5. 선고 2020고합718, 920(병합) [판결문 보기]

박재홍 변호사 /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대법원은 2019년 소위 국정농단 사건 판결을 통하여 삼성그룹의 ‘승계작업’의 의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이재용이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하여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들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보험에 대하여 사실상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삼성 오너 일가가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삼성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 특히 이재용 회장의 지분율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재용 회장과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주도하에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하여,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하여 이재용이 지배하고 있던 제일모직과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율이 높은 (구)삼성물산 간의 합병(이하 “위 합병”)을 추진한다.

회사보다 오너 일가 이익 앞세운 합병, 연이은 ‘유죄’ 선고

통상 합병은 기존 기업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거나 경영상의 노하우를 확보하는 등 기본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전략적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경영권 승계를 위하여 합병을 추진하는 순간, 승계를 통하여 이익을 취하려는 오너 일가와 회사의 이해관계는 충돌하기 마련이다.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의 가치는 높이면서, 동시에 취득하고자 하는 회사의 가치는 낮추려는 유인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 합병의 전 과정에 이르는 동안 이재용 회장이 지배하고 있던 제일모직과 그 계열회사에 대한 호재가 연이어 보도되고,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이 변경되어 가치가 급상승한 반면, (구)삼성물산은 위 합병 추진의 전 기간 동안 실적이 부진하여 저평가를 면치 못한 것은 물론, 그나마 호재라 할법한 해외 발전소 수주 사실은 합병 이후에야 공시되었다. 그 결과 위 합병 추진 당시 매출액 기준 제일모직의 5배가 넘던 (구)삼성물산 1주의 가치는 위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1주 가치의 1/3(1:0.35)에 그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오너 일가를 제외한 (구)삼성물산의 주요 주주들(여기에는 국민들이 조성한 국민연금도 포함된다)은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되었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위 합병의 배경이 일부 드러나게 되었고, 관련자들 대부분은 처벌을 면치 못하였다. 우선 이재용 회장은 위 합병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에게 삼성물산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위 합병에 동의하도록 해 달라며 86억 원의 뇌물을 건넨 사실이 인정되어 유죄를 선고받았다. 국민연금이 위 합병 찬성을 의결하는 데에 관련된 당시 국민연금 문형표 이사장,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 모두 유죄가 확정되었다.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일성신약이 제기한 주식매수가격 결정사건에서도 법원은 제일모직과 (구)삼성물산 간 합병비율인 1:0.35가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였고,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우리 정부가 위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하여 영향력을 행사하였다며 (구)삼성물산의 주주였던 외국계 헤지펀드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럼에도 “이재용 등 모든 혐의 무죄” 선고한 법원

그런데 이 사건 1심 법원(서울중앙지법 제25-2형사부 박정제 재판장)은 위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자본시장법 위반, 업무상 배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하여 모두 무죄라고 판결하였다. 해당 판결은 위 합병이 부당하다는 견지에서 확정된 기존의 판결들이 그저 위 합병으로 인하여 이재용 등의 지배권이 강화되었다는 현상을 인정한 것 뿐이지, “위법·부당하게 비용을 최소화한다거나 물산 및 그 주주들의 부를 탈취하거나 손해를 야기한다거나 이를 통하여 이재용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해석한다. 또한 기존의 판결들은 위 합병 과정에서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고 의심할만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한 것일 뿐,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적정합병비율과 이 사건 합병비율의 차이에 해당하는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나아가 “이재용과 미전실이 위 합병의 추진여부를 전단적으로 결정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위 합병에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이 존재하였고, 합병을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안정화는 물산 및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이며, “위 합병에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이 존재하는 이상 위 합병에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합병 목적이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부당합병이 회사·주주들에게 이익? 법원의 황당한 무죄 이유

이러한 1심 법원의 판단은 근본적으로 이 회장 등이 뇌물까지 건네며 이루고자 한 목표가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 추진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무시한 것이다. 기존의 판결은 합병비율에 대해서도 “가액불상의 손해”. 즉, 손해의 발생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적정합병비율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여 손해액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한 것뿐인데 1심 법원은 이를 의도적으로 간과하였다. 1심 법원은 이미 확정된 기존의 판결을 비켜 가기 위하여 지나치게 문구에 집착하여 맥락을 의도적으로 도외시하였다.

1심 법원은 오너 일가만의 100% 순수한 “전단적”인 결정이 아니라면, 나아가 경영권 승계가 아닌 다른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이 조금이라도 존재한다면(물론 1심 법원은 그 합리적인 사업상의 목적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심지어 1심 법원은 지배력 강화의 목적으로 추진한 합병일지라도, 결국 부당한 비율로 합병을 당한 회사 및 그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다는 다소 황당한 이유를 들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했던, 그래서 관련 사건의 당사자들 모두 유죄가 확정되고, 오너 일가를 제외한 투자자들의 소송이 승소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1심 판결은 그 자체로 일반인의 상식을 뒤엎는다. 1심 판결은 사실상 재벌 기업의 오너 일가에게 승계목적의 부당한 합병에 대한 면허를 발급해 준 셈이다.

재벌에게 ‘부당합병’ 면허 발급해준 1심, 면죄부 논란 피할 수 없어

이와 같이 제1심 법원은 공소장이 접수된 지 3년 5개월이 지난 2024. 2. 5. 별지를 제외하고 총 1,462페이지에 달하는 길고 긴 판결문을 통하여 이재용을 비롯한 관련자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물론 원심에 대하여 검찰은 항소한 상태로 아직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이 향후 어떻게 결론이 나건 간에, 1심 판결은 석연치 않은 논리를 동원하여 재벌 총수의 탈법적인 경영권승계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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