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5-12-11   1505

[02호] 90만원과 100만원, 그 10만원의 '정치적 고려'에 대하여

-이해선 부천시장등에 대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위반 판결에 대한 의견-

지난 6.27 지방선거에서 부천기독교연합회소속 목사들의 해외여행경비를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이해선 부천시장, 김길홍, 이창식, 이호성씨에 대해 내려진 10월 9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홍일표 부장판사)의 판결은 어느 모로 보나 이해할 길이 없다. 무엇보다 먼저 공명선거의 정착을 위해 엄중히 집행되어야 할 통합선거법 적용이 이 판결로 말미암아 흐트러질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시장으로 당선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200만원의 기부금을 줌으로써 1심에서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사람에게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하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도 어떤 수단에 의해 서도 일단 당선만 되면 그만 이라고 하는 과거의 의식과 관행을 척결하기가 쉽지 않게 될 것이다.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피선거권이 없어지게 되어 있는 현 통합선거법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이해선 부천시장에게 선고한 90만원은 정말로 낯간지러운 선고형량이 아닐 수 없다.100만원이면 100만원이고, 50만원이면 50만원이지 90만원을 선고하였다는 것은 이해선 부천시장을 봐주기 위한 양형임을 알게 해 준다. 10만원의 차이가 바로 부천시장의 직위가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 보면 결코 적은 양형의 차이가 아니다. 그 10만원이야말로 통합선거법의 엄정한 집행을 포기하게 하고 사법부의 결연한 공정선거의 의지를 실종케 한 문제의 액수가 아닐 수 없다.

그 액수는 비록 10만원에 지나지 않지만 이해선 시장을 구제하기 위해 이루어진 '정치적 고려'임을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법부는 마땅히 이러한 정치적 고려를 할 것이 아니라 그 행위에 맞는 엄정한 양형을 선택하여 아무리 투표에 의해 당선된 현직 시장이라 하더라도 그 직위를 내놓도록 함으로써 추상같은 사법권과 공명선거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지켰어야 했던 것이다.

또한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보아도 이번 판결이 적절하지 못하였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가 기부액수보다 행위양태에 더 중점을 두었다고 하였지만 우선 외형적인 기부액수가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는 점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일반적으로 범죄의 양형을 정할 때 범행의 동기와 태양과 동시에 그 범죄의 규모와 피해액수를 고려한다는 것은 하나의 건전한 상식이다. 더 나아가 재판부의 입장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손으로 돈을 준 것에는 다름이 없지 않는가.

이해선 시장의 기부는 강요에 의한 행위란 것인가. 돈을 갖다준 것이냐 아니면 받으러 온 사람에게 주었느냐는 행위 양태보다는 준 금액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 국민의 법감정이다. 특히 이창식 후보가 준 것이 30만원에 불과하고 그것도 YMCA 광고게재료 등으로 지급한 것에 불과한데, 이창식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면서 200만원을 준 이해선 시장에게는 벌금 90만원을 선고한다는 것이 어떻게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

우리는 법 앞의 평등이야말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믿는다. 우리의 선거법이 당선된 사람에게나 낙선된 사람에게나 다함께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무소속 후보이든 정당 소속이든 모든 후보가 달리 취급받아서는 안된다. 그런데 낙선하고 무소속이었던 이창식 후보를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시장에 당선된 이해선 후보를 구제해 주었다는 인상을 이 판결을 통하여 받게 된다. 이창식 후보는 그 당시 부천시의 수많은 시민단체의 추천에 의해 입후보하게 된 이른바 '시민후보'였고 그후 깨끗한 선거운동을 벌였다는 것이 많은 언론의 보도에도 확인되었던 사람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려진 이번 판결은 사법정의를 거꾸로 세운 것이라고 밖에 따로 볼 도리가 없다. 우리는 국민의 법감정과 사법정의에 맞지 않는 이같은 비합리적인 판결이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고 나아가 통합선거법의 정신이 이 판결로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간곡한 마음에서 이 판결에 대한 엄정한 비판을 가하는 바이다.

1995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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