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02-01   1504

[03호] 부패방지법(안)

이 법안은 지난 1월 24일 참여연대와 한겨레 신문사 공동주최로 열린 "부정부패방지 입법과제에 관한 대토론회"에서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 본부(본부장 김창국 변호사) 정책사업단에서 발표한 부패방지기본법 시안으로, 여기에는 입법취지에 해당하는 부패방지법 제정의 필요성과 제정의 방향을 발췌하여 싣는다.

종합적 부패방지법 제정의 필요성

우리에게 부정부패를 규율하는 법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직자윤리법, 형법의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등은 부정공직자를 향한 날카로운 칼날을 준비해 두고있다. 뿐만 아니라 검찰, 경찰, 감사원 뿐 아니라 안기부, 청와대까지 부정부패를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부정부패가 날이 갈수록 대형화, 투기화, 구조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까. 부정의 대규모화와 부패의 보편화는 오랜 역사적 전통과 사회적 구조성을 지니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사회에 특유한 정치.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조건들이 바로 이 심각한 부패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부패추방의 중추적 기능을 행사하여야 할 사정기관 자체가 제대로 공정하고 추상같은 권한행사를 제대로 해 왔다고 볼 수 없다. 경찰과 검찰은 그 스스로 부패하거나 또는 부패세력의 압력과 유혹에 초연하지 못하였다. 그것이 국가적 거대사건이든 아니면 작은 규모의 토착적 비리사건이든 간에 이들 사정기관은 단호한 처단을 해 내지 못했다. 거기에다가 사법부마저 엄정한 형벌을 가하는데 실패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사정기관의 독립성을 확고히 함과 동시에 그동안 부패추방을 효율적으로 이룩하는데 불가피한 제도들이 결여된 개별적인 부패방지법제의 무기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내부고발자보호제도, 돈세탁방지제도등은 부패와의 전쟁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불가피한 무기들이다.부패는 언제나 그 실상을 제대로 알고 있는 내부자에 의해서만 그 진실이 밖으로 드러날 수 있으며 이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영원히 부패는 은폐될 수밖에 없다. 오늘날 부패는 점점 더 교묘한 수단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어 돈세탁방지제도의 도입없이는 효율적인 부패 수사와 사전 차단을 하기 어렵다. 이러한 제도의 도입없이 부패의 청산은 있을 수 없다. 뿐만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는 부패방지법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부패공직자들을 처단하기 위한 제반 형사법제와 엄정한 공직자의 행동규범을 제시하여야 할 공직자윤리법 등의 법제에도 큰 구멍들이 뚫려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아직 우리가 지니지 않고 있는 부패방지의 제도들을 도입하고 불충분한 현재의 법제를 보완함으로써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부정부패에 맞서기 위한 단일하고도 종합적인 부정방지법이 절박하다. 부패방지를 위한 단일법제가 법체제상 무리함이 없는 것은 아니나 하나의 법률에 모든 부패 방지와 추방을 위한 제도들이 포괄됨으로써 일목요연하고 체계적이며 효과적인 법시행이 가능한 것이다. 단일하고 종합적인 부정방지법이 부패추방에 매우 효과적임을 외국의 입법례는 잘보여주고 있다.

부패의 사슬을 깨뜨리지 않고서는 개혁도 세계화도 있을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전직 대통령 노태우의 비자금사건은 국제적 망신과 한없는 절망감을 안겨주었으나 한편으로는 증폭하고 있는 국민들의 반부패 의식은 부패를 일소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법안이 부패추방을 위한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으나 적어도 법제로서는 더 이상 보탤 것이 없는 법안이라고 할 정도로 모든 부패예방과 추방의 제도와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 법안이 국회에 의해 입법화됨으로써 우리사회는 부패로부터 자유로운 정의로운 사회를 향한 결정적인 발걸음을 내딛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부정부패방지법 제정의 방향과 요강

부패방지법은 부패문제에 대한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대응을 내용으로 한다. 부패문제는 각론적인 접근으로는 더이상 해결할 수 없을 만큼 구조적인 문제가 되어버렸다. 따라서 개별적인 법제로는 전면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 이에 기존의 흩어져 있는 부패방지법제를 보완 종합화함과 동시에 우리에게 결여된 공익정보제공자보호 및 특별검사제등을 완비하여 단일 종합법으로서 총체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부정부패방지법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공직자윤리법의 맹점을 극복한다.

공직자윤리의 확립은 과연 가능한가? 그토록 꼼꼼한 규정을 두고 있는 공직자윤리법의 재산등록 및 공개제도는 어떤 기능을 하고있는가? 물론 시민의 지속적 감시와 정부의 부패추방에의 지속적이고 단호한 의지등이 뒷받침되어야겠지만 제도적으로는 공직자윤리법의 맹점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우선 공직자윤리법은 재산등록 및 공개제도를 제외하고는 추상적인 청렴의무규정와 외국인으로부터의 선물신고, 취업제한에 관한 규정만을 두고 있을 뿐 공직사회의 부패에 젖어온 기존관행과 의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아무런 장치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상적인 규정으로는 뿌리 깊은 부정부패의 관행을 일소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다. 외국의 입법례 중 미국, 프랑스 등의 경우에는 우리가 생각하기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까지 매우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부패방지법(안)은 특히 미국의 정부윤리법등을 많이 참조하여 뿌리깊은 부패관행과 의식을 고치기 위해서 가능한한 구체적으로 공직자의 행동규범을 규정하였다. 어떤 선물이 금지되고 허용되는지 어떤 행위를 해서는 안되는지 등에 관한 상세한 규정들이 그것이다.

공직자윤리법의 재산등록 및 공개제도가 매우 꼼꼼한 규정들을 두고 있으나 이에 관해서도 보완의 여지가 적지 않다. 우선 재산 등록 및 공개제도의 운영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과연 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가가 문제이다. 9인의 위원 중 4인은 내부인사이고 게다가 나머지 5인의 외부인사도 학식과 명망이 있을 것을 요구할 뿐 부패문제에 대한 아무런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제대로 심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철저한 심사를 실시하고 공정한 업무집행을 할 때만이 재산등록제도의 좋은 뜻도 살릴 수 있으며 허위신고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패방지법(안)에서는 공직자윤리심사위원회의 구성에서 외부인사의 비율을 6인으로 늘렸으며 부패추방 시민운동단체의 위원추천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재산등록의무자와 등록재산의 범위도 대폭 확대하였다. 더 나아가 실사를 감사원에서 일괄하여 실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외부에서 재산등록의 엄정한 준수를 감독할 수 있도록 하였다. 자신의 '집안식구'들을 누가 엄정히 조사하고 처벌하려 하겠는가.

공익정보제공자를 보호하자!

우리 사회에는 부패공직자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청렴을 일관되게 견지하는 깨끗한 공직자가 더욱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공직자들이 동료 또는 상사의 부정을 감지하거나 혹은 부정에의 참여 유혹을 받았을 때 이를 고발하는 것은 가능한가?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정의의 호루라기'를 불 것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나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한 부서 또는 집단의 부정을 고발해 오는 공익정보제공자를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부패를 암묵적으로 묵인하고 비호하는 공직사회의 관행을 깨뜨리는데 관건이 된다. 즉 비리를 고발하는 용기있는 공직자들이 많아지고 이들이 보호될 때만이 공직사회의 부패의 사슬은 끊어질 수 있는 것이다.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부정과 부패가 그 내부를 훤히 잘 알고 있는 내부자가 그것을 고발해 오지 않으면 어떻게 그 부정과 부패를 끊을 수 있으랴.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부패방지법(안)은 공익정보제공자의 보호와 더 나아가서 비리에 가담하지 않음으로써 불이익을 받는 사람 등을 보호하는 것을 주요한 내용으로 담음으로써 부패방지의 커다란 열쇄를 제공하고 있다.

돈세탁 규제없이 부패는 사라질 수 없다.

돈세탁은 부정한 자금을 깨끗하게 세탁하여 그 추적을 곤란하게 함으로써 부정부패를 적발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부정부패의 안전판이 되어 부패의 양산에 기여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노태우와 전두환비자금사건은 이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날이 갈수록 돈세탁의 수법은 지능화되고 금융기관의 음성적인 협조까지 이루어짐으로써 이를 적발하기는 거의 어려울 뿐만이 아니라 돈세탁을 처벌하는 법제가 마련되지 않음으로써 돈세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부패방지법(안)은 세계 다수의 국가에서, 그리고 전 지구적으로 법적 규범으로 확립되고 있는 돈세탁의 철저한 규제와 이의 처벌을 도입함으로써 부정부패의 안전판 걷어치우고 공직사회의 투명도를 높이고자 한다.

각종 압력에 굴하지 않는 강력하고 독립적인 사정기관이 요구된다.

1994년 공무원범죄의 경우 11.7%만 기소되고 나머지는 모두 불기소처분되었다. 최근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서 들어났듯이 이미 혐의를 확보하고서도 명백한 직무유기를 범한 검찰이 부패척결의 공정한 기관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신뢰하지 않고 있다. 5.18사건과 관련한 특별검사제 요구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이와같이 엄정하고도 추상과 같은 수사기구의 확립 없이는 모든 부패추방을 위한 법제와 노력은 헛수고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만약 우리가 오래전부터 부패에 맞서 용감히 싸우는 검찰을 가졌다면 부패가 이 사회에 이정도로 만연되지는 않았을 터이다.

부패방지법에서는 부패방지특별수사부를 구성하고 여기에 특별검사와 특별수사관을 두어 독립적이고 엄정한 사정활동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것은 종래 특별검사제를 요구해 온 대다수 국민의 여망을 부패추방에서만이라도 반영하는 것임과 동시에 부패추방에 획기적인 전환을 마련하는 일이 될 것이다. 다만 부패방지특별수사부의 수사대상을 고위공직자로 한정함으로써 검찰과 권한조정을 꾀함과 동시에 부패방지특별수사부의 비대화를 방지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제대로 처단함으로써 윗물맑기를 제대로 만듬으로써 아랫물도 자연스럽게 맑아질 것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